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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우는 주파수가 맞는 캐릭터! <옆집사람> 오동민 배우
2022년 10월 31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볶음밥을 배달 시켜 두 끼로 나눠 먹는 알뜰함과 랩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노하우를 지닌 경시생(경찰공무원시험준비생) ‘찬우’. 친구들과 모처럼 거하게 한잔하고 눈을 뜬 아침, 자기 방이 아닌 옆집 원룸 침대에서 잠든 자신을 발견한다! 게다가 평소 소음 문제로 껄끄럽던 옆집 사람은 바닥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폼이, 죽은 듯하다.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원서 접수 마지막날 찬우의 위기 탈출, 극악의 하루가 시작된다. 미워할 수 없는 찐따 ‘찬우’로 분해 웃픈 블랙 코미디 스릴러를 견인한 오동민 배우를 만났다. 연기를 목표로 달려와 어느덧 배우가 된 지금, 무슨 색을 입혀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자기만의 ‘하우’(HOW)를 찾았다고 말한다.

연극 ‘나비스 햄릿’(2008)으로 데뷔 후 첫 단독 주연 영화이다. 코로나로 개봉이 지연되다 드디어 개봉한다. 소감 한 말씀!
코로나 터지기 직전 겨울에 촬영했으니 벌써 3년이나 됐다. 개봉하게 돼서 기쁘고 감사하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촬영하면서 부담감이 생기더라. 혼자 찍는 씬이 많아서 촬영장에서 외롭기도 했었다.

<옆집사람>은 이틀에 걸쳐 원룸이라는 공간에서 펼쳐지는 스릴러다. 개인적으로 예상을 벗어난 전개가 새롭더라. 처음 작품을 접한 느낌은.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올 것이 왔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다. 평소 좋아하는 코엔 형제의 작품이 떠오르기도 하고, 또 시트콤 같기도 하더라. 한정된 공간에서 계속 사건이 꼬리를 물며 펼쳐지는 점이 취향 저격이었다. 한 편의 소설처럼 뚝딱 읽었다.

영화 시작 후 40여 분까지는 그야말로 원맨쇼라고 할 정도로 홀로 극을 이끌어 간다. 흡사 1인극 같기도 하고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더라.
외롭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설정이라 힘든 캐릭터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너무 행복한 배역이었다. 배우로서 탐나는, 욕심 날 역할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촬영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거야 뭐, 그 힘듦도 행복으로 승화되더라. 개인적으로 방탈출 게임을 좋아해서 비슷한 느낌으로 마치 게임하듯이 촬영했다. 이런 면에서 나와 주파수가 잘 맞는 시나리오였다. 또 스릴러를 표방한 블랙코미디라 그런지, 현장 분위기도 굉장히 화기애애했고 호흡도 척척 맞았다.

자기 집이 아닌 옆집에서 눈을 뜬 경시생 ‘찬우’로 분했다. 연기 방향은 어떻게 잡아나갔나.
‘찬우’가 흔들리면 극 전체가 의도대로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찬우가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신경 썼다. 그가 평균 이하의 친구라 (웃음) 관객이 캐릭터 자체에 어떤 호감을 느껴야 설득력이 더해진다고 생각했다. 관객이 찬우와 호흡하면서 보면 좋겠다고 희망하며 찍었다.

찬우를 말려주고 싶은 순간이 종종 있었다. (웃음)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이려 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찐따’ 같다. 감독님이 찬우는 스스로 (시험에) 된다고 믿는 약간은 덜떨어진 캐릭터로 평범한 고시생보다 좀 더 희화화된 모습을 원하셨다. 이런 찬우에 설득돼서 자연스럽게 그의 선택과 행동에 끌려간 것 같다. 감독님이 그린 찬우가 이미 충분히 매력적이라 여기에 뭔가를 더하기보다 구축된 캐릭터를 잘 살리는 데 집중했다. 연민이 가고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큰 틀 안에서 그때그때 조금씩 변주해갔다.

‘미워할 수 없는 찐따’라! 확 다가오는 표현이다. 어떻게 캐릭터에 공감되던가.
실제로 우유부단한 면이 있어서 찬우에 녹아 들었지 않나 싶다. 또 아무리 (자기가) 찐따 같이 굴어도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은 대체로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우유부단한 면이 있다니 의외다. 전공과 완전히 다른 연기의 길을 선택했다. (기자 주: 오동민 배우는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출신) 매우 강단 있고 실행력 있는 선택 같은데…
유일하게 실행력을 발휘한 선택이 아닌가 한다. (웃음) 사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진학했다. 준비해 온 입시를 한순간에 포기할 만한 강단은 없었던 거지. 그런데 들어가고 나서도 포기하지 못해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거기서 운이 좋게도 (대학) 재학 중 대학로 무대에 설 수 있었고. 연기하면서도 (내) 우유부단함이 여러 번 드러나더라.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지 않나. 이런 성격이 불편한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장점도 있다. 다양한 기로에서 어떤 고민이 생기면 가장 적절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게 된다. 찬우도 보면 갈팡질팡해 보여도 자기만의 큰 틀, 그러니까 자기가 정한 ‘선’ 안에서 행동한다.

