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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이 있는 죽음의 세계로 유령신부
jimmani 2005-10-18 오전 1:46:46 892   [6]

 
죽음 이후의 세계를 놓고 참 많은 단어들이 존재한다. 두 가지 극단적인 면을 부각시켜 '천국'과 '지옥'이라고도 하고, 그저 세계 전체를 두루 묶어서 '저승'이라고도 한다. 아니면 죽음 이후에는 그 어떤 다른 세계도 없이 그저 영원의 침묵만이 존재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암튼 죽음 이후의 세계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는 건, 진짜 죽지 않고서는 결코 볼 수 없기에 그 상상의 한계가 한도 끝도 없이 마냥 뻗어나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삶의 세계와 죽음의 세계를 대단한 벽으로 막아놓지도 않고 그저 탈것을 타고 왕래하듯 자유로이 넘나든다는 대단한 세계관을 가진 영화가 있다. 산자와 죽은자가 같이 짝짜꿍하며 놀 수도 있고, 함께 사랑을 속삭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게 결코 가볍게 볼 소재가 아니건만, 만든 이가 팀 버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의 기괴하지만 낭만적인 세계관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소재가 또 어딨을까. 어두컴컴해도 그저 홀릴 수 밖에 없는 매혹적인 팀 버튼식 세계에 '결혼한 신부가 죽은 시체'라는 기가 차는 설정까지 덧입혔으니, 이보다 더 팀 버튼에게 안성맞춤인 영화가 또 어딨을까. 역시나 그랬다. 이 영화 <유령 신부>는 한없이 차갑고 건조한 듯하면서도 발랄하고 흥겹고, 그러면서도 섬뜻한 묘한 로맨틱 애니메이션이었다.
 
우리의 주인공 빅터(조니 뎁)와 빅토리아(에밀리 왓슨)는 내일이면 결혼할 사이지만 실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상황이다. 생선 장사로 돈을 벌었지만 아직 서민 소리를 듣고 있는 빅터네 가문과 땅만 있지 돈은 없는 몰락한 귀족인 빅토리아네 가문끼리 당사자들의 의사는  관계없이 맺은 혼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처음 만난 자리에서 빅터와 빅토리아는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되지만, 우리의 빅터는 소심남 선발대회에서 1등을 줘도 아쉬울 만큼의 대단한 소심남. 거기다 결혼 서약은 왜 그리도 길고 복잡한지, 이를 외우지 못한 빅터는 주례로 나선 신부님의 질타만 잔뜩 받게 된다. 결국 혼자 바깥에 나가 숲속에서 서약 외우기 연습을 하던 빅터, 그런데 무심코 반지를 끼운 곳이 하필이면 시체의 손가락. 그 손가락의 주인인 '시체 신부'는 뜬금없이 좀비마냥 일어나 "이제 신부에게 키스해도 좋아요"하며 다짜고짜 부부임을 선언해버린다.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죽음의 세계로 끌려가버린 빅터, 그러나 지상에는 가족들과 빅토리아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시체 신부의 사연도 애달프고, 빅토리아도 슬슬 그리워지는데, 이 생과 사를 가르는 딜레마에서 빅터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사실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특히 이 영화와 같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기술적인 면에 대해서 비판을 할 수가 없다. 굳이 되새기지 않아도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작진들의 노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초짜리 움직임을 만드는 데 모형을 24번 움직여야 한다는 데 말 다했지, 뭐. 그만큼 이 애니메이션 역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고도 남을 만큼 그 움직임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저게 정말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움직인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사지의 움직임, 얼굴 표정의 상세한 묘사 등 세밀함을 필요로 하는 각종 모션들이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잘 표현되었다. 사람의 손을 직접 거친 것이니 배경이나 기타 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이 애니메이션이 지극히 차갑고 으스스하면서도 인간미가 느껴지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손을 일일이 거쳤고, 그 노력이 다분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팀 버튼의 이전 애니메이션인 <크리스마스 악몽> 또한 그랬었고. 우리가 언제 해골로 가득한 이들을 보면서 정말 소름끼치다고 느꼈던 적 있던가? 으스스하다 싶으면서도 언제나 흐뭇한 미소를 지었었지 말이다. 보기에는 해골이라도 사람의 손길이 직접 닿아 그 온기가 아직 묻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목소리 연기 면에서는 조니 뎁의 명연기를 또 빼놓고 넘어갈 수 없다. 팀 버튼과의 만남을 통해 가장 유별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그의 센스에서는 심지어 애니메이션에서의 목소리 연기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았다. 누가 소심남 아니랄까봐 그가 맡은 주인공 빅터의 목소리는 소심이 좔좔 흐르고 넘칠 만큼 효과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 악센트가 강한 것이 영국식 말투같긴 한데 뭘 시원하게 내뱉질 못하고 안에서 계속 꼭꼭 씹어대는 듯한 말투가 참 독특하게 느껴졌다. 거기에 빅터의 외모까지 마치 <가위손>에서의 에드워드마냥 조니 뎁 특유의 창백한 이미지와 꼭 들어맞으니, 이 빅터라는 캐릭터가 조니 뎁이 아니었으면 누가 어울렸을까 하는 의구심이 이번에도 들었다. 확실히 팀 버튼과 조니 뎁 콤비는 서로의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이보다 더 죽이 잘 맞을 수 없는 황금콤비다.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전작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악몽>과 비슷하게, 두 개의 세계를 대립해 보여주고 있다. <크리스마스 악몽>이 창백하고 으스스한 할로윈 마을과 활기차고 발랄한 크리스마스 마을을 대립해 보여줬다면, 이 영화 <유령 신부>는 산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승과 죽은 이들이 살아(?)가는 저승을 대립해 보여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크리스마스 악몽>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 즉 할로윈은 차갑고 으스스하고 크리스마스는 따뜻하고 생기넘치는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온 데 비해 <유령 신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승과 저승의 이미지를 서로 뒤바꿔놨다는 것이다.
 
