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녹수만큼 "우리 아가 젖줄까?" 라고 말하고 싶을만큼 크나큰 연민을 느끼게하는 왕이 나오고
왕보다 세상사에 두려울것 없는 요즘 연예인보다도 지조있는 광대 장생이 나오고
누가 손이라도 델까 옥이야 금이야 지켜줘야 할꺼같은 광대 공길도 나오며
아무리 질투에 화신이라해도 끝까지 왕곁을 지키는 장녹수도 나오며
무지해도 광대의 본질을 아는 육갑, 칠득, 팔복 삼인방도 나온다.
이들이 나오는 영화가 바로 요즘 광대놀이 한판으로 한국영화계를 뒤흔드는 <왕의남자>다.
우리몸속에 있는 피가 진동할수밖에 없는 해학과 풍자의 역사를 지닌 우리들이 가장 닮은 이들이 바로 광대다.
그 광대가 바로 관객이자 주인공인 극장안에서 나는 시사회라는 좋은 기회로
(물론 무비스트에서 행운을 얻었음.) 함께 한판 놀아 보았다.
중고등학생애들 끌어모으겠다고 수위를 낮혀 15세관람등급을 매겼다고 오열하며
음지에서 활동하다 양지로 나온 수많은 동인녀(야오이를 사랑하는 그녀들)들 사이를
빼꼼히 열어 기어들어가 좌석에 앉아 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시작하자 마자 시작되는 감우성씨의 연기와 시각이 황홀한 색채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화면자체에 관능미가 넘쳐 흐르는구나' 라고 느낄즘 공길이 아름다운자태로 우리를 현혹하고 있었다.
(2006년 넘어가는 이시점 발견하게되는 신인은 바로 이준기로구나)난 분명 2006년 영화 신인상이 이준기라고
장담할수가 있었다.
역사물은 언제나 선과 선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보편적으로 풀어놨다간 코골며 자는 인간들의 천태만상을 보는 곤욕을 치뤄야 하기때문이다.
그런 걱정을 탄탄한 원작 '이'를 다듬어 각색해 최고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냄으로서 덜하게 됐으며
사극연기에 외줄타기같은 광대역할까지 하는 연기력을 지닌 배우로 괜찮은 이들을 포섭했으니
이보다 좋을수가 거기에 아름다운 장면과 탄탄한 구성의 연출까지..오호라 좋구나.
하여튼 다시 내용으로 돌아가보면
장생이 재주를 팔때 공길은 같은소속사식구를 먹여살리려 몸을 팔아야하는 기구한 광대였다.
어렸을때부터 같이 붙어다녔던 탓인지 서로 의지하며 영원한 동반자로 살아간다.
그들은 연인이자 친구이자 동료일것이다.
서로를 절대 버릴수 없는 존재들이다. 그애틋함을 왕과 나눠가질수없기에 장생은 한탄하고
왕은 공길과의 그림자극같은 매체로 교감을 가지며 놓으려 하질 않는다.
장생과 왕사이에서 공길은 자신의 모든걸 수동적으로 표현할수밖에 없다.
왕에게 자신의 연민이 보이고 장생에게 미완성의 자신이 보이기 때문이다.
소속사를 뛰쳐나와 자기때문에 손에 피를묻힌 공길을 닦아주며 장생은 분명
공길을 위해 목숨도 버릴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한양에서 한판 크게 놀며 왕을 풍자하던 그 풍류를 왕에게 선보이며 감성적인 왕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그렇게 궁안에서 사는 동안 장생은 광대의 빛을 잃어감에 비통해도 광대의 지조를 잃지 않는다.
멋지지 않은가? 공길이 연민을 왕에게 느껴도 장생은 왕의 부조리를 호통치니 누가 죄를 지은것인가?
그것이 광대의 본분인것을..눈을 잃고 외줄에서도 광대로 다시 태어날란다 소리치던 장생에게 소름끼치게
울며 웃어야 하는 우리는 공길처럼 나도 광대로 태어날란다라고 외치는 한판놀고가는 인생을 살고있다.
희극의 얼굴로 비극을 말한다.
이준익감독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지라도 질긴 관계의 인연이 왕과 가장천한 광대의 만남을 통해
우리 삶의 한판놀이를 보여주려고 한게 아닐까 한다.
가벼운웃음과 울음이 아닌 무게감있는 웃음과 울음을 우리에게 전하는 영화다.
예전 어떤 평론가가 했던 글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영화를 감상해야지 소비하지 말자고..
난 언제부턴가 영화를 소비하듯 보고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영화는 말그대로 영화를 감상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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