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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배우” <1947 보스톤> 임시완 배우
2023년 10월 12일 목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사회초년생부터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까지 맡는 캐릭터 족족 제 옷처럼 소화해내며 이제는 아이돌보다 배우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임시완이 이번엔 마라토너로 분했다. 강제규 감독의 신작 <1947 보스톤>에서다. 체지방 6%를 유지하고 8개월 가까이 훈련을 지속하며 태극기를 달고 승리를 거머쥔 최초의 마라토너 ‘서윤복’ 그 자체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임시완은 “어떤 것도 담을 수 있는 배우”가 목표라고 말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관객과 만나게 됐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캐스팅 시점에서 보자면 4년, 크랭크인 한 지는 3년이 넘었다. 3~4년 전의 연기다 보니 낯간지럽기도 하고 당연히 지금에 비해 부족함이 느껴졌다. ‘저 장면에서 더 채워 넣을 수도 있었는데, 저 상황에선 웃기는 것도 넣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면서 아쉬운 점들을 찾게 되더라. (웃음) 그래도 오래 전에 찍은 덕에 경기 장면에선 더 이입하고 응원하면서 볼 수 있었다. 내가 연기했지만 결과를 모르는 사람처럼 ‘윤복’이 마지막 레이스에서 꼭 1등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봤다. (웃음)

시나리오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이 대본을 처음 봤다. 작품의 장점이 뭔지 제대로 분석하기도 전에 뭉클한 느낌부터 받았다. 그러다가 변요한 형을 만나서 이런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더니 마음에 들면 그냥 하는 거라고 툭 던지더라. (웃음) 거기서 확신을 얻고 해야겠다고 바로 결정했다.

역사적인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그런 대단한 분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 영화를 하면서 역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물을 대변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나 또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라는 마음가짐으로 ‘윤복’을 연기했다.

촬영 기간 동안 체지방 6%를 유지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원래 탄수화물을 좋아하고 간식도 좋아한다. 그런데 마라토너의 체형을 만들기 위해 간식도 끊고 닭가슴살에 샐러드 위주로 먹었다. 운동도 당연히 병행했다. 영화를 찍을 때 현장에 밥차가 오지 않나. 우리 팀 밥차가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었는데 그걸 포기했다! (웃음) 맛있는 거, 먹는 거 좋아하는 내가 그걸 완전히 끊으니 예민해지더라. 손끝의 말초신경까지 살아나는 느낌이랄까. 달리기보다 몸매 유지하는 게 훨씬 힘들었다. (웃음)

체력적으로 고된 촬영이었을 거라 예상되는데 식단 조절까지 하느라 배로 힘들었겠다.
배역과 스토리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있다 보니 평소보다 더 엄격하게 준비했던 거 같다. 다시 하라고 하면, 또 그런 식으로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하고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면 출연을 결정하기에 앞서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 같다. (웃음) 사실 연습하다가 힘든 순간이 많았다. 내 욕심 때문에 무리해서 달리다가 그런 거다. 그렇게 뛰고 나서는 한동안 절뚝거렸다. 다행히도 촬영할 때는 그런 일이 없었다.

따로 달리기 훈련을 받았나.
훈련을 받기는 했는데 실제 국가대표의 훈련 강도를 모르기 때문에 비교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배우보다는 선수에 가깝게 연습한 것 같다. 촬영 전 3개월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해서 촬영하는 5개월 동안 달리기와 몸 만들기를 놓지 않았다. 마지막 경주 장면을 위해 호주에 머무르는 3~4주 동안은 거의 매일 뛰었던 거 같다. 멜버른 인근에 밸러렛, 질롱 같은 작은 마을이 있는데 그런 곳에서 주로 뛰었다. 그때 찍힌 사진이 지역 신문 1면에 나오기도 했다. (웃음)

<1947 보스톤> 이후 가수 션이 이끄는 러닝 크루에 가입했다고.
영화를 찍고 난 이후로 러닝에 푹 빠졌다. 새로운 공간에 갔을 때 뛰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들 정도다. (웃음) 그래서 작년 칸 국제 영화제에 갔을 때 기온도 높고 스케줄도 안 되는데 굳이 시간을 내어 뛰었을 정도다. 션 형님이 최근에 <1947 보스턴>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19.47km 달린 뒤 사진을 보내주기도 했다.

달리기의 매력이 뭘까.
단순하고 명쾌한 목표가 있는 게 좋다. 달리기에는 시작점이 있고 도착점이 있지 않나. 달리는 동안 별다른 생각을 안 할 수 있고 목표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웃음)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연기할 때도 머리가 복잡했다. 달릴 때마다 머리를 비웠더니 이제는 모든 걸 명쾌하게 받아들이고 간결하게 행동한다. 연기를 하는 동안에도 어떻게 하면 좋은 연기,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생각만이 나를 꽉 채운다. 생각을 행동으로 곧장 옮기는 습관도 생겼다. ‘밥 한 번 먹자’는 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건 그래서다. (웃음)

’손기정’을 연기한 하정우 배우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정우 형은 이것저것 아는 게 많다. 영화보다는 인생 이야기,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웃음) 정우 형이 부러운 점이 나는 연기를 할 때 거기에만 집중해서 시야가 줄어드는데, 정우 형은 연기를 할 땐 집중하되 그 외의 시간엔 촬영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면서 긴장감을 낮추더라. 그런 점을 배우고 싶다.

강제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내가 가족들과 처음 본 영화가 <쉬리>(1999)였다. 유년시절에 큰 영향을 준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웃음) 강제규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는데 같이 일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현장 자체가 변수의 집약체이지 않나.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언성이 높아질 수 있는 상황도 생기는데 감독님이 목소리 높이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배우들이 부담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노력하시더라. 감독님이 그런 인품이니까 자연스럽게 현장 분위기 자체도 좋았다.

감독님이 첫 신부터 마지막 신까지 별다른 지시를 주지 않으셨다. 그게 방관이 아니라 포용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떤 연기를 하고, 현장에 어떠한 변수가 생기든 아우를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감독님이 만들어 낸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게 배우이지 않나. 그 놀이터를 크게 만들어 주니 어디서 뛰놀아도 재미있더라.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큰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존경심이 우러났다.

이제 가수보다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더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어떤 배우가 되고자 하나.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통해 임시완이라는 배우의 색깔과 방향성이 차츰 정해지는 거 같다. 앞으로도 어떤 기회가 올지 모르니,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게 준비하려 한다.



사진제공_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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