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연: 청연의 빛과 그림자
아마도 하늘을 나는 꿈을 꾸는 건 누구나 한 번쯤은 꾸는 꿈 중 하나일 것이다. 청연은 국내에서 시도되는 비행에 관한 영화이기에 나의 시선을 끈 영화였다. 물론 친일 논쟁 역시 또 다른 흥미거리로 다가왔다.
주요 내용
경원은 어린 시절 본 비행기를 보고선 하늘을 나는 조종사를 꿈꾸게 된다. 홀홀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비행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한지혁. 돈 많고 부러울 게 없는 그이지만, 자신의 길을 몰라 술로 지세우다 경원의 모습에 끌리게 된다. 그러다 부친의 말에 의해 군대로 가는데...
경원은 비행학교에서 우수한 파일럿으로 성장한다. 마침 전국대회의 출전 자격을 얻지만, 박탈당하게 되자 우울해 하는데....
친한 동생인 세기의 죽음으로 대신 참가를 하게된 경원은 전국대회에 우승해 일약 스타가 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꿈인 일본에서 조선으로의 비행을 결심하게 되는데...
청연의 볼거리
비행씬
이 영화에서 최고의 볼거리라면 당연 비행씬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33분의 긴 러닝타임에서 영화에서 보이고자 하는 것에 최고의 승부처라면 역시 비행씬이 아닐까
국내 첫 시도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정말 열심히 찍었 것 같다. 물론 촬영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뭔가를 보여준다.
휴먼 드라마
청연은 극중 인물인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적인 영화이다. 그녀에 대해 쓰인 건 오직 그녀가 하늘을 나는 꿈에 관한 그 자체를 그리려했기에 영화 자체적인 이미지로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 좋은 편이었다. 파란만장한 일생 그 자체를 선 보였기 때문이 아닐까...
배우들의 연기
윤종찬 감독은 장진영과 함께 소름으로 찍어 인정받은 바 있다. 그이기에 장진영의 또다른 모습을 더 보여줬는 지 모른다. 그만큼 영화 내내 장진영 연기 자체에는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다소 일본어 연기가 어색하긴 하지만 그래도 상당 수준까지 소화해내었다고 본다. 이외에도 다른 배우들 역시 좋은 연기를 선 보인다.
빼어난 영상미
영화를 보면 꽤나 색감이 좋게 나온다. 아마도 영화 자체의 촬영과 색보정이 잘 나온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시대적 배경을 떠나 돈을 들인 티가 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빼어난 영상미를 선보인다.
청연의 아쉬움
친일 논쟁
청연은 친일 논쟁과 미화라는 요소를 지닌 영화이다. 영화 자체에서는 친일이라는 얘기를 직접 담지 않는다. 영화에서 담아내고자 할 때에는 아주 돌려서 표현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늘을 나는 꿈이냐 조국이냐 라는 양자택일적인 상황에서 결정인데 이미 과거의 사료가 있던 만큼 그 부분에 충실히 표현하고자 할 때 영화의 의도에 맞게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것이 다른 영화에 비슷한 구도로 나왔을 때 역시 또다른 친일논쟁이 재생산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의 의도는 좋으나 다른 논란의 시비 거리가 되기 쉬운 여지를 남긴다.
당시 시대상과는 조금 떨어진 사람들과 미화
영화에서 극중 조선인으로 나오는 인물은 극히 적다. 뭐 배경이 일본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싶지만 당시 조선 지식인의 모습이 아주 단편적이며 전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나 하는 심정이다.
영화에서 대표적인 지식인의 유형인 지혁의 경우, 극중에서 맨처음 일본 이름인 이시다를 쓰고 있으며 친일파 아버지 덕에 잘 먹고 잘 사는 인간형이다. 물론 극중에서 경원을 만나 변한다는 설정인데, 드라마적인 요소는 좋을 지는 모르지만 미화된 느낌은지울 수 없다.
* 영화 마지막에 영화를 위해 실제와는 다르게 표현된 게 있다는 정도에 대한 자막을 넣긴 했다. 그렇지만 그 역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쉽다. CG와 영상의 이질감
빼어난 영상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CG와 실제 영상과의 모습에서 아직은 미묘한 이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따금 CG나 합성이 눈에 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조금 별로다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만한 영화적 흐름 영화 자체에서 휴먼 드라마 특유의 영화적인 모습에서 비행씬을 많이 할애했기에 다른 흐름에서도 잘 어울려 나와야 하지만 둘의 비중이 미묘하게 어긋난 느낌이다. 영화곳곳의 절정이나 클라이막스를 마지막에 터뜨려줘야 하는 부분에서 표현이 완만하게 가는 부분이 나오기에 영화의 흐름이 비교적 매끄럽게 느껴지질 않는다. 특히 비행씬은 어느 정도 한계성을 지닌 터라 특히 아쉽게 느껴진다.
어감적인 표현의 느낌
영화 자체에서 일본어가 많이 쓰인다. 물론 나는 약간의 일본어를 안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나오는 자막과 일본어 대사에서 나오는 어감의 표현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저 자막을 보면서 보는 사람은 이 영화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영화를 얼마만큼 느끼는가 하는 문제이다. 내용적인 측면은 같으나 왠지 둘의 어감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너무나 달라보이는 것 역시 이 영화에서의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조금더 제대로 살려줬으면 하는 게 아쉽다.
개인적인 감상
청연은 영화적인 면 그 자체로 보자면 괜찮은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공식은 항상 정당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영화 자체로 영향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 영화는 전시에는 전쟁을 홍보, 미화, 찬양 등에 쓰인 적이 아주 많았다. 현재는 미디어 전쟁이라할 만큼 문화적인 면에서의 영화는 다양한 면에서 폭발력을 지닌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일반적인 얘기보다는 형실과 과거를 보는 창이란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자체의 잘만들고 못 만드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뒤를 생각해야하는 것도 영화가 가진 영향력이면서 제작자와 관객이 가져야할 태도가 아닌가 싶다.
여성 주인공의 휴먼 드라마라는 점에서 기존의 인식에서 조금더 자유스럽거나 주위 사람의 인식을 누그러 뜨리려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 자체가 이 영화의 제작 동기라고 느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만약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과연 이러한 평가가 나왔을까 하는 문제도 생각케 한다.
어떤 사물에서 보는 눈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렇기에 그런 면에서 시선의 차이를 인식시키는 것도 중요할 지 모른다. 다만, 그것을 제작함에 있어 나오는 파급 효과도 인식했으면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만일 이를 상업적인 효과나 이슈로 보질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이와 같은 동기로 제작되는 영화가 얼마나 더 나오고 미화될 일이 많을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내가 아는 얕은 지식이나 알려진 정보로는 박경원이란 인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는 지도 모른다.
다만 영화도 중시해야 하는 점을 제작자나 감독, 그리고 평론가도 잘 생각했으면 한다. 영화 자체로는 좋으나 그 뒤는 왠지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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