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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함 속에 숨겨진 연기 열정 <주문진> 황보라
주문진 |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계속되는 인터뷰 때문에 힘들겠다. 제작보고회 때도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괜찮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웃음)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매력을 느껴서 영화에 출연하게 됐나?
연기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감독님을 믿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그랬다. 학교 수업시간에 책으로 봤던 하명중 감독님의 이름석자만 듣고 출연을 결정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무조건 해야 한다고 몸이 먼저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또 감독님이 연세가 있으셔서, 언제 또 같이 작업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오디션 볼 때, 남다른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조금 수정됐는데, 처음 시나리오에서 내가 연기한 진이는 굉장히 독특했다. 손톱에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가지 색을 칠하고,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친구였는데, 그 모습을 그대로 하고 오디션을 보러갔다. 그 때 감독님은 내 모습을 보더니 “음 배우의 자세가 되어있군”이라고 말씀 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의 노력을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였던 건 두 배우의 움직임이었다. 고스트(김기범)는 정적인 움직임을, 진이는 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영화의 흐름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봐줘서 감사하다. 영화 촬영 때 내가 미친 듯이 뛰면 고스트는 천천히 걸어갔다. 남녀차별도 아니고, 참(웃음). 아마 별장 계단을 만 번은 뛰었을 거다. 더 힘들었던 건, 몸은 동적인데, 감정은 정적으로 움직여야 했다는 것이다. 정말 몸 따로 마음 따로 연기하느라 고생했다.

극중 달리기가 남다르다. 처음엔 진이가 육상선수인줄 알았다.
진이 분장을 하고 옷을 입으면 자연스럽게 전력질주를 하게 된다.(웃음) 진이는 하늘나라로 간 아빠를 보고 싶은 마음에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달리기를 한 아이다. 그래서 실제 육상 선수처럼 손바닥을 쫙 피고 매번 전력 질주했다. 처음에 그 모습을 본 카메라 감독님이 “여자애가 무지막지하게 뛴다”며 놀래기도 했다.(웃음)

진이의 뜀박질이 최고조에 이르는 건, 등대부터 별장까지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이다.
157신부터 168신까지의 장면이었다. 그 때 너무 힘들어서 신까지 다 외워버렸다.(웃음) 그 때가 촬영 막바지였는데, 고스트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품은 채 뛰어야 하니 부담감이 더 컸다. 결국 응급실에 실려 가기까지 했다.(웃음) 하지만 그 장면을 통해, 때론 사람의 얼굴 표정보다, 뒷모습이 더 슬픈 감정을 표현 해 낸다는 걸 깨달았다.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다.
감독님이 촬영에 들어가면 엄격해 지는 스타일이라고 들었다. 연기 할 때 괜찮았나?
캐스팅 되고 나서부터 고생 시작이었다.(웃음) 아침마다 감독님이 시험을 냈다. 어떤 씬에서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대사와 행동은 해야 하는지를 알아맞히는 시험이었다. 만약 감독님이 낸 문제를 틀리면 그날은 지옥을 맛봐야 했다.(웃음) 그래서 총 168신을 다 외워버렸다.

몸이 고되고, 몸에 쥐가 났지만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 같다.
감독님은 자신만은 확고한 연출 방식이 있는 분이다. 배우는 움직임과 눈빛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적인 요소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신다. 극중 진이가 고스트에게 밥을 차려주는 장면이 있는데, 지아비를 모시는 부인처럼 보여야 한다며 생선 머리도 고스트 앞으로 향하게 놓게 했다. 또 여자는 고양이처럼 보여야 한다고 주문해서, 촬영 때 되도록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더불어 감독님은 전통이 깔리지 않는 영화는 가짜라고 말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 디지털로 찍었지만 약간, 올드한 느낌도 난다. 자유스러운 연기는 꿈도 못 꿨는데, 감독님은 아예 황보라를 버리고 진이처럼 살라고 말했다. 평소 밥 먹을 때, 걸을 때 심지어 숙소에서 쉬고 있을 때도 진이스럽게 하라고 주문했다. 숙소에서 팩도 못했다.(웃음)

예상외로 캐릭터에 대한 주문이 많았나 보다.
극중 진이는 감독님의 평소 로망 했던, 그리니까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다. 그래서인지 의상이나 소품팀이 있었지만 진이에 관한 모든 것들을 내가 스스로 관리하기를 원하셨다. 영화 하면서 처음으로 신 리스트 등을 나 혼자 일일이 체크해 봤다. 감독님은 자신의 분신을 연기하는 나에게 애정과 집착을 동시에 보이며 촬영을 이끌어나갔다.

