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사무라이 -honor!!
톰크루즈.. 정말 멋있는 배우다. 그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했던 나로서는, 그 내용이야 어떻든 일단 봐야겠다 생각한 영화였다. 물론, 이 영화는 굉장히 괜찮은 영화였다. ‘2004년을 여는 액션 대서사시’라는 표제와 함께 등장한 웅장한 전투씬, 박진감있는 음악과 함께 잘짜여진 스토리 전개 등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이 남은 영화였다. 흥행에 성공하리라는 예감도 들었다. 초반부에 안개 속에서 알그렌(톰크루즈)이 호랑이가 그려진 사무라이의 깃대를 가지고 휘두르는 장면은 한스짐머의 음악과 함께 사무라이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빨간망토차차에서 사랑, 용기, 희망으로 주문을 외웠다면, 이 영화에서는 honor(명예) Courage(용기) Loyalty(충성)을 역설했다고 할 수있다. “사무라이의 검은 그들의 영혼”이라고 그들을 신성화 시키며 “의(義)”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 때문인 지 보는 가운데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이 영화의 좋은 점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어 보려 한다.
먼저, 이 영화를 통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얕고 어렴풋한 그리고 편견으로 싸인 사무라이에 대한 생각도 바꾸게 되었다. (물론, 영화를 보고도 바꿀 수 없는 부분도 있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대한 열등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헐리우드의 영화에서 동양의 신비로움을 주제로 한 영화에는 일본이 유난히 많이 등장한다. 우리나라만의 동양적인 아름다움도 많은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나라에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인터넷에서는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개봉 시기가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라던지, 독도우표 발행발표 등 양국 사이의 껄끄러운 상황이 깔려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영화 평론도 그리 좋지 않은 반응들로 가득했다. 흥미위주의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사무라이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것이다. 개인으로서 나도 현재의 일본의 망언들을 듣자하면 분통터지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영화에서 그려낸 사무라이의 정신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최소한 그들이 영화에서 보여준 “남편을 죽인 적장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여인”에게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려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희생을 통해서라도 이루려 하는 노부타다의 충성(loyalty)과 카츠모토의 사무라이의 명예(honor)는 눈물겨웠다. 이러한 것들을 다 제쳐두고라도 서양의 총기에 맞서 싸우는 진정한 사무라이들의 칼로서의 대항은 멋있게 보였다. ‘칼은 총보다 강하다’라고 말해도 괜찮은가?
“우리도 이 벚꽃들과 같이, 우리들도 언젠가는 지겠지.” “벚꽃처럼 모두가 죽어. 그러나 모든 건 존재의미가 있지. 그걸 아는 게 무사도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지만, 사무라이에 대한 좋은 감정은 이 부분에서 시작된 것 같다.
또 “라스트 사무라이”는 전쟁의 피해상을 다른 방면에서 조망하고 있다. 알그렌 이란 인물을 통해 전쟁으로 고통받는 것이 피해자로서 죽음에 이르거나 부상의 아픔을 겪는 것 이외에 실제로 승리를 하고도 치유할 수 없는 인격체로서의 자책감에 빠지는 일이다. 인디언 학살에 동원되었던 알그렌은 고통으로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결국 술로 찌들려 사는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다가 일본의 근대화라는 흐름을 따라 태평양을 건너 머나 먼 일본땅으로 떠나게 되고, 그 속에서 사무라이에게 포로로 잡혀 함께 생활하면서 백인의 알그렌이 사무라이 정신에 매료되어 간다는 그런 내용이다. 결국 라스트 사무라이는 톰크루즈 였던 것이다.
“라스트 사무라이” 느낌은 톰크루즈의 주연으로도 돋보였지만, 전체적인 영화에서 주는 느낌도 좋았다. 일본, 뉴질랜드, 미국으로 다니며 찍은 실감나는 큰 스케일에도 한표. 특히 연기 잘하는 일본인들을 많이 알게 된 것도 기뻤다.
그리고 나의 흥행에 성공하리란 예감은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빗나간 것 같다. 시간적인 상황이 그러했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일본의 자문화 극찬과 헐리우드의 흥행위주의 흐름이 합작했다는 평가 때문이었기도 했으리라.. 하지만, 반일 감정을 조금만 줄여서 이 영화를 바라보라.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고자 노력해보라. 아마, 톰 크루즈가 명예, 용기, 충성으로 똘똘 뭉친 사무라이로 태어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