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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팬을 향한 호소... 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
ldk209 2008-08-18 오후 12:43:34 15087   [20]
오랜 팬을 향한 호소... ★★★☆

 

벌써 언제 적 드라마인데도 아직 <엑스 파일>의 오프닝을 알리는 메인 테마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그리고는 뭔가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든가 눈앞에 외계인이 나타날 것만 같은 감상에 사로잡힌다. 그렇다고 내가 <엑스파일>의 매니아를 자처할 정도의 광팬은 아니었다. 그저 특별한 일(음주가무) 없으면 가급적 닥본사를 위해 일찍 귀가했고, 늦게 잠들었다. 아마 내 주위를 둘러보면 평균 정도의 집착을 보인 것 같다. 그럼에도 <엑스파일>이 미친 영향은 꽤 강력해서, 한때 TV를 도배했다가 일부 시트콤을 제외하고 사라진 듯 보였던 미드가 찬란한 부활을 선언한 건 바로 <엑스파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엑스파일>은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가 구분된다. 하나는 외계인의 음모이고, 또 하나는 초자연적 현상에 관한 것이다. 외계인의 음모는 시리즈 전체는 관통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스토리가 있었다. 따라서 중간에 빼먹으면 이야기 흐름을 놓치기도 한다. 그런데, 초자연적 현상은 1회 또는 2회 동안의 완결구조로 되어 있어서 그 부분만 봐도 특별히 무리는 없었다.

 

1998년의 첫 번째 극장판 <엑스파일>은 외계인의 음모에 집중했고, 그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버렸다. 그러나 명백히 극장판 <엑스파일>은 <엑스파일>의 명성을 이용한 또 다른 블록버스터에 불과했다. TV로는 구현하기 힘든 대형 액션 장면이 뒤덮은 화면에서 <엑스파일>이 가지고 있는 모호함의 매력을 느끼기란 쉽지 않았다. 2002년 시즌 9로 막을 내리고 6년 만에 돌아온 두 번째 극장판 <엑스파일>은 엑스파일의 두 축 가운데 외계인의 음모 부분은 완전히 거세한 상태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초자연적 현상에 집중하는가? 1998년 극장판에 비해 TV <엑스파일>의 정서를 더 많이 담고는 있지만, 초자연적 현상 그 자체에 집중했던 TV와는 달리 영화 <엑스파일 : 나는 믿고 싶다>의 초자연적 현상은 실체에 접근하기 위한 다리 역할에 머무른다.

 

익숙한 멜로디와 함께 눈으로 덮인 미국의 한적한 도로와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를 비추며 영화는 시작한다. 자동차에서 내린 여인은 FBI 요원이었고, 그 요원은 누군가의 습격을 받는다. 그 다음날 여인이 납치당하는 환영을 봤다는 신부를 따라 FBI 요원들이 여인을 찾아 나섰지만 발견된 것은 한 남성의 잘린 팔뿐. FBI는 이런 분야의 전문가인 멀더와 스컬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카톨릭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스컬리와 숨어서 혼자 살고 있는 멀더는 조셉 신부의 환영을 추적한다. 당연하게도 멀더는 이 신부의 환영을 ‘믿고 싶어’ 하고, 스컬리는 계속 의심을 가진다. 그러다 조셉 신부가 어린 소년들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전과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컬리의 의심은 더욱 더 짙어진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초자연적 현상 그 자체에 집중했던 TV 드라마와는 달리, 영화는 실체에 접근하는 입구의 역할에 머무른다. 따라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조셉 신부가 보는 환영, 사건 해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그의 언급에 대한 해석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부정적으로 보면 조셉 신부는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 납치 사건의 공범자일 수도 있고, 그저 사기꾼일 수도 있다. 반대로 신부가 보는 환영은 범인과의 과거 인연으로 엮어진 초자연적 현상일 수도 있다. 누구는 이것을 ‘믿고 싶어’하고, 누구는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떤 입장을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대립된 입장을 끌고 나가고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엑스파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며, 여전히 <엑스파일>에 눈이 가는 이유이다. 사실 오프닝의 음악과 분위기, 그리고 멀더와 스컬리를 빼면 이 영화에 <엑스파일>의 인장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현상을 두고 벌이는 의견의 대립과 선택, 입양보낸 스컬리 아들, 여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고 믿는 멀더, 그리고 후반부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로 등장하는 스키너 부국장의 모습은 영화 <엑스파일>을 기억하고 기다려온 팬이라면 공감하고 환호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마치 영화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조금 변하긴 했지만, 나는 여전히 엑스파일이라고. 날 잊진 않았겠지!!!’

 

아차, 멀더와 스컬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팬이라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왜냐면 멀더와 스컬리의 인사를 받아야 하니깐.

 

※ 오랜만이지만 멀더와 스컬리가 그다지 늙어 보이진 않는다. 마치 시리즈가 계속되어 온 듯한 느낌일 정도로. 돈의 힘일까? 아니면 이것도 혹시 초자연적 현상??? 아무튼 영화 초반에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멀더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객석엔 작은 술렁거림이 일었다.

 

※ 영화에서 가장 유머가 넘친 지점은 FBI 복도에서 미국의 현직 대통령인 부시의 사진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카메라가 부시의 사진을 비추자 기다렸다는 듯이 엑스파일의 익숙한 테마가 배경음으로 흘러나온다. 마치 부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든 현상'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만약 한국영화에서 부시 대신 2MB 사진으로 대체해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듯..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서 외계인들은 지구인을 상대로 갖가지 재미난 실험들을 한다. 개의 몸에 사람 얼굴을 붙여놓기도 하고, 사람 몸에 개 얼굴을 붙여놓기도 한다. 그런데, 실제 이와 비슷한 실험을 한 사례가 있다. 두 원숭이의 얼굴을 옮겨 붙이기. 몇 년 된 것 같은데, 척수를 연결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과제라서 두 원숭이가 몸을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과학이 더 발달하면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라고 했던 당시 기사가 생각난다. 이번 영화에서도 이와 관련한 실험이 등장한다. 궁금한 건 몸과 얼굴을 붙였을 때, 그 인간은 과연 누구일 것이냐이다. 움직이게 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몸의 기억일까? 두뇌의 기억일까?

 


(총 0명 참여)
freeze0120
마조요... 배우들이 안 늙는다는거.. 그게 가장 엑스파일 다운 것..   
2008-08-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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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 파일 : 나는 믿고 싶다(2008, The X Files : I Want to Believe / The X Files 2)
배급사 : 20세기 폭스
수입사 : 20세기 폭스 / 공식홈페이지 : http://www.foxkorea.co.kr/x-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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