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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결국은 함께 해야 될 사람들 인 굿 컴퍼니
jimmani 2005-08-29 오전 2:04:21 1346   [4]

 
물론 홍보사에서도 이 영화를 홍보하기 전에 이 영화를 봤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많은 관객들에게 기호가 맞는 쪽으로 홍보 포커스를 맞췄을 것이다. 세 배우들 중에서 요즘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배우가 스칼렛 요한슨이고, 그래서 이 배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공인양 홍보를 한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홍보 전략 덕분에, 그저 포스터나 홍보전단만 보고 넘길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자칫 헐리웃에 그리도 뻔하고 뻔한 로맨틱 코미디처럼 남게끔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홍보한 대로만 본다면, 여주인공이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 사람은 아버지의 상사로써 아버지가 알게 된다면 대단히 껄끄러운 사실이다. 그래서 여주인공은 사랑과 가족의 반대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어찌나 결말이 뻔히 보이는 설정인가! 요즘 만만치 않게 눈이 높아진 한국 관객에게 이런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는 오히려 흥행 요인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 뻔하다. 이 영화는 이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홍보하기에는 훨씬 멋진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적어도 이 영화 카피를 '이 남자, 연애하고 싶다. 아빠만 아니라면...'에서 이렇게 바꿨어야 했다. 아버지 입장으로 바꿔서 '아들 뻘인 직장 상사, 이젠 내 딸까지 넘봐?' 이런 식으로.
 
영화의 주인공은 포스터에 그렇게 큼지막하게 클로즈업되어 있는 딸 알렉스(스칼렛 요한슨)가 아니라 그녀의 아버지인 50대의 댄 포어맨(데니스 퀘이드)이다. 그는 나름대로 '스포츠 아메리카' 잡지사 광고 세일즈부 대표로서 오랜 세월동안 충실히 일해온, 그러면서 집안을 꾸준히 뒷바라지해 온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나 이 회사 안에 느닷없는 합병 바람이 불면서 그의 일자리도 위태위태해진다. 한참 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는 대기업이 이 잡지사를 흡수하면서 아직 한참 새파란 26살의 카터 듀리에(토퍼 그레이스)가 댄 포어맨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바로 그 오른팔 격으로 강등된 댄. 자기 아들 뻘인 사람을 상사로 둔 것이 여간 찜찜하지 않다. 거기다 아내는 늦둥이를 임신하고, 딸 알렉스는 학비 비싼 뉴욕대에 진학하면서 집까지 담보잡아 대출해야 할 정도로 집안 사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언제 해고통지가 올지 모르는 불안불안한 상황 속에 있는 댄, 그런데 그 와중에 딸 알렉스는 아버지의 상사인 카터와 사랑에 빠져 버리기까지 하는데...
 
앞에서도 이미 얘기했지만, 이 영화는 딸의 입장에서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상사를 바라보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이 영화는 철저히 그 딸의 아버지인 댄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그가 직장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해왔으며, 그러다가 어떤 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그 위기 속에서 어떤 심리적 변화를 갖게 되는가가 영화의 초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홍보한 바처럼 이 영화가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라고 기대했다간 대단한 오산이 될 수 있다.
 