산 자들이 사는 삶의 세계는 분명 살아있는 생물들이 살아가는 세계임에도 도대체가 생기가 없다. 마을은 마치 흉물스런 마을이라도 된 것처럼 찬바람만 날리고, 사람들도 그저 기계적으로 삶을 사는 듯하다. 주인공 부모들은 어떻고. 모두가 경제적인 처지에만 골몰해 부부간의 사랑같은 인간의 감정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빅토리아 어머니가 빅토리아에게 자기들 부부를 가리키며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것 같이 보이니니?'하면서 어이없다는 듯 묻는 태도부터가) 돈때문에 칼부림이 오가고 사람 목숨을 우습게 여기는 상황 또한 얼마든지 존재한다. 온 사방을 완전히 콘크리트 빛으로 칠한 듯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이와 반대로 죽은 자들이 사는 죽음의 세계는 오색 찬란한 배경에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활발하고 즐겁다. 자신들의 세계에 새롭게 죽어 내려온 이가 등장하면 "신참이다!"하면서 다같이 몰려나가 구경하고, 자신들의 손상된 신체를 맘껏 놀리면서 오히려 그것을 즐긴다. 잘린 머리를 벌레를 다리삼아 자유자재로 다니는 술집 주인에서부터, 심심하면 좌우로 벌리는 전신세로완전절단(?) 사나이까지. 이들은 이미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처지지만 그걸 안타깝다 여기지 않고 오히려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여유로운 듯 죽음 이후의 생을 아낌없이 즐긴다.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하면서도 유쾌한 상상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전작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원작의 분위기도 있고 시각적으로 풍부한 이미지를 통해 팀 버튼 특유의 기괴한 면은 어느 정도 순화(?)시켰다면, 이 영화 <유령 신부>는 그만의 으스스하게 웃기고 낭만적인 이미지를 다시금 그대로 살려냈다. 해골 뮤지컬단, 해골 애완견 등이 선사하는 유별난 재롱은 죽음, 시체라는 뜨악스러운 소재를 통통 튀는 코미디로 변형시킬 줄 아는 팀 버튼의 독특한 재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하다. 지하 세계에 있던 죽은 이들이 다시 지상으로 올라와 헤어졌던 이들과 만나는 장면은 어떻고. 해골들이 단체로 다가오는 장면에서 흔히 느끼는 공포감(흡사 좀비영화의 한 장면같았다)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들이 바로 태도를 바꿔 헤어졌던 이들과 감격의 상봉을 나누는 장면은 또 한번 산 자와 죽은 자에 대한 인식을 재밌게 비틀어 주는 팀 버튼의 센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영화는 삶과 죽음에 있어서 뚜렷한 경계가 있을까? 하는 의문점을 던진다는 것이다. 뭔가 대단히 초월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단지 지금 살아가는 삶만 가치가 있는 것이며 죽으면 그것으로 끝일까 하는 질문 말이다. 실제로 이 영화가 삶의 세계는 오히려 부정적이고 어둡게 표현하고, 죽음의 세계를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에서 볼 때, 마냥 삶이 아름답다고 찬미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보통 죽음이라는 걸 대단히 안좋고 와선 안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화는 '죽음도 어쩌면 삶의 일부분일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죽음이 온다고 해서 삶의 맥박이 단숨에 끊어지는 건 아닐 것이라고, 오히려 더 활발하게 맥박이 뛸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삶만이 반드시 위대하고, 죽음은 언제나 흉하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이 때론 오랜 가족과 상봉하듯 자연스럽게 만날 수도 있는 것이고, 삶과 죽음이 하나의 자연스런 연결점을 이룰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이 영화는 이야기하는 듯하다. 죽어서도 심장은 멈췄어도 여전히 아프고, 눈물도 여전히 남아 있는 시체 신부 에밀리처럼.
 
