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는 것 같기는 하다. 크리스마스를 소재로 하는 영화 그린치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치킨런과 같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은, 그런 영화들중에 한국 영화가 없다는 것이고.
4주째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린치는 그 소재의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재치있는 유머, 기발한 전개, 등장 인물 캐릭터의 단순화를 통한 선명성의 장점을 부각시켜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가족 동화 영화를 만들어 내었다. 사실 이 영화는 1956년의 발표된 "그린치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훔쳤을까?"라는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1950년대의 동화적 상상력을 현대적 로켓과 진공 청소기가 나오는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어낸 감독의 아이디어도 재미있고.
코믹연기의 대가 짐캐리가 연기하는 왕따당해 심술났지만 마음은 따뜻한 장난꾸러기 그린치의 연기는 분명 동화에 어울리는 연기였고, 그 그린치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꼬마 아가씨 신디 루후로 나오는 아역 배우의 연기와, 영화 중간에 들어간 노래부르는 장면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털복숭이라는 놀림을 받기 싫어 면도하다가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 아이들에게 놀림받은 후, 크럼페트 산속으로 숨어들어간다. 후빌 마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을 모아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산다. 그리고, 혼자서 "자기 연민에 빠지기" "천장보며 미쳐보기" "혼자서 저녁먹기"같은 스케줄이 빡빡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를 미워하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그린치지만, 그 크리스마스를 싫어하는 것은, 분명 크리스마스에 대한 즐거움의 동경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린치가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진지함보다는 즐거움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진정 사랑하고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는 것이 부모들이 신경쓰는 선물이라든가 아니면 축제같은 것에서의 시합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신디와 그 가족 그리고 후빌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분명 진부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어쩌면 스크루지 영감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고. 하지만, 그런 이유로 영화의 즐거움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다. '왕따'라는 외로운 삶을 살아가은 그린치와 그런 그린치를 가장 순수한 마음이기에 이해하려고 하는 꼬마아가씨 신디의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찾기의 과정은 잠깐의 진지함과 긴 웃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그래서 영화는 전달하려는 의미와 재미 모두를 관객에게 선물해 준다.
동물과 비슷한 유형의 후빌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와 털복숭이 녹색 장난꾸러기 그린치의 분장, 동화적 상상력을 한없이 부풀려 이끌어가는 이야기 전개는 분명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4주나 하고있는 이 영화의 큰 매력이다. 동화를 보면서 어른들에게 단순한 영화다, 짐캐리의 연기가 다른 영화에 비해 다른것이 없다라든가 하는 이야기는 필요없을 것 같다. 크리스마스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앉아서 즐거운 성탄기분을 느끼며 볼 수 있는 이 영화를 그렇게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을까?
눈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이 영화를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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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14 오후 7: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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