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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고 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넷플릭스 < D.P. 2 > 한준희 감독
2023년 8월 10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시즌1의 군 가혹행위 가해자인 ‘황장수’(신승호)는 평범한 복학생이 됐고, 총격사건의 주역인 ‘조석봉’(조현철)은 몸과 마음을 추슬러 ‘준호’(정해인)를 찾아온다. ‘군대’라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평생 마주치지 않았을지도 모를, 무탈했을 이들이다. 2년 만에 < D.P. >시즌2로 시청자를 찾은 한준희 감독을 만났다. 시즌1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한다.

2년만에 시즌2로 돌아온 소감은.

시즌1부터 3년 넘도록 함께해 준 스탭과 배우진에 고마울 따름이다. 좋은 질문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고, 마무리하면서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하다. 징병제 국가가 아니라면 공감도가 낮은 이야기라 글로벌에 어필할까 싶었는데 아침에 비영어권 순위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분 좋고 감사하다.

시즌2는 ‘김루리’ 일병(문상훈)의 총기난사와 무장탈영으로 문을 연다. 특정 사건을 연상시킨다.

총기난사 사건은 실제로 많았고, 특정 사건을 모델로 하지는 않았다. 어떤 사건이 연상된다고 해도 극 중 일어난 사건은 픽션이 맞다. 군 환경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실제로 계속해서 사건이 발생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기는 현실이다. 우리 이야기를 통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

군대는 대한민국 성인 남성이라면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 아닌가. 이들을 향한 헌사와 위로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들에게 한 마디 응원을 전한다면.

나 역시 20대를 지나왔기에 그 시기의 힘듦을 알고 있다. 누구든 각자의 상황이 있겠지만, 지금 하는 일이든 학업이든 군대이든 간에 당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게 가족이든 친구이든 혹은 자기 자신이든 분명히 주변에 있을 테니 이 점을 꼭 기억하고 생활했으면 한다.

두 시즌을 이야기하며 경계한 지점이 있다면.

군대에 징병된 젊은이들을 가해자와 피해자로 특정하여 이분화하지 않았다. 극에 등장하는 모든 군장병은 피해자면서 가해자로 그리고 싶은 바람이 있었고, 가해와 피해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했다.

시즌1이 ‘준호’(정해인)와 ‘호열’(구교환)을 주축으로 한 버디 무비 같았다면, 시즌2는 좀 더 묵직하고 사회적인 드라마라는 인상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석봉의 충격적인 사건 이후 시즌2는 남겨진 이들 그러니까 준호, 호열, ‘범구’(김성균), ‘지섭’(손석구) 등의 이야기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후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지 그려보고자 했다. 대한민국의 군대라는 문화가, 비단 군대만이 아니라 학교이든 직장이든 수직적인 관계가 많지 않나. 이러한 조직 문화와 시스템하에서는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도 이의를 제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준호 같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고, 그로 인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변화의 필요를 인식하고 변화를 앞당긴다고 생각한다.

전작과 달라진 분위기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하다. 준호-호열 콤비의 활약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청자들도 꽤 있고. (웃음)

그럴 수도 있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에피소드를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과연 석봉의 사건을 겪고 나서 D.P. 일을 이전과 같은 온도로 수행할 수 있을까. 눈앞에서 총격을 목격했는데, 다시 예전과 같은 마음과 자세로 그 일을 한다? (말했듯이) 상처를 극복하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그들을 그리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영향을 주고 또 누군가는 영향을 받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임지섭 대위의 비중이 부쩍 커졌다. 혹시 손석구 배우의 인기가 반영된 부분이 있을까. (웃음)

그렇지 않다! 그가 메인 캐릭터로 부각된 에피소드가 있기는 하지만, 남겨진 이들이 군대라는 시스템과 부닥치는 과정에서 간부가 반기를 들고 직접 붙을 부분이 필요해서였다. 시즌2 각본은 배우가 인기몰이하기 전에 이미 나온 상태였다. (웃음)

언급한 임지섭 대위가 메인 롤인 에피소드인 4화 ‘불고기 괴담’은 GP 내에서 발생한 사고사의 진상 규명을 다룬다. 철저한 고증 혹은 과장된 현실이라는 상반된 의견이 공존하더라.