캐릭터를 표현하기 수월하지 않았을 것 같다. 촬영하면서 언제쯤 포인트를 잡았나?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를 위해 나 자신을 바꿔야 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초반 감독님과 의견충돌이 있어서 깊은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시나리오도 자주 바뀌어서 더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고스트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잃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다독여줬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울고불고 욕하며 정말 고스트를 사랑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아마 그 때부터 캐릭터를 잡아나간 것 같다. (웃음)

얘기를 들으니 멜로 영화가 아닌 고난 영화다.
맞다. 고난 영화다.(웃음) 겉으로 보면 너무나 동화스럽고 잔잔한 영화지만, 그 속에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맞먹는 고난의 시간이 있었다.(웃음)

극중 황보라씨 달리는 장면을 보면 액션 배우들 못지않은 면모를 볼 수 있다.
원래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액션 장면이 많은 류승완 감독님 영화를 선호한다. 예전에 아크로바틱을 해봐서 그런지 몸으로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거기에 대한 자신감도 이었다. 그런데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찍으면서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다. 넘어지는 것도 단순히 넘어지는 게 아니라, 한 번 구르면서 착지하는 고난위도의 액션을 요구하셔서 애 많이 먹었다. 그런데 그 장면이 영화에서 편집돼서 너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진이 캐릭터는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해 보인다.
실제 <아멜리에>의 오드리 토투를 모티브로 삼고 진이를 만들어 갔다. 워낙 좋아하는 배우인데, 연기가 딱 떨어지고 깔끔해서 마음에 든다. (오드리 토투의 표정연기를 보여주며) 오드리 토투처럼 일부러 표정도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주문진>은 만화적 요소가 많은 영화다. 그래서 판타지, 만화 그리고 진이 이렇게 세 단어를 곱씹으면서 캐릭터를 잡아나갔다.

진이의 의상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소품인 스톱워치(시간을 기록하는 휴대용 시계)는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
감독님과 상의를 통해 소품을 설정했다. 스톱워치 같은 경우는 중간에 종이인형으로 바뀐 적이 있는데, 최종적으로 스톱워치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스톱워치를 가지고 두 달 동안 뛰면서 운동화가 3켤레나 다 닳아 나갔다. 발에 굳은살도 생기고 다리도 굵어졌다.(웃음) 생각해 보면 여배우로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을 많이 겪어봤다.

별장이 너무 좋아 보였다.
정말 마법 같은 곳이었다. 별장에서 촬영을 많이 했는데, 새벽에 되면 주변에 안개가 자욱히 끼어서 더욱 아름다웠다. 실제 운영 하는 팬션인데, 알아보니 가격이 꽤 비싸더라.(웃음)

영화 속 그림자놀이 하는 모습이 특이하더라.
진이라는 캐릭터를 좀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손으로 새를 만든다거나 멍멍이를 만든다거나 하는 그림자놀이를 삽입해봤다. 그것도 촬영 전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독학으로 배운 거다.

기범씨는 기타를 치던데, 그럼 그것도 독학으로?
아니다.(웃음) 강원대학교 동아리에서 기타를 가르쳐 줬다. 시간이 날 때나 심심할 때 같이 참여해서 연주 한 적도 있었다.

혹시 하명중 감독의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최후의 증인>을 봤다. 그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님이 나에게 치는 호통은 아무것도 아니구나 생각했다. 영화에서 감독님은 경찰 역을 맡았는데, 그 추운 겨울날 전국 방방곡곡을 다 다닌다. 그것도 옷 한 벌로. 물어봤더니 그 옷 동대문에서 직접 구입한 거라고 하시더라. 그거 보고 나서 ‘투덜투덜’거리면 안되겠구나 생각했다.

아무리 엄한 감독님이라도 배우출신 감독이라 배우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매번 엄하게 하셨지만 감정을 잡을 때만큼은 굉장히 배려를 많이 해줬다. 그때 되면 언제 혼냈냐는 듯이 "우리 배우" 라고 하면서 챙겨주셨다.(웃음) 그리고 스텝들에게도 "우리 주연 배우 감정 잡는다. 조용히 해"라고 말했다. 또 여배우를 존중한다며 내 앞에서는 다리도 꼬지 않았다. 촬영 끝나고, 감독님이 “이 세상 살면서 너만큼 맑고 깨끗한 아이는 처음”이라고 말해줬다. 모진 말만 듣다가, 그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웃음) 배우는 아무리 연출자가 힘들게 해도 따뜻한 말 한마디에 그동안 쌓았던 앙금이 눈 녹듯 다 풀어진다. 마지막에 이런 감동을 줄지는 몰랐다.
상대배우가 소녀들의 로망인 슈퍼주니어의 김기범이다.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을 것 같다.
촬영 중에는 그런 의식을 해 본 적이 없다. 2개월 동안 주문진에서 찍었는데, 팬들이 찾아 온 적은 없었다.(웃음) 또 기범씨 자체도 연기에 몰입하며 배우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인지 별로 의식하지 않고 연기하며 잘 지냈다. 그런데 시사회가 끝나고 팬 사인회 때 새삼 깨달았다. 기범씨가 소녀들의 로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웃음) 팬 분들이 정말 많이 와서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했다. 그 때 아이돌의 파워를 바로 느꼈다.(웃음)

