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Lord of the Rings)은 환타지 소설을 연 기념비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이다. 그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우리들 앞에 소개되었다. 이 영화는 그러한 배경과 엄청난 특수효과와 원작이 주는 긴박감, 거기에 더해 또다른 환타지 영화 <해리 포터-마법사의 돌>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하기때문에 비교되어 더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첫번째 : 장점과 단점 - 소설속의 중간계의 성공적 인간계 데뷰>
먼저 이 반지의 제왕이 보여주는 환타지의 구성 요소들-괴물인 오우거, 트롤, 요정, 인간이 아닌 난쟁이등의 종족, 환상적인 배경등-이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 낸 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이다. 중간계라는 환상의 공간과 그곳에 사는 요정 엘프, 인간, 괴물들, 호빗족, 마법사들의 기본적인 모습이야말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것이다. 일단 그런 인물들의 묘사가 세밀한 부분에까지 잘 신경쓰여 만들어지고, 인간과 비슷하면서도 차별화된 모습으로 다가와서 거부감없이 받아들여 질 수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사막이나 호빗족의 마을이나, 설산(雪山)등의 중간계를 이루는 배경의 전환은 관객이 긴장감을 놓치않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지하 동굴, 사막, 숲, 강, 눈덮인 산, 광야등 그 다양한 배경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반지의 소유자와 그것을 빼앗으려는 악당들의 풍성한 전투장면이 주는 긴박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러나, 아쉬움도 있다. 배경과 주인공들의 합성 화면이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상당부분 존재했다. 그것이 걸렸고, 난잔이 종족의 지하동굴에서의 이동장면에서는 마치 게임을 보는듯한 약간 엉성한 이동장면이 몇초간 나오는 것도 눈에 거슬렸다. 그렇지만, 3D 그래픽이나 특수효과등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던 것 같다.
<두번째 : 삼부작 시리즈의 제 1편, 그래도 너무 긴 영화>
그리고 이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이야기 전개이다.
이 영화는 국내 번역 소설로 6권짜리 장편이다. 이런 대 서사시를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3시간짜리 영화 라면 굉장히 큰 대작이지만, 보여줘야 할 내용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동안 표현해내려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3부작으로 기획되어 동시에 촬영에 들어가 1편격인 반지원정대가 개봉한 현재 벌써 2, 3편의 제작이 완성되었다는 것은 분명히 칭찬해 줄 만한 것 같다. 연작 시리즈의 대명사인 스타워즈나 인디아나 존스등은 그 한편한편이 독립적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반지의 제왕은 그렇지 못하고 연속극이나 미니시리즈처럼 극적인 장면에서 다음 영화 예고로 넘어간다.
이런 기획을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해리 포터>와 바로 대비되기 때문이었다. 호그워트에서의 1년이란 시간을 2시간 반에 담아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그 영화적 완성도나 상상력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놓은 특수효과가 분명 볼거리였지만,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1년이란 긴 시간을 2시간 반에 담아내었기때문에 그런 느낌으로 다가온 것도 큰 요인으로 볼 수 있을것 같다. 또다른 SF작품 듄(Dune)의 경우도 그렇다. 책으로 몇권이나 되는 내용을 단 2시간 남짓의 영화에 담아내려고 했으니 그 좋은 소재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둘수 밖에 없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은 과감함은 일단 플러스 요인으로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원작이 영화화 하면서 누락되어 빠지면서 영화적으로는 문제없지만 너무 많은 시간의 압축을 통한 영화에 빠지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 흐름에서 실망하게 되는 (해리포터처럼) 일은 없다. 이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도 원작을 본 사람과 차별을 받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그것은 또다른 면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상영시간이 너무 긴 것이다. 3시간이란 시간동안 쉬는 시간없이 앉아있는것은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거기다 좋은 극장이 아닌 조금 시설이 떨어지는 극장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물론 영화가 재미있어서 그것에 푹 빠져들 수 있는 힘이 영화에 있지만 말이다.
<세번째 : 3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힘>
반지의 제왕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괴물들(오우거, 트롤, 괴수등)과의 전투장면이다. 영화의 시작 장면에서 사우론의 군대와 인간-요정 연합군의 거대한 전투장면에서는 스펙타클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더해, 본격적인 주인공 프로도의 여행이 시작되면서 계속되는 전쟁이 주는 긴장감은 3시간을 그렇게 길고 지루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숲에서 9명의 악마의 기사들과의 전투로 시작되어, 그들로부터 도망치는 요정 아웬의 주문과 물공격의 모습. 반지 원정대 결성이후 난쟁이의 지하 광산에서의 괴물들과의 전투, 그리고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 고대 괴물로 부터 도망치는 장면등 다수로 밀어붙이는 적들에 대항하는 전사들의 모습은 언제나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을 준다. 거기에 강을 타고 흘러가는 나름대로 한가롭고 여유로와 보이는(?) 장면에서마저도 고대 임금들의 거대한 석상이 보여주는 웅장함과 환타지에서나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 주는 긴장감도 있다.