찬우는 경시생이라 그런지 어떤 정의로움도 감지된다.
그렇지, 예를 들면 지갑에 돈이 많아도 자기한테 정말 필요한 만 원만 딱 꺼내는 나름의 도덕성! 딱 찬우스러운 선택 아닌가. 그가 지닌 기본적인 선함과 살기 위한 발버둥이 충돌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극 중 두명의 기철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이름을 잘못 들은 건 줄 알았다. 어떤 의도가 담긴 네이밍인가.
감독님이 이렇다 하고 콕 집어 말한 적은 없지만, 유추해 보자면 찬우에게 ‘기철’은 트러블 메이커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철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고, 또 심화되니 말이다. 촬영하면서 영어로 쓰인 옆집 ‘기철’의 이름을 ‘지철’ 뭐 이런 식으로 애드립으로 읽었는데 감독님이 확실하게 ‘기철’로 발음해 달라고 하셨다. 이것만 봐도 확실한 의도가 있는 작명이다.

초반부터 랩으로 시작해서 후반부 위험천만의 순간에서도 랩을 하는 등 여러 차례 프리스타일 랩을 한다. 잘하던데 어떻게 준비했나.
그게 미리 연습하고 들어간 게 아니고, 즉석에서 해야 해서 처음에는 힘들었다. 랩의 주제가 확실하니, 그러니까 랩을 통해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해서 큰 틀에서 사용할 단어만 정하고 들어갔다. 그때그때 라임을 맞추는데 하다 보니 적응되면서 흥겹더라.

이 작품으로 데뷔한 염지호 감독의 과감하게 가지 친, 줄곧 하나의 톤으로 밀고 나간 뚝심 있는 연출이 돋보이더라. 감독님과 호흡은 어땠나.
환상적이었다.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너무 잘 하는 게, 현장의 크고 작은 상황에 아주 슬기롭게 헤쳐 나가셨다. 덕분에 나를 비롯한 배우와 스탭 모두 똘똘 뭉칠 수 있었다. 24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찬우의 호흡은 다채롭게 변화한다. 이를 살리기 위해 감독님과 정말 많은 얘기를 나눴고, 덕분에 전우애가 샘 솟는(?) 현장이었다.

방영 중인 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에서 셰프 ‘도진기’로 분했다. 이런 일상 연기와 <옆집사람>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느끼는 연기의 맛이 있을 것 같다. 어떤가.
배역은 각기 독립된 개체들 같다. 마치 친구를 사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먼저 와서 착 달라붙는 역도 있고, 소심하게 다가와서 마치 학기말에 가서야 친해지는 친구 같은 역도 있다. 역할마다 전혀 다른 친구로 다가오는데 이번 찬우는 처음 보자마자 빠르게 친해진 쪽이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점차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일으켜 세운 동력은 뭘까.
요새 인생의 큰 화두 중 하나가 어떻게 버티느냐이다. 때때로 정체된 느낌이 들어 괴로울 때가 있었다.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려고 했지만, 극복에 집착한 마음이 오히려 나를 더 괴롭히지 않았나 싶다.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하나 둘 잘 될 때 상대적인 박탈감에 조급해지곤 하는데, 조급하지 말자는 생각이 더 조급하게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좀 내려놓고 내면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사니, 한결 여유가 생겼다.

친구들이 잘 되면 곧 내 차례가 오겠구나 싶고, 참여한 작품의 배우가 상을 받으면 마치 내가 받은 만큼 기쁘더라. 크게 성공하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금은 크지 않다. 말이 길어졌는데 작품 자체가 주는 예술적 희열에 집중한 게 지금까지의 동력이라면 동력이다. 규모와 분량에 상관없이 캐릭터와 나의 주파수가 맞을 때 오는 희열이 중요하다. <옆집사람>은 찬우라는 캐릭터와 밀접하게 연결된 기억이 있어서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배우가 되고 싶다는 유일한 목표, 말했듯이 우유부단함을 버리고 한 유일한 선택이었다. (웃음) 되돌아보니 ‘왓’(WHAT)만 있고, ‘하우’(HOW)가 없더라. 멀리 있던 꿈을 좇아 (어느새) 배우가 되긴 했으나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거지.

뒤돌아보며 찾은 나의 ‘하우’는 무색무취, 다시 말해 어떤 색을 입혀도 잘 어울리는 느낌의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다. 그리고 희망사항은 어떤 역이든 진짜를 살아내는 배우가 되는 거다. 드라마든 영화든 픽션이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그 인물로, 그 인물에 달라붙어 살아가는 순간을 많이 가져가고 싶다.

마지막 질문이다. 오동민은 어떤 사람인가.
음…그걸 잘 모르겠다.(웃음) 왜 행복하려면 자기감이 높아야 된다고 하지 않나. 자기감이 쌓여야 자존감도 생긴다고. 한데 나는 내가 누군지 뭘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어떤 배역이 와서 내게 색깔을 입혀 줬으면 하고 갈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진제공. 미스틱스토리


2022년 10월 31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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