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차이나 필름 코포레이션과 한국의 쇼박스,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등 다국적
투자자들이 모여 만든 영화 '적벽대전'은 예산 규모 총 800억원의 천문학적인 제박비가 투
입된 적벽대전은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적벽대전을 영화화한 액션 블록버스터다.
'영웅본색' (1986년), '첩혈쌍웅' (1989년) 등으로 홍콩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오우삼 감
독이 15년간 준비해 왔으며 양조위, 금성무, 장첸 등 스타급 배우들이 캐스팅 된 아시아 영
화 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들인 야심작 '적벽대전'.
위, 촉, 오 3국이 대립하던 서기 208년의 중국. 대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위세를 떨치
던 위나라의 조조는 100만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 정벌에 나선다. 조조에 쫓긴 유비, 관우,
장비와 제갈량(금성무)은 백성들을 이끌고 강남 지역 오나라에 피신해 장수 손권(장첸)에게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 오나라 역시 조조에 위협을 느끼던 터이지만 군사력에서 워
낙 밀리는 까닭에 촉과의 동맹에 망설인다. 제갈량은 손권을 움직이기 위해 손권의 책사 주
유(양조위)를 찾고 결국 주유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연합군을 결성하긴 했지만 이들의 군
사는 모두 합쳐 10만명 수준. 수적 열세에도 제갈량과주유라는 영리한 책사를 가지고 있는
오와 촉의 동맹군은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과 맞서는데..
영화가 주목하고 있는것은 소설 '삼국지' 중 가장 많은 볼거리와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담고
있는 '적벽전'이다. 매력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장면의 엄청난 규모 때문에 그동
안은 섣불리 적벽전을 스크린에 옮기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런 까닭에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 것 자제가 전쟁이라고 할만큼 큰 도전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거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의 스케일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압도
하는 전투 장면의 웅장함이나 시각적 쾌감을 제공하는 액션 장면의 리듬감은 시종일관 시선
을 영상에서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조조의 군사를 독 안에 든 쥐 꼴로 만드
는 주유와 제갈량의 구궁팔괘진(거북이 등 모양의 진법) 장면은 실사 촬영과 컴퓨터그래픽
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흥미진진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칼(또는 창) 한 자루 달랑 들
고 팔괘진으로 뛰어들어 적과 홀로 싸우는 관우, 장비, 조자룡 등 영웅호걸들이 펼치는 호
쾌한 전투 장면,10만대 100만의 싸움이 묘하게도 오우삼식 영화라는 인상이 뇌리를 스치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홍콩 느와르의 법칙이 '적벽대전'에서도 어김없이 적용
되는 느낌이.., 입에 성냥을 문 채 양팔에 장총을 들고 적진에 돌진하는 주윤발의 모습과
적벽의 싸움은 겹쳐 시야에서 아른거린다.
'적벽대전'은 이 구궁팔괘진 장면을 끝으로 후일을 기약한다. 영화가 상·하로 나뉘어 2편
이 사전 제작됐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던 관객은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데 갑자기 '하
편에 계속(To be continued)' 이라는 자막이 뜨는 것에 조금은 아이러니해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인은 그 동안의 삼국지 관련 영화들을 보면서 2시간 안밖이라는 짧은 시간에 '삼
국지'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표현한데 대해서 아쉬움을 금치 못 했는데 이번 만큼은 '오우삼
감독'을 칭찬 안할수가 없다. 본격적인 해상 전투가 시작되는 (올해 12월 개봉) 하편이 절
실히 기다려진다.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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