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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506 한 신문 기사 내용.. GP506
huyongman 2008-04-25 오후 3:44:50 1473   [5]
  
▲ <알 포인트>와 공수창 감독의 영화
ⓒ 이희동
알포인트
 

개봉하자마자 영화 <GP506>을 봤다. 천호진이 주연이고, 이전에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 <알 포인트>의 공수창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데다가, 군인 시절 수색·매복을 하면서 보았던 GP, 그 공간이 영화화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컸던 탓이었다. 감독은 과연 GP라는 그 오묘한 공간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그러나 기대가 지나쳤던 탓인지 영화는 생각만큼 재미있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영화는 장르가 불분명했고, 주제의식도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두루뭉실 군대에 대한 비판임은 얼추 짐작할 수 있었지만, 감독의 전작 <알 포인트>가 보여주었던 신랄함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알 포인트>의 귀신과 <GP506>의 바이러스

 

영화 <알 포인트>는 베트남 전쟁에 관한 이야기이다. 비록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지만 모든 공포영화가 현실의 문제들을 형상화하고 있듯이, 그것은 베트남 전쟁을 관통하는 우리의 죄책감을 주제로 하고 있다. 미군을 도와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미명 아래, 베트남의 많은 민간인들을 학살했던 우리들의 부끄러운 역사.

 

결국 <알 포인트>의 귀신은 그 부채의식의 구체적 표현이다. 감독은 병사들이 알 포인트를 찾아가는 영화의 초반부, 원망의 눈빛을 발하는 베트콩 여인을 복선으로 깔며 그 귀신의 정체를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병사들이 귀신에 홀려 서로 죽이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죄책감으로 비롯된 두려움인 것이다.

 

  
▲ <알 포인트>의 귀신 부체의식의 구체적 표현
ⓒ 씨앤필름
알포인트

반면 영화 <GP506>은 공포영화의 플롯을 따르고 있지만 그 두려움의 정체가 불분명하다. 병사들이 서로 총을 난사하는 예고 동영상 등을 보면서 GP라는 좁은 공간 내 개인 간의 갈등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거니 추측을 했지만, 영화는 웬걸 그 모든 것을 바이러스로 설명하려 한다.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예측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바로 그 두려움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바이러스 때문이에요.’

 

물론 감독이 바이러스로 무엇을 상징하고자 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감독은 우리 군대 내의 왜곡된 위계질서와 냉전의식, 비민주성, 비합리성 등을 몽땅 비판하고자 바이러스를 꺼내들었을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아직 인간의 힘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 만큼 그 상징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 병리학적 접근 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병리적 해석
ⓒ 모티스 필름
GP506

 

그러나 바이러스의 등장은 오히려 영화의 장르를 모호하게 만든다. <알 포인트>의 귀신이 인간의 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관객들에게 구체적인 두려움을 선사했다면, <GP506>의 바이러스는 과학으로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그 두려움을 반감시킨다. 알 수 없는 존재로 인한 공포 영화가 현실과 동떨어진 SF물로 변질된 것이다.

 

게다가 바이러스와 싸우겠다는 것인지, 아님 그 바이러스가 표상하고 있는 것들과 싸워야 하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 결국 영화의 어설픈 외줄타기는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며 내용의 일관성마저도 해친다. 노 원사나 군의관 등 인물들의 정체성이 널뛰기 하듯 변하고, 병리학적으로 접근 가능했던 바이러스가 갑자기 초현실적인 힘을 갖게 되어 비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소재로서의 GP에 대한 아쉬움

 

또한 <GP506>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그 소재였던 GP라는 공간이 충분히 해석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영화에 있어서 GP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는 GP가 50년 동안이나 버려졌던 땅이기에 가능했던 설정이며, GP의 미로 같은 구조는 영화의 미스터리적 요소를 더 강하게 만들어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만든다.

 

  
▲ GP라는 공간 많은 괴담을 간직하고 있는 냉전의 산물
ⓒ 모티스 필름
GP506
  
▲ 미로같은 GP내부 GP가 실제로 저 정도는 아니다
ⓒ 모티스 필름
GP506

 

그러나 영화 속 GP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이다. 영화의 바이러스에 대한 과도한 병리학적 접근이 GP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정치사회학적 관점을 앗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분단국가의 최전선 고립된 공간에 갇혀 구시대의 질서를 몸으로 습득하는 과정이 누락된 것이다. 

 

영화는 왜 GP에서 수많은 괴담이 흘러나오고, 왜 3년 전 김 일병이 같은 동료들을 죽였는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단지 그곳에 사건 사고가 있었고, 그것을 발설하지 않으려는 자와 그것을 발설해서라도 살아남으려는 자가 있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강 상병이 케이크를 들고 내무실에 들어가 총을 난사하는 장면은 3년 전 ‘GP총기 난사 사건’의 재현이다. 비록 감독은 실제 사건을 모델로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지만 분명 그 장면 속 강 상병은 3년 전 김 일병과 겹쳐진다. 아마도 그들은 동기만이 다를 뿐, 모두 죽여 버리겠다는 마음은 같았을 것이다.

