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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걸어가야 할 길 굿 나잇, 앤 굿 럭
kharismania 2006-03-10 오전 1:39:02 1183   [4]

 얼마전 국내 언론이 다루었던 가장 극적인 뉴스는 황우석 교수와 관련된 진실이었다. MBC의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자 전국민과 더불어 언론은 PD수첩의 의문에 당혹감을 표하고 PD수첩의 제작진을 공략했다. 그리고 그 후 PD수첩의 의문제기가 진실과 연계되기 시작하자 언론은 안색을 바꾸며 황우석 교수를 공략하기 시작했고 결국 PD수첩도 황우석 교수도 어느 하나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한채 진실규명의 통쾌함 대신 찝찝한 여운만 가득 남은 제로섬 게임으로 끝나고 말았다.

 

 언론은 진실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실안에는 확신된 힘찬 어조가 담겨있어야 한다. 언론은 무엇을 꿈꾸어야 하는가. 대중성에 입각하여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해줄 만족감에 사로잡히는 언론은 가치를 상실한다. 밥벌이에 전전긍긍하며 시청률과 구독율을 눈치보며 광고주와 결탁한 이익에 영합하는 언론 역시 그 가치를 상실한다.

 

 언론은 가시밭길일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면 나아갈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한다. 자기 목소리. 그것이 바로 언론이 지녀야 하는 미덕이자 짊어져야하는 십자가인 셈이다.

 

 '위험한 책 한권 보지 못하고, 다른 친구 한번 사귀지 못하고, 변화를 꿈꾸지 못한다면 매카시같은 사람이 될 것이다. 우린 두려움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극중 머로우(데이빗 스트래던 역)가 던지는 이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살아가며 갖가지 경험을 한다. 그 옳고 그른 경험들은 흐믓하기도 하고 뼈저리기도 한 교훈들을 남기며 우린 그 교훈을 바탕으로 오늘과 다른 내일을 바라본다. 언론은 강직하면서도 유연해야 한다. 자신이 믿는 진실된 신념앞에서 당당해야 하며 그 진실을 왜곡으로 집어삼키려는 이들을 부드럽게 뛰어넘어야 한다.  

 

 이 영화는 언론의 참모습을 강단있게 보여준다. 재즈선율같은 부드러움으로 관객에게 다가서지만 빛나는 눈빛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머로우가 말하고자 하는 방송과 매체의 역할은 우리 시대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늘날 언론매체, 즉 매스미디어들은 광고주를 사로잡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은 광고를 얻기 위해 시청률과 구독율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며 그를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와 소식들을 부지런히 실어나른다. 진실은 무시되고 가쉽만 남은 오늘날의 TV는 머로우가 말한 바보상자와 맞닿는다.

 

 언론은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다. 매카시즘에 대항한 머로우처럼 우리 언론도 일제 치하에서 억압당하면서도 민족의 목소리를 대변하려했고 독재와 유신아래에서도 자유를 열망했다. 우린 그래서 오늘날의 자유를 얻었고 언론은 마음껏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반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꿈꾸던 언론의 자유는 퇴폐적인 자본주의 논리에 눌리며 제 목소리를 내는데 안절부절하고 있다.

 

 광고는 상품을 팔기 위한 이윤창출의 수단이다. 그리고 언론은 그러한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는다. 광고는 언론을 통해서 자신의 상품을 PR하며 이익을 꿈꾼다. 광고와 언론은 공생하는 것만 같지만 실은 언론은 이미 광고에 잠식당하고 있으며 여론의 눈치를 살핀다. 진실을 전하는 것보다는 흥미를 파는 일에 급급한 언론의 비속한 전락은 시대적인 타락과 맞물린다.

 

 물론 기둥이 흔들리는 집에서 살 수 없듯이 이윤이 창출되지 못하는 언론사도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고를 끌어들이는 언론사가 도리어 그 광고를 싣기 위해 목소리를 죽인다면 그것 역시도 우스운 일은 마찬가지다.

 

 뻣뻣하면 부러지기 쉽다. 언론은 입가에 여유있는 웃음을 띄우면서도 단호한 눈빛을 지녀야 한다. 여론에 귀를 기울이되 끌려다녀서는 안된다. 재미없는 이야기는 사실 매력없다. 하지만 허황된 웃음은 씁쓸하다. 진실된 이야기에 흥미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것. 이것이 언론이 취할 수 있는 이상적인 제스처가 아닐까. 실리를 얻으면서도 명예를 잃지 않는 것. 이것이 언론이 고민해야 할 숙명이자 피하지 말아야 할 정론으로의 회귀이다.

 

 '잘못은 별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머로우가 매카시를 비판하며 인용했던 시저의 명언이다.

 영화 속 머로우의 연설 중 대사가 기억난다.

 'TV는 우리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계몽하고 영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우리가 그런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한, TV는 바보상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 것인가. 단지 순간적이고 뇌쇄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 진실됨을 전하기 위한 언론의 고민도 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숙명이라면 언론은 기꺼이 그 강을 건너야 한다. 일단 언론은 자신의 자세를 취해야만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군중의 우매함을 탓할 수 있다. 바보상자만을 받아들이는 시청자와 구독자들을 위헤 바보상자를 기꺼이 바치는 언론은 마땅한가.백명의 눈길을 돌리는 언론보다도 단 한명의 양심을 일깨우는 언론의 가치는 포기해야 마땅한가. 포기해버리는 가치는 그 순간으로 빛을 잃는다. 가치있는 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비록 힘겹고 배고픈 싸움일지라도 그 길에 서있는 자라면 버텨내야 하는 여정이라면 말이다.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청자와 진실의 전달을 포기하는 언론은 서로를 별점처럼 여기고 있는 것 아닌가. 스스로의 잘못은 깨닫지 못하는 채 말이다.

 

 이 영화는 언론 그 자체가 거쳐야 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힘겨운 방법론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화법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고 난해하진 않지만 고민스럽다. 바른 길로 간다는 것은 어렵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영화는 꾸짖지 않으나 부끄러움을 일깨운다. 머로우는 힘든 길을 걸었고 그 길은 험난했으나 잠자던 진실을 흔들어 깨웠다.

 

 이 영화는 매카시즘에 맞서는 언론인의 위대한 승리를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다. 언론의 본연적인 그 자세 그 자체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그 확고한 신념은 영화의 흑백정서와 맞물리며 심도있는 비범함으로 승화되어 관객의 뇌리에 불편하지 않은 고민을 안겨준다.

 

 이 영화를 만든 조지 클루니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이 영화의 가치에 닿을 수 없다. 간단명료하게 이 영화는 자신의 할말을 다하고 있다.  

 

 진실. 그것은 바로 언론이 보고 가야하는 험난한 사막같은 자본주의 시대속의 별빛이 아닐까. 진실됨은 결코 외면당하지 않는다. 다만 확고한 신념과 용기가 받쳐주지 못하는 진실은 때론 쉽게 지고 만다. 그 확고한 신념과 용기를 불어넣고 세워주는 것. 그것이 바로 언론이 가야할 길이다. 이 영화는 그런 험난한 길을 가고자 하는 언론인에 대한 격려이자 그런 여정을 외면하는 언론에 대한 경종과도 같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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