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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메리칸 뷰티
mchh 2007-05-07 오후 5:14:44 1332   [2]

 적어도 내가 영화를 알고 보기 시작했을 때부터 느꼈다. 헐리우드 영화는 정말 잘 만들고 영화 속에 미국인의 자부심을 등장시킨다는 것을. 6년 전에 각종 영화제 상을 휩쓴 이 작품을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아메리칸 뷰티'란 제목이 별로 마음에 안 들어서보지 않았었다. 그리고 포스터에 그려진 매혹적인 자태의 여자! 누구나 섹시코미디 일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난 개인적으로 정서의 차이를 느끼는 섹시코미디란 장르를 별로 안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과 오해는 2시간이 지난 후에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알던 헐리우드 영화는 내 머리 속에 더 이상 없었다. 긴 넑두리를 하기 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아름다운 자학을 한 영화라고...

  평범하게만 보이는 중산층의 버냄의 가족! 하지만 속은 점점 곪아가고 나날이 황폐해져만 가고 있다. 가장 레스터 버냄(케빈 스페이시)은 이미 가족들에게 신뢰와 존중을 잃은 지 오래이고, 그가 일하는 잡지사도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내 캐롤린 버냄(아네트 베닝)은 그런 남편과 가정에 사랑과 애착은 커녕 오로지 돈과 명예를 더 소중히 한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둔 외동딸 제인 버냄(도라 버치)역시 부모의 무관심과 속물적인 모습을 경멸하며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끼리의 무관심과 이기심은 마찰을 빚고 틈이 벌어지게 되었다. 균열이 점점 더해가는 와중에 레스터는 딸의 학교 행사 중 보게 된 딸의 친구 안젤라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결국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이르고 만다.

  영화는 한 가정과 가장 가까운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심리적, 위치적 거리들은 서로의 관계에 반비례한다. 아내와의 성관계가 아닌 자위행위로 욕구를 채우고 결국 딸의 친구를 선택하게 된 레스터, 이런 레스터는 안중에도 없고 무시를 하며 외도를 하는 캐롤린, 자신의 남자친구 리키(피터 갤러거)에게 아버지를 살해해 달라는 부탁을 하닌 제인. 권위와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비정상적인 유년기를 보낸 리키와 남편의 영향으로  할 말을 못하게 된 리키의 어머니까지. 너무나도 다양하고 얽힌   듯 하지만 각자의 독립적인 뿌리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한다.

  단순하게 보면 개개인의 다른 정체성을 다루고 있지만 조금 넓게 생각을 해보면 상징적인 대사들과 행동들이 많았다. 레스터의 투정과도 같은 대사들은 세상을 향한 외침(일침)과도 같았지만 그에게는 힘이 없다. 그래서인지  어찌 보면 짐승과도 같은 육체적인 본능만 남아 버린다. 그리고 리키의 아버지 콜로넷는 신문을 보며 말세라며 미국의 현실을 비꼰다. 이후에 그의 행동을 보면 마치 체념을 한 듯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또한 그는 군인 출신으로 미국의 일반적인 가정과는 반대로 매우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봐도 비정상적인 아버지임은 리키의 폐쇠적이고 독특한 행동에서도 나타난다. 콜로넷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운동하고 있는 레스터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는 장면에서 극에 달한다. 숨 막히듯 가족들을 조여 가던 그는 리키와 레스터가 대마초를 말아 피우는 모습을 보며 동성애를 한다고 오해를 하는데 결국 자신도 동성애자였던 것이다. 어쩌면 평생을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더욱 더 채찍을 들었는지도 모르는 그는 어디에서나(흔치는 않지만)볼 수 있는 나약한 인간의 한 모습이다.

  사실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느낀 것인데 오프닝 10분에 나오는 인물과 레스터의 무미건조한 나레이션이 영화의 모든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각자를 소개할 때 뭔가를 잃어버렸다고 말하는 것은 이미 시작이지만 사건은 진행되어다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그리고 버냄가족의 식사 모습과 실제로 동성애자이지만 아침부터 찾아 온 이웃(동성애자 커플)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 레스터의 눈으로 본 가족과 회사의 모습은 영화가 어떤 방향을 흘러갈 지 알려 준 지표였던 것이다.

  영화는 놀라우리 만큼 인물들의 내면과 외면을 그려내었다. 때로는 표출시키고 때론 숨기며 영화내내 변화를 주었다. 그 중 레스터는 자학, 상실감, 괴리감, 쾌감, 깨달음 등 다양한 변화를 보여준다. 제인 역시 자신의 고민과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고서야 리키에게 나체를 보여주고 친구 안젤라도 섹스경험에 대한 사실을 달리 말하고 항상 억눌린 듯 사는 리키는 아버지에게 반항을 하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는 체념을 한 듯 잡지 않는다. 서로들 철저하게 변화하며(하지만 레스터의 죽음이 다가오기 전까지는 퍼즐이 잘 맞춰지지 않았다) 그 균열을 넓혀갔다. 시한폭탄을 몸에 지닌 것 같은 이들은 시간차 공격을 하듯 하나씩 터뜨린다. 그것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깨닫고 느끼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난 이 영화를 아름답지만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프닝에서 레스터는 ‘의욕이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 의욕을 찾기 위해 2시간여 동안 험난한 길을 걸어오지만 결국에는 죽음을 맞기 때문이다. 깨달음 끝에 행복한 웃음을 짓지만 죽임을 당하고 그 죽음의 대가를 빌려 캐롤린도 깨닫게 되고 나머지 인물들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을 향해 가게 된다. 서로의 치부를 건드리고 나서야 얻은 행복감이란 너무나도 슬프게 느껴졌다. 나 개인적으로는 리키가 아버지에게 직접 말한 ’정말 불쌍한 분이군요‘라는 대사이다. 항상 강한 듯 살아왔지만 자신의 치명적인 나약한 내면이 들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하면서 살았을 콜로넷. 그래서 더 조였을지도 모를 아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지가 되었을 아들이 내뱉은 그 한마디가 레스터를 죽게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이다.

  나의 오해를 불렀던 ‘아메리칸 뷰티’! 철저하게 상징적이고 반어적으로 관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포스터의 나체인 여자가 들고 있던 장미. 이제는 그 나체는 인간의 가면을 벗은 모습 장미는 아름답지만 그 돋힌 가시는 자신 그리고 타인에게 겨누어질 칼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인 것 같다). 물질 만능주의, 포장된 행복, 무너진 가족들의 상처와 괴리감, 등으로 병들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 메시지를 심각하지만 한편으론 기발한 방법으로 표현한 감독의 연출력 또한 대단했다. 영화가 만족도만큼 웃음을 자아내진 않지는 않았다. 너무나도 슬펐기에... 하지만 영화가 끝난 지금 먼지가 묻어있는 소중한 물건을 찾은 것 같다는 기분만큼은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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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1999, American Beauty)
제작사 : DreamWorks SKG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americanbeauty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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