언론시사회 때도 그 파워를 느꼈다. 영화를 보다가도 기범씨만 나오면 연신 탄성을 지르는 소녀들 때문에 한편으로 무섭기도 했다.
맞다. 나에겐 공포였다.(웃음) 그래도 한 편으로는 고맙게 느낀다. <주문진>이 소녀들의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그런지 시사회 때 재미있게 봤다고 하더라. 지금 현재 슈퍼주니어 팬들만 믿고 있다.(웃음)

기범씨는 나이와는 다르게 의젓한 모습이 있는 것 같다.
어른스러운 부분은 있다. 그래도 시시회 때 보니까 천상 아이돌이었다. 소녀들에게 자연스럽게 손도 흔들고(웃음)

기범씨에게 보라씨는 좋은 누나인가?
아직은 진이! 아직도 서로를 고스트, 진이라고 부른다. 영화가 개봉하고 끝날 때까지는 계속해서 그렇게 부를 것 같다. 이후에 누나라고 안 부르면 (주먹을 불끈!) 기범이는 알아서 잘 하는 동생이니까(웃음)

상대배우로서 기범씨에게 배울 만한 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집념이 강하다. 그리고 연기할 때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는 배우다. 그래서인지 소년보다는 강한 남자느낌이 난다.

극중 둘 다 물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늦가을에 촬영한 걸로 알고 있는데,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겠다.
11월에 촬영한 장면인데, 그 때 마침 첫 눈이 올 정도로 추웠다. 그 장면 찍으면서 에피소드가 있다. 고스트가 먼저 물에 들어가고 진이가 따라 들어가는 장면이었는데, 의도하지 않게 카메라 상에서 내가 앞에 있는 고스트를 가렸다. 그 추운 날, 나 때문에 기범이는 오랜 시간 물속에 있어야만 했다. 그 때 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입으론 “아싸! 꼬시다!” 하며 쾌재를 불렀다. 촬영 후 기범이가 추위에 떨면서 푸념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주문진이라는 공간은 황보라씨에게 어떤 공간이었나?
철저하게 외로운 공간이었다. 방은 고요하지, 밖에는 끼룩끼룩 갈매기 소리만 들리지. 생각만 해도 외롭지 않나?(웃음) 그래도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안 좋은 식습관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매워서 입에 대지도 못한 김치를 먹게 됐다. 이제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몸이 안 좋으면 요양을 간다는 말을 이해하겠더라. 몸은 고되고, 외로웠지만 전보다 건강해졌다. 이젠 어느 정도냐면 발바닥 지압할 때 쓰는 자갈돌 위를 하염없이 뛰어다녀도 아프지 않다. 그 정도로 몸이 강해졌다.(웃음)
영화 촬영하기 전에 8kg 감량했다고 들었는데
처음에 적응을 잘 못하고, 밥도 잘 먹지 못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빠졌다. 기범이도 똑같이 살이 빠졌다. 근데 주문진을 떠나자마자 둘 다 바로 살이 쪘다.(웃음)

이번 영화를 통해 주문진 홍보대사로 위촉된 걸로 알고 있는데, 추천할 관광지가 있다면?
주문진은 전체가 관광지라 할만하다. 그곳은 내가 지금까지 가본 지방 도시들 가운데 가장 발전이 덜 된 곳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분위기. 부산도 바다가 있지만 이제는 너무 관광도시가 돼서 시끄럽고 번잡하다. 이에 반해 조용한 주문진은 마음의 평안함을 주는 도시다.

예전 주문진을 갔었는데, 인심 좋은 식당 아주머니께서 밥을 많이 퍼 줬던 게 기억난다. 또 우연히 초등학교에 들어갔는데,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느꼈던 오래된 분위기가 그대로 살아있어서 좋았다.
맞다. 녹은 약간 슬었지만 그네, 미끄럼틀 등등 그런 옛 것들이 너무 좋다. 강화도도 좋다고 하던데, 여행 좋아하나 보다.