음악이나 카메라의 움직임까지 이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그만큼 이 영화는 보통 뻔한헐리웃 코미디 영화의 기승전결 방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어쩌면 나이가 든 만큼 많이 여유로워지고 속도에 쫓기던 삶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듯한 주인공 댄의 시점에서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댄의 입장에서 볼 때, 그는 이제 한창 직장에서 이름을 날리며 열정을 다할 때를 한참 지난 뒤,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젊은 물결 앞에서 위태위태 다리에 힘을 주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댄의 상황은 크게 두 가지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는데, 하나가 그의 직장에서 불규칙적으로 불어닥치는 해고 바람이고, 또 하나는 그의 딸인 알렉스가 그의 관심에서 벗어나 점점 카터와 가까워지는 과정이다. 그래도 나름대로 20년이 넘게 직장에 종사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왔고, 그만큼의 대접을 받으며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게 사실이거늘, 뜬금없이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에 늘 안절부절해 하고, 기껏 해고는피해도 자기 아들 뻘이나 되는 상사 밑에서 그쪽이 시키는 것이나 해야 하는 현실이 영 못마땅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딸인 알렉스는 그렇게 신뢰를 쌓아왔거늘 연락이 한참 없더니만 그동안 상사인 카터를 남자친구로 두어왔다는 것조차 숨겨서 배신감을 팍팍 안겨주니 답답한 노릇이다. 어렸을 때는 우리 숨기는 것 없이 서로 그대로 얘기하자고 맹세했지만 지금의 딸은 숨기기도 하고 거짓말도 하면서 아버지의 간섭을 적잖이 귀찮아 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댄에게만 문제가 있는 건 또 아니다. 대립 구도를 형성한다고 볼 수 있는 카터 또한 나름대로 진지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도 일만 쫓아서 하는 워커홀릭이다보니 정작 가정생활에는 소홀히 하게 되면서 아내로부터 헤어지자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고, 그만큼 일에만 신경을 썼지 개인적인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많이 외로운 측면도 많다. 새로 꿰차고 들어온 일자리이긴 하지만, 그만큼 원래 있던 사람들을 몸소 불러내 쫓아내는 것도 참 골치 아픈 일이고. 댄이 일의 급속한 시간에 쫓겨 자신의 위치가 불안한 상황이라면, 카터는 반대로 일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그 외적인 부분에서는 많은 데미지를 입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이렇게 나름대로 어려운 여건을 안고 있는 신구세대, 댄 포어맨과 카터 듀리에를 대립시켜 보여줌으로써,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의 신구의 갈등을 심각하지 않고 재치넘치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게 보여주고 있다. 댄이 시대의 빠른 기류에 휩쓸려 안절부절 못하고 있지만 특유의 고지식한 면때문에 난처한 상황도 종종 만드는 반면, 카터 또한 기성세대의 자리를 많이 빼앗는 위치이긴 하지만 그만큼 잃는 것도 많기에, 우리는 이 둘 중에 어느 한 사람을 무작정 지지하고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다. 두 사람 모두 신구가 한참 충돌해서 부작용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킬 요즘 시기에 이익과 손해를 적당히 주고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는 영화 속 거대 기업의 경영 모토처럼 '서로 손을 잡기'를 주장한다. 무서운 문어발식 경영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하는 영화 속 대기업은 나름대로 '서로 손을 잡음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라'는 모토를 내세운다. 모든 기업들과 사람들은 비슷한 부류나 범주로 엮여져 있으며, 그만큼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을 손을 잡음으로써 얻어내면서 1 더하기 1이 2 이상이 되게끔 하는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 기업의 경영방식은 영화 속 댄과 카터, 나아가 더 많은 신구 세대의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차피 인력으로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급격한 속도로 새로운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다짜고차 고지식하게 버티거나, 혹은 옛날로 돌아가려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가능한 행동이라는 전제 아래, 기왕에 같은 지구라는 행성, 같은 나라, 같은 사회라는 한 지붕에 신구 세대가 같이 살고 있다면, 끊임없이 서로 흠집을 내며 충돌하기 보다는 최대한 서로의 장점을 뽑아내 가면서 협동을 해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각자 나아가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게끔 하라는 것이 이 영화가 주장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는 신구 세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는다. 신세대가 추격하고, 기성세대가 쫓기는 위치에 있다가도, 어느 한 순간에 그 반대의 위치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게 언제 서로의 처지가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립만 하는 건 결국 자기 살점만 파먹는 일. 결국은 함께 나아가야 할 사람들인 거, 제목처럼 '좋은 회사 안에서, 좋은 동료가 되어서' 긍정적인 공존 체제로 나아가는 것이 현대 사회에서 살아남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고 이 영화는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가 결코 아니다. 현대 사회에 나부끼는 인간상을 나름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줌과 동시에, 그들이 나아갈 수 있는 이상적인 방향도 함께 제시해주는, 꽤 지혜로운 코미디인 것이다.

(총 0명 참여)
정말 괜찮은 영화. 잔잔하면서 진한 여운^^   
2005-08-2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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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굿 컴퍼니(2004, In Good Company)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 배급사 : 스폰지
수입사 :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www.ingoodcompa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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