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비가 전부.
닌자 어쌔신을 본 지인이 이렇게 영화를 평했다.
아, 그런데 웬걸?
이 영화 진짜 재밌다!
(내가 <네이키드 웨폰>스타일의 영화를 좋아해서 그런가;)
영화 설정은 <네이키드 웨폰>과 똑같다.
고아들을 주어다가 살인무기로 키우는데, 주인공은 유독 심성이 곱다는 점에서.
또, 주인공이 유독 인물이 뛰어나다! (<네이키드 웨폰>의 주인공은 메기 큐다)
처음에 약간 불안했다.
흡인력 전혀 없는 흑인 여주인공이 사건을 조사하는데, 명성황후 나오고, '고대 유물'을 상징하는 옛날 그림 몇 조각 이런 거 나와서 아차, 이거 <디 워>처럼 B급 영화(심형래는 <디 워>를 B급 영화로 분류하지 않겠지만;) 되버리는 거 아닌가.
그런데 중후반부로 가니 위쇼스키 감독의 스타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과 비슷한 스타일이다. 무자비한 장면 연출, 서양인의 시각에서 본 동양의 미와 무술, 기 치료 같은 요소들.
단, 수리검이나 표창이 날아가는 액션이나 싸우는 장면 연출은 "워쇼스키 스러운" 매우 빠르면서도 동시에 정적인 특유의 개성이 살아 있었다.
피가 낭자하고 신체의 토막이 휭휭 날아다니지만, 결코 <복수는 나의 것>보다 잔인하지 않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발 양쪽이 잘리는 장면 그것 하나 나왔는데 어찌나 등골에 소름이 끼치던지. 영화가 잔인해지려면 다른 방식이 있는 것이다.
피가 케첩처럼 전혀 비현실적인 빨간색인 것도 영화가 잔인하지 않으면서도 스타일을 살리는 데 한몫 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말.
비를 인간적으로 존경한다.
심형래, 박진영 등 우리 나라 사람들이 미국 거대 시장에 진출하여 선전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지만,
우리 나라 사람이라서 응원할 뿐이지 객관적 잣대를 놓고 봤을 때 많이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그런데 비(영화에서는 Rain으로 나오더라)는 꽤 연기를 잘하고 몸도 굉장히 좋다.
인터뷰를 보고도 느꼈지만, 그는 진정한 노력파다. 박수를 보낸다.
비는 미래가 밝은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