이 작품을 준비하며 군생활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지만, 그게 전체를 대표하거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군대 내 부조리와 가혹 행위 등에 대한 경험도에 따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거다. 고증을 거치되, 여기에 상상력을 발휘해 장르적으로 차용한 부분이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구자운’ 준장(지진희)과 ‘오민우’ 준위(정석용)는 너무 대놓고 빌런 아닌가! (웃음) 노골적으로 그린 의도가 있을 것 같다.

시스템을 의인화한 인물이라… (웃음) 시스템이라는 게 인간적이거나 다채로움과는 거리가 멀지 않나. 딱딱한 벽 같은 속성을 떠올리며 구축한 캐릭터다. 구자운은 강력한 시스템 자체를 장르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고, 오민우는 지금 같이 개선되기 이전의 군대 그러니까 좀 더 야만적인 군대의 느낌을 표현한 인물이다.

범구의 변화 역시 인상적이다. 원래도 ‘자기 새끼’를 감쌀 줄 아는 인물이었지만, 완전히 멋지게 변모했다.

현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인물은 아닐 거다. 시즌1과 2, 12개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점점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인물이 한 명은 있었으면 했다. 상명하복이 전부인 군대라는 조직과 그 생활에 어떤 염증도 있었을 거고, 별생각이 없다 가도 자식 같은 아이들이 다치는 모습을 거듭 보면서 아이들을 챙기게 되지 않았을까. 내부고발은 드물지만 실재하고, 또 내부고발로 인해 좋은 결과물을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시리즈에서는 그래도 좀 더 희망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설정 중 궁금한 점 몇 가지! 초반의 호열은 실어증에 걸려 말하지 못한다. 하지 않는 걸까, 못하는 걸까! 또 임지섭 대위와 ‘서은’ (김지현) 중령의 관계가 전직 부부인 이유는?

음… 정말 못하는 건지 아니면 스스로 입을 다문 건지, 사실 정확하게 정하고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구교환 배우가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다. 다만 사람은 큰 사건을 겪고 나면 어떤 행동이나 태도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호열에게는 그게 ‘말’이 아닐까 했다. 임지섭 대위와 서은 중령은 가까웠지만 지금은 멀어진 관계, 한편으로는 군인대 군인이었다가 군인대 민간인(서은 중령)으로 변하는 관계의 인물이 필요했다.

시즌2에서 눈에 띄는 액션이 있다. 하나는 오민우의 현란한 발차기, 다른 하나는 부쩍 업그레이드된 듯한 준호의 싸움(?) 능력이다. 그래서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시선도…

오민우는 자체로 빈틈이 없어 보이지 않나. 그 장면의 경우는 여러 컷으로 나눠 찍은 부분도 있고, 또 배우가 원체 날렵하기도 했다. 정해인 배우는 준호의 뛰어난 싸움 실력을 소화한 것도 대단하지만, 그보다도 준호라는 인물 즉 ‘왜 안되는지’에 대해 자문하는 자신을 표정만으로 표현해냈다. 그 융통성 없어 보이는 얼굴이 너무 좋았다. 사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부분은 이런 액션보다는 결말이라 하겠다. 국가를 상대로 이긴 재판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는데, 현실을 반영해 패소하는 이야기로 간다면 시즌2를 만든 의미가 없을 것 같더라. 용기 낸 그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이야기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드라마틱하다고 할지언정 국가가 사과하는 순간을 보여주게 됐다.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황장수’ (신승호)의 모습이 스쳐 지나가는 엔딩과 준호를 찾아온 ‘석봉’의 모습이 담긴 쿠키 영상이 여운이 짙더라. 군대라는 공간만 아니었다면, 무탈했을 이들 아닐까.

황장수는 잘 지내고 있지만, 준호를 본 순간 어떤 상처가 떠오르지 않았을까. 석봉은 얼굴에 깊은 상처가 났지만, 그럼에도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 자신을 위해 애써준 준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컸을 거고, 그래서 당연히 준호를 찾아갈 거로 생각했다. 이렇듯 시즌1과 시즌2는 이어지는 이야기이고,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등장하니 한 호흡으로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보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질문! 취재진에게 손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시즌1을 많이 지지해 주셔서 시즌2를 작업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감사함을 전하는 동시에 시즌2에서 말하고 싶은 진심을 좀 더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무엇보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3년 8월 10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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