산 사람인 빅터가 산 약혼자인 빅토리아와 죽은 약혼자인 시체 신부 에밀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도 그렇다. 물론 일반 상식적으로 산 사람은 살아야 되는 것이고, 죽은 이의 원한이 안타깝긴 하지만 이 때문에 멀쩡한 목숨을 죽일 순 없는 게 마땅하겠지만, 빅토리아와 에밀리 사이엔 단지 삶과 죽음 그 이상의 복합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살아 있는 빅토리아는 순종적인 듯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좀 소극적인 반면, 이미 죽은 에밀리는 그보다 한결 능동적이고 열정적이다. 에밀리는 소심해지면서 자신이 이미 죽은 시체라는 사실때문에 고민하기도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넌 이미 죽었다는 것 빼곤 빅토리아보다 나은 점이 훨씬 많은데"하면서 용기를 북돋워준다. 그만큼, 영화는 삶과 죽음에 있어서 그 어떤 상대적인 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단지 삶에서만 꿈과 희망을 발견하란 법이 있는가? 죽음의 세계에서도 밝고 활기찬 꿈과 희망을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팀 버튼은 역시나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이야기한다.
 
역시나 팀 버튼답게, 이 영화는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애니메이션이되, 그 꿈과 희망을 삶이 아닌 '죽음의 세계'에서 찾는다. 삶과 죽음은 어떻게 가를 수 있고 우열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닌, 자연스런 인생사의 연결이며 어쩌면 죽음 후의 세계도 한바탕 축제처럼 즐거울 수 있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한다. 죽음 뒤에 한결 활기차고 즐거워진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어떻게 보면, 죽음의 세계를 긍정적으로 그려 어린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을 할 수도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지금은 아버지가 된 팀 버튼의 나름대로 독특한 자기만의 '세상에 대한 교육법'이 아닐까 싶다. 삶과 죽음에 대한 쾌활하지만 방방 뛰기만 하지 않는, 꽤 생각해 볼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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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신부(2005, Corpse Bride / Tim Burton's Corpse Bride)
제작사 : Warner Bros., Tim Burton Animation Co. / 배급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수입사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orpsebrid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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