그런 편은 아닌데……(웃음) 예전 인터뷰를 살펴보니, 카메라 메고, 메모지 들고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옛날에는 중국 여행을 많이 다녔다. 중국에서도 주문진처럼 옛 풍경이 남아있는 곳을 많이 찾아 다녔다. 이상하게도 우리나라 60~70년대를 연상시키는 장소가 끌린다. 예전에 교회를 통해 그곳 사람들을 도와주러 간 적도 있는데, 그런 옛 공간들이 좋다. 최근 촬영 끝나고 태국도 다녀왔는데, 너무 좋더라. 휴양지라서(웃음)

2003년도 SBS 공채 탤런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벌써 7년차 연기자다.
7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백지상태니까 주변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감 있게 했는데,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나니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예전의 자신감이 많이 사라졌다. 또 옛날에는 인터뷰도 잘했는데, 요즘에는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말도 더듬더듬 거리고 툭하면 울고 그런다.(웃음) 이제는 과감한 연기를 펼치기보다 한 장면마다 소중히 생각하며 연기한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 조연으로 많이 출연했는데, 이번 영화는 주연이다. 설레기도 하고, 부담도 있을 것 같다.
처음이다.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제일 먼저 올라가는 걸 보고 있자니, 예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홀로 객지 생활했던 것도 생각나고, 지금까지 이거 하려고 고생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감동적이었다.(웃음)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 그런데 이제까지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들은 나름대로 등장하는 이유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반면 드라마는 영화보다 복이 없었다. 오디션을 보면 다 떨어진다. 배우가 자신에게 맞는 작품을 찾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들 하는데, 아직까지 그 작품을 못 만났다. 연기 외에 다른 문제들도 있기에 드라마에서 조연으로도 출연했는데, 웬만하면 이유 있는 역을 하고 싶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당연히 부담감도 느꼈다. 예전에는 왜 주연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됐지, 왜 흥행에 신경 쓰고 제작사를 신경 쓰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헌데 이번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주연배우는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연기는 물론이고, 스텝들도 잘 챙기고 분위기도 잘 이끌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런지 <라듸오 데이즈>때 (류)승범 오빠가 보여줬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이해가 가더라.
<좋지 아니한가> 때, 고등학생인 용선이를 연기하기 위해 학교를 갔었다고 들었고, 이번 영화를 위해서는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주문진에 미리 내려갔다고 들었다. 연기를 하기 전에 그 배역을 미리 몸에 익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나만의 메소드 연기다.(웃음) 내가 솔직히 연기가 많이 부족하니까 몸으로라도 부딪혀야지 하는 생각이 있다. 그럼 OK가 난다. 꾀부리면서 대충 넘어지고 하면 바로 NG가 난다. 일단 부딪혀 봐야 한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다. <주문진>에서 물에 빠지는 씬을 찍을 때, 어설프게 허우적거리니까 감독님이 바로 뭐라고 하셨다. 그래서 OK 받으려고 열심히 허우적거렸다.

<주문진>이 멜로 영화이다 보니 안 물어볼 수가 없는데, 황보라씨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인가?
매번 바뀐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이별’이라고 얘기했었다. 살면서 사랑과 이별을 경험해 보니,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랑은 이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사랑은 ‘원 러브(one love)’라 말하고 싶다. 하나의 사랑은 있는 것 같다. 고스트와 진이처럼(웃음)

하나의 사랑이라. 어서 빨리 그걸 찾아야 할 텐데……
그러니까 말이다. 사랑하고 싶은 계절이다.(웃음)

개인적으로 다른 배우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절제가 가장 부족하다. 그날 감정을 잡아야 하는 장면이 있으면 아침부터 예민해져서 눈뜨자마자 슬퍼서 운다. 정작 촬영은 오후인데, 찍기 전부터 눈이 퉁퉁 부어가지고 많은 이들의 애를 먹였다. 눈이 부었을 때, 감독님이 뛰라고 했는데, 뛰다보면 신기하게 눈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곤 했다.(웃음)

그러고 보니 인터뷰 중 1/3이 다 뛰는 얘기다.
그런가! 다음에는 제발 뛰는 연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웃음)

앞으로 관객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착한 배우. 연기 이전에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요즘에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만약 돈을 많이 번다면 불우 이웃을 위해 단체도 만들어 보고 싶다. 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연기를 통해 누군가를 변화 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마음이 먼저 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가 항상 하는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제 그 말을 알 것 같다. 앞으로 남을 속이지 않고, 나 자신도 속이지 않고 정당하게 연기하고 싶다.

오드리 햅번처럼 되고 싶다는 말인가?
아! 오드리 햅번. 그렇다. 오드리 햅번처럼.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28일 목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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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네요...   
2010-01-3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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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배우   
2010-01-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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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네요..!!ㅎ   
2010-01-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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