 

당시 언론은 살아남은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김 일병의 문제만을 부각시키며 ‘남들도 다 하는 군대생활, 그것도 버티지 못한 김 일병이 문제다’라고 여론을 몰아갔지만, 그와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런 김 일병을 만들어낸 군대의 시스템, 그리고 GP라는 공간의 음험함이다.

 

  
▲ GP 총기 난사 사건 계속 같은 사건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 모티스 필름
GP506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GP는 결코 단순한 최전방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적 공세는 차치하고서라도 그곳은 한 개인이 고립될 수 있는 최고의 공간이다. 전화도 편지도 불가능한 그곳에서 모든 인간관계는 기본적으로 구시대적 위계질서로 구획되며, 현실의 불만에 대한 탈출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소원수리니 뭐니 형식적으로 떠들어대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그곳에서는 그 모든 것이 자체 해결이다.

 

결국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인은 그 내부 질서에 순응하거나 미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야 한다. 운명은 사람이 만들어 간다고 하지만, GP라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는 구조의 힘은 이 시대 20대 젊은이들이 상대하기 벅찬 상대임이 분명하다. 영화에서는 그것을 바이러스로 표현했겠지만,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기에는 GP라는 공간이 이 시대에 주는 함의가 너무 크다.

 

군대의 근대성 비판

 

영화 <GP506>에 쏟아지는 많은 비판과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위 영화를 볼만 하다고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뭔가 2%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군대영화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이 사회의 성역처럼 존재하는 군대 신화에 대한 터부를 깨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영화를 많은 이들이 보아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순적인 군대 시스템이 사회적으로 적용되었을 때 그 결과는 어떻겠는가!

 

근대국민국가체제에 있어서 군대는 가장 근대적인 조직 중 하나이다. 근대란 것이 결국 이성의 발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면, 군대는 그 이성의 힘을 가장 극단적으로 활용하는 예이기 때문이다.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으며, 이성적인 각각의 병사들이 전체의 목적을 숙지한 채 그 목표달성을 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군대.

 

따라서 근대화된 군대는 19~20세기 근대를 꿈꾸었던 모든 이들에게 하나의 이상향이었다. 갑작스레 맞닥뜨린 적자생존의 근대체제에서 부국강병을 이루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한 군대와 그 군대조직을 본 딴 일사불란한 사회시스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군대 같은 국가와 군인 같은 국민.

 

그러나 많은 이들이 추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영국가의 꿈은 인류에게 상처만을 남긴 채 사그라졌다. 결국 병영국가체제는 세계대전과 같은 참극을 빚어냈고, 수많은 희생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이 체제를 고수하고 있지만, 사회가 어느 정도 발전하고 나면 그 모델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 베트남 전쟁에 대한 기억 사회 전체의 부채의식
ⓒ 씨앤필름
알포인트

 

과연 무엇 때문에 병영국가체제는 실패했을까? 왜 병영국가체제는 발전하는 사회에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까? 그것은 결국 체제가 그 모델로 삼고 있는 군대의 근대성이 가지고 있는 모순 때문이다.

 

무엇보다 군대는 효율성만을 최고로 강조하는 조직이다. 근대화된 군대는 전근대적인 굴레에서 벗어나 훈육과 감시 등을 통해 합리적인 개인을 양성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이성적인 개인일 뿐이다.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존재로서의 군인. ‘딴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더 굴려야 된다’는 것이 군대가 그 효율성을 유지하는 수단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군대의 효율성 추구는 태생적으로 비극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전체의 목적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전체의 일사불란함만 강조하여 개인의 희생을 강요한다면, 그 조직은 궁극적으로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대라는 조직의 목적이 항상 이성적이지도 않지 않은가. 이성적인 개인이 모이더라도 그 조직이 항상 이성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위 사실을 이미 5·18 등 역사적 오류를 통해 수도 없이 보아 왔다. 단지 명령에 의해 아무 의미 없이 살상을 계속해야 하는 죄 없는 병사들의 비극이란.

 

합리적 명분에 대한 동의 없이 오로지 명령만으로 유지되는 조직. 결국 군대가 가지고 있는 근대성의 모순은 목적을 잃어버린 효율성이다. 그리고 목적의 옳고 그름 없이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군대식 시스템은 창의성을 요구하는 이 시대에 병영국가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요컨대 병영국가체제가 그 높은 경제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속될 수 없음은, 그것이 ‘잘 살아보세’라는 목적에만 효율적일 뿐, ‘무엇이 잘 사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조건 대운하를 파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에는 새로운 목적과 패러다임을 정의할 수 있는 철학과 창의성이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영화<GP506>은 순항 중이다. 또한 감독은 이후로도 군대에 관한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이를 통해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군대식 시스템의 모순을 절절히 인식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4.19 12:04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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