반지의 제왕은 한마디로 말하면, 3시간동안 끊임없이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는 화면과 사건을 가지고 있는 대작이라는 것이다.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괴물들과의 전투장면, 환상속에서나 볼 수 있을것 같은 대자연을 넘어가는 인간과 요정들의 고난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환타지의 장점을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꼭 긴장감만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아주 가끔이기는 하지만, 유머러스한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모습은 특히 근엄하게만 나오는 마법사 간달프에게서 나오는 것 또한 웃음을 배가시켜 주는 요소라고 볼 수 있을것 같다.
<네번째 :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시리즈 물 개봉시기의 문제점>
앞으로 2002년과 2003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할 영화에는 분명히 이번 1편에서 맛보기로 보여주었던 인간(아라곤)과 요정인 아웬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혼자서 모험을 떠난 주인공 프로도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다. 그렇게해서 세편을 찍은 제작비가 2700만 달러로 다른 블럭버스터 보다는 적게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컴퓨터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가 2년뒤인 2003년의 크리스마스때 과연 지금과 같은 정도의 효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솔직히 아주 자세히 본다면 합성 화면과 컴퓨터 그래픽이 삽인된 장면에서 보여지는 어색함도 상당한 부분에서 보이는 이 영화가, 극적 재미와 흥행을 위해 매년 연말에 한편씩 개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정말 궁금한 부분에서 영화를 중단하고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게 만든 것까지는 좋았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뒤에 보여지는 후속편이 어떨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번 1편에서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그런 장면들 외에도 2,3 편에서 이야기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등장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암시를 많이 보여주고 있다. 그런 작은 장면들이 과연 1년이 지나고, 혹은 2년이 지난 다음에도 관객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런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번 1편 반지원정대의 이야기 결말이 어떤 특정한 결말없이 2편에서 이어지는, 연속극같이 결말되어진 부분이 결코 관객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서기는 힘들것 같다. 마치 뒤끝이 씁쓸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1년뒤에 속편이 개봉한다는 한글 자막만큼 관객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은 없었다. 이 글을 미국 영화사에서 볼 일이 없겠지만, 1년뒤의 2편 개봉은 다시 고려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다섯번째 : 또다른 이야기>
그럼 반지의 제왕은 그냥 단순히 환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래픽과 전투 장면만 보여주는 블럭버스터의 전형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혹시 우리나라 환타지 소설 <드래곤 라자>등을 읽어보았는지? 아마 대부분 드래곤라자는 읽어보지 못하셨어도 <퇴마록>정도는 읽어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문단에서는 그런 소설을 평가절하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히 한번 읽고 버리는 무협지같은 수준의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 나름대로 인간 혹은 삶에 대한 어떤 주제의식도 있는 것이 환타지 소설이라고 말이다.
이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 반지를 둘러싼 인간 혹은 요정들의 욕망,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깊이 있게 다루어진다. 절대 반지를 향한 숨길수 없는 본능, 권력과 힘에 대한 본능 말이다. 그 본능들은 유명한 마법사나 요정이나 혹은 섭정후계자나 평범한 호빗족의 사람까지 어떻게 변하게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생존을 위한 9인의 반지원정대는 그 반지로 인해 그 결속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무너지고 만다. 희생자도 나오게 되고. 그리고 그런 결속력의 붕괴는 주인공 프로도의 단독 여행으로 결정이 난다.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심약함>과 또 운명을 탓하며 우는것이 아닌, 그 삶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해야하는 인물들의 삶을 조명한다. 화려한 화면과 스케일에 밀려 잊혀지기 쉬운 것들이지만, 그런 주제 의식도 환타지 소설과 그리고 그 소설을 영화화한 것 모두에서 찾아볼 수 있을것 같다.
<결말>
반지의 제왕은 분명 2002년 1월 1일 개봉해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둘것이라고 거의 100%의 확신하고 있다. 그 기세가 과연 공공의 적등 개봉예정인 한국 영화들에 의해 얼마나 저지될지도 관심이고.
엉성한 헐리웃 영화라고 생각할 정도의 작품은 아닌것 같다. 이야기와 화면을 잘 조화해서 만든 영화는, 애초에 방대한 원작을서너시간에 압축하려는 무리수대신 드라마같은 3부작의 총 9시간의 영화로 만들어 내었다. 그중 3시간 분량의 1편이 완성되었다. 같이 흥행대결을 펼치는 해리포터에 비해 훨씬 깊이 있는 주제, 더 긴장감을 주는 전투, 마법의 세계등으로 판정승 이상이 기대되고 있다.
새해에 꿈과 희망이 있는 시작을 이 영화와 함께해도 후회하지 않을듯 싶다.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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