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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사무라이
파란 눈의 무사, 벚꽃 같은 죽음에 매혹되다 | 2004년 1월 7일 수요일 | 임지은 이메일


때는 1870년대. 남북전쟁 참전용사 네이단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는 전후 퇴색한 명분 앞에 괴로워한다. 용기와 희생, 명예와 같은 군인의 덕목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버리고, 어느틈엔가 그는 전쟁영웅에서 새로 나온 라이플 총을 선전하는 쇼무대의 어릿광대로 전락해 있다. 무엇보다 알그렌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여자와 아이들까지 모조리 죽음으로 몰아넣은 인디언 학살의 기억. 존재의미를 잃은 군인은 손에 쥔 술병의 힘을 빌어 하루하루를 연명해 나간다.

한편 태평양 건너 일본에서는 근대화―엄밀히 말하면 서구화―의 기치를 내세운 개화파와 그에 반기를 든 사무라이 집단의 대립이 한창이다. 개화파의 조종을 받는 메이지 천황은 신식군대를 훈련시키기 위해 남북전쟁의 영웅 알그렌 대위를 교관으로 초빙한다. 돈에 팔려 용병처럼 일본을 찾은 알그렌은 명장 카츠모토(와타나베 켄)가 이끄는 사무라이들과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되고, 산골 깊숙이 위치한 그들의 마을에 합류해 복종과 명예로운 죽음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는 무사도를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전쟁을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아닌 가치의 충돌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라스트 사무라이>는 본질적으로 전쟁영화보다는 웨스턴 무비에 가깝다. 특히 사무라이들의 포로가 된 톰 크루즈가 기모노를 입고 사케(정종)를 마시며 일본 마을 공동체에 서서히 젖어드는 모습에서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늑대와 춤을>을 떠올릴 듯([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만의 표현에 따르면 "기모노 입고 늑대와 춤을"이다). 아닌게 아니라 <늑대와 춤을>에서 인디언들을 학살하는 백인총잡이들이 비인간적으로 그려진 것과 유사하게 카츠모토가 이끄는 사무라이와 대립하는 개화파 관료들은 탐욕스럽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라스트 사무라이>가 이야기하는 중심 화두가 명분의 문제임에도, 정작 후반부로 갈수록 '그들의 명분'에 선뜻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특히 알그렌이 괴로워하는 가장 큰 이유가 명령에 의해 자행해야 했던 인디언 학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천황군의 총격 앞에 초개같이 스러져 가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은 불편하게 비친다. 문명의 탈을 쓴 비인간과 권력에 욕지기를 느꼈던 군인 알그렌은 옷만 바꿔 입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함정 안으로 발을 내디딘 셈이다.

아닌 게 아니라 <라스트 사무라이>의 비장미가 설파하는 것은 권력의 비정함이나 전쟁의 잔혹상이 아니라 개인의 존재의미다. 그런 맥락에서 카츠모토의 대사 "벚꽃처럼 모두가 죽어. 그러나 모든 건 존재의미가 있지. 그걸 아는 게 무사도야."는 영화를 가장 적확하게 요약하는 구절. 고독한 눈빛으로 "내 삶의 잔인한 아이러니여"를 읊조리는 톰 크루즈를 보면서 미리 예감했던 바이긴 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죽음의 미학이라는 '스타일'을 철저히 추종한다. 무사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하는 감독 에드워드 즈윅의 충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천황 앞에 머리를 조아린 채 카츠모토의 비장한 죽음을 증언하는 알그렌의 모습이 어딘가 어색했던 것처럼 즈윅 역시 매혹적인 '일본문화라는 옷' 안에 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않은)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얘기다.

한편 한국의 관객들이 <라스트 사무라이>를 향해 어느 정도 못마땅한 시선을 미리 견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감독 스스로 카츠모토의 모델이라고 밝힌 바 있는 사이고 다카모리는 정한론, 즉 조선정벌을 주장했던 인물이기 때문. (메이지 정부의 관료였던 사이고 다카모리는 조선정벌을 주장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직 후 귀향한다. 이후 중앙정부와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서남전쟁을 일으키고, 패한 후 자결한다.) 카츠모토가 숭앙하는 명예 혹은 충성과 같은 가치들이 결국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씹어 볼 때 사무라이의 비장한 죽음에 선뜻 감정을 이입하기는 힘들어진다.

그러나 영화 자체만으로 볼 때 <라스트 사무라이>는 매력적인 요인들이 적잖이 포진해 있는 수작이기도 하다. 특히 숲에 매복해있던 사무라이들이 일제히 진격하는 장면을 비롯, 피와 살이 그대로 느껴지는 전투씬은 뛰어난 부분. 시대극으로 잔뼈가 굵은 배우 와타나베 켄과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너는 펫!> 등의 드라마로 친숙할 여배우 고유키의 호연은 눈을 뗄 수 없을 만치 매력적이다. 한편 묵직한 연기를 보여준 영화의 유일한 '월드스타' 톰 크루즈는 빈번한 클로즈업씬을 통해 뒷받침되는 톱스타의 아우라를 십분 활용하며 관객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4 )
naredfoxx
나름 재밌고 감동있게 본 영화   
2010-01-01 20:10
gaeddorai
봐야되   
2009-02-21 20:31
ejin4rang
톰크루즈의 명연기   
2008-10-16 09:27
callyoungsin
영화도 재미있긴 하지만 톰크루즈 멋있다   
2008-05-1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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