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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최악의 영화 우연하게도 최악의 소년
yky109 2005-11-20 오후 1:01:39 1123   [0]

 이 영화는 내가 일요일 아침에 만난 '우연하게도 최악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전혀 일관성이 없으며(누나의 시체를 빼낸 뒤의 내용은 그 전과 너무 매치가 안 된다.) 인물들도 제멋대로 움직이며, 연기들도 뭔가 어색하고(나카시마 미카는 표정 연기가 별로 필요없었단 사실에 감사했을 것이다. 또한 주인공도 뭔가 수동적인 것만 같았다), 결과적으로 그딴 식으로 해서 나온 이야기가 참 이상하다.

 

 이 영화는 정신병 걸린 놈들이 총집합한 것만 같다. 주인공만 보아도 한국인이라는 것이 기분 나쁠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일삼고, 나카시마 미카가 연기한 캐릭터는 정신병이라고 판명까지 난 녀석이며, 주인공의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도 정상인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 정신병 걸린 녀석들이 하는 꼬라지는 전혀 깊이가 없고, 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뻔한 '미친놈' 이미지에서 멈춘단 것이다.

 

 사실, 영화 자체도 정신병 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주인공은 뭐하러 한국인으로 설정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단 배우의 생김새나 영화 속 인물의 하는 행동은 뼛속까지 일본인인데다(그 가족들도 마찬가지.), 영화 초중반까지 주인공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별 생각도 없는 것 같다. 다만 영화는 이 놈이 한국인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여러 번 주인공의 입으로 '나는 한국인이야'라는 말을 반복시키는데 쓸데없어 보인다. 그토록 한국인이라는 것에 대해 별 느낌이 없던 놈이 막판엔 왜 그렇게 굳이 누나를 한국에 데려가려냔 말야.

 

 또한 모든 것이 어이없음에 연속이다. 의미도 없는 대사와 행동 일색이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없고, 뭐든 술술 풀린다(시체 빼내기가 그리도 쉽단 말인가!). 범죄를 가는 곳마다 저질러도 따르는 경찰이란 없고(마지막에 순찰차 '달랑' 한 대가 오긴 하지만 그놈들이 하는 건 총에 쫄아서 삽질하다 괜히 여자 한 명 죽이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아이가 죽어도 주인공들은 별 반응도 없다. 그리고 왠지 몰라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범죄를 그리도 많이 저지른 주인공은 처벌받는 것도 안 보인다.) 주인공들은 그저 속 편하게 돌아다닐 뿐이다.

 

 이건 좀 심했다. 이야기의 짜임새가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고, 나름대로의 스타일이 있어보이지도 않고, 시각적 효과가 새로운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이 영화의 시각적 이미지가 속도감이니 어쩌니 주절대지만, 사실 요즘 그런 게 한둘인가. 막상 영화 보다보면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일본 특유의 허무한 개그(?)를 일삼는 영화들 속에 편승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그것도 잘 안 된 모양이다.

 

 영화는 어떤 기사에서 말했듯 등교 거부, 이지메, 이혼, 강도, 공갈, 폭행, 민족 차별, 상해, 자살, 드럭 등이 나오지만 어느 것 하나 이야기에 녹아난 것이 없다. 감독은 '모든 크리에이티브는 자기 의견이 이렇게 잘났다고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되게 하는 것이 역할이다', '영화나 소설이나 문법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새로운 걸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소설가가 [능숙해지지 말아라. 멋대로 해라]라고 했던 말을 정말 좋아한다'라는 말을 했으나, 영화가 도대체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나 했는지부터 의문이며, 감독이 영화 속에 쿡쿡 집어넣은 것들은 그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도 되지 못한다. 또한 그 소설가라는 인간의 말은 이 영화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전달하려는 무언가가 전달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냥 낙서에 불과한 것이다.

 

 감독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재일 교포라는 소재라도 제대로 살렸다면 그나마 나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도 되지 못하고, 심지어 영화 속 재일 교포 주인공 녀석은 영화 속에서 굳이 커플에게 돈을 뜯어내려고 협박하려는 장면에서 타노가 '심하다. 진짜 심하다. 피도 눈물도 없다.'라고 할 때 '한국인이라서 말이죠.'라고 대답하기까지 한다. 이 장면에서는 진짜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감독 머릿속에 박힌 한국인이란 이미지는 뭘까? 서서히 그가 재일 교포라는 사실조차 의심이 간다. 재일 교포라는 사람이 재일 교포라는 것 자체를 장사를 위한 도구로 바꿔버리다니. 주인공의 행동이 그렇다보니 가끔 진짜 재일 교포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오히려 집중이 안 되는 역효과가 나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진짜 '우연하게도' 일요일 아침에 만나 기분을 잡친 '최악의 영화'이다.

 

 

 

-혹, 또 정서 상 차이를 들며 내가 그걸 극복하지 못해 영화를 즐기지 못했다고 나불거릴 사람들에게 말한다. 도대체 일본의 영화 스타일이라는 게 뭔데? 정말 이 영화가 그런 일본 영화 스타일을 살린 거라면 그 일본 영화라는 건 개념 없이 헛소리만 늘어놓으며 별 의미도 없는 행동을 '스타일'이랍시고 내보이는 것이란 말인가? 일본 영화 얘기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는 그 '구로사와 아키라' 씨가 지하에서 통곡할 소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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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하게도 최악의 소년(2003, Worst by Chance / The Boy Is The Worst Accidental / 偶然にも最惡な少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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