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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 레인
yghong15 2010-10-31 오후 9:10:39 341   [0]
한마디로 완벽하다. 유머와 위트, 인과 관계와 개연성, 마무리까지 감성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유쾌하고 상쾌한 영화다. 너무 완벽한 게 흠이라면 흠일까. 주인공 페미니스트 작가의 인생 만큼이나 잘 짜여진 유머와 상황, 스토리가 기발하다. 그리고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그 배려가 갖는 이중적 한계도 간과하지 않는다. 종종 배려의 대상은 평등하지 않다. 물론, 진정한 배려는 동등하다.

두려움은 자유로움의 '징후' 같은 것이다. 자유와 두려움은 마치 선과 악처럼, 낮과 밤처럼, 삶과 죽음처럼 한쌍이다. 자유로운 자는 두렵지만, 두려운 자는 자유롭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아마도 식스센스 샤말란 감독은 두려울 것이다. 두려움을 이해할 수 없다면 만들 수 없는 영화니까. 자유로운 자는 두렵지만, 두려운 자는 자유롭지 못할 수도 있다. 두려움은 마치... 햇볕이 내리쬐는 화창한 날과 한쌍을 이루는 비오는 날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오는 날이면, 할머니처럼 주체할 수 없이 졸리다.

페미니스트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아가테는 정계에 입문하려고 한다. 그 와중에, 어머니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연인과 함께 짧은 휴가를 내고 고향 집을 방문한다. 고향 집에는 동생 부부와, 아가테 자매를 태어날 때부터 돌봐온 엄마같은 이민자 가정부가 있다. 여린 성격의 아가테 동생은, 늘 잘나가는 언니 때문에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한 마음 상처가 있다. 아가테 동생은 흐린 날씨 탓에 예민해지고, 눈치없는 남편은 기분을 풀어준답시고 '두려움은 자유의 현기증'이라는 키에르케고르의 대목을 읽어준다.

반면, 아가테의 삶은 현실적, 심리적 결여가 전혀 없다. 지성과 외모, 명성을 소유한 아가테는 상류사회 일원이다. 하지만 결여된 것 없는 그녀의 삶은, 하는 일마다 허당스럽고 아마추어같은 두 몽상가 다큐감독이 끼어들면서 궂은 날씨처럼, 연인과 헤어지고, 정치연설도 못하게 되는 등, 한순간에 결여범벅이로 엉망이 된다. 수십 년 전에 다큐영화를 찍은 후, 지금은 아기세례식 동영상을 찍으며 생활하고 있는 능청스런 미셀과, 미셀의 제자격인 호텔 종업원이며 초짜 다큐감독인 카림이 그들인데, 아가테가 현실감각이 부족한 미셀과 카림의 제안을 받아준 건, 엄마같은 가정부의 아들, 그녀와는 남매 같은 카림이 부탁했기 때문이다.

카메라 앞에 아가테를 앉혀놓고 미셀이 하는 말, 자기소개를 하란다. ㅎㅎ 그래서 나선, 초짜감독 카림이 아가테에게 질문한다. 정치가 권력을 남용하는 것 외에 어떤 쓸모가 있느냐는 것과, 여성을 위한 할당제가 없었다면 정계에 진출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뒤로 넘어갈 정도로 코믹하고 기발한 중간편집본을 편집하는 카림은 도전적이고 총명한데... 심지어는 타협하기 싫어서 습작조차 안한다고 주장한다.(흠... 나랑 같네.ㅎㅎ) 미셀은 마치... 의도인듯, 본래가 허당스러운듯, 미묘하고 모호하고 능청스럽게 아가테를 곤경에 빠뜨린다. 촬영을 하겠다며 집에서 몇 시간 거리의 산꼭대기로 끌고가서는 주차 실수로 차가 고장나고, 빗속에서 감자 트럭 짐칸을 얻어타는 식이다.

아네스 자우이 여성감독이, 각본과 아가테 연기까지 도맡은 영화의 시선은 따뜻하고 여유롭다. 아가테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들마다 하나같이 비오는날처럼 현실이 꼬이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화내지 않는다. 상대방을 탓하거나 비하하지도 원망하지도 않는다. 모두가 낭만적이고 낙천적인 사유 속에서, 꼬이는 현실을 유머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긍정한다. 그들에게 부닥치는 현실의 문제는 그저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낮이 지나면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이 되듯이, 현실의 문제는 그냥 과정처럼 지나가는 일상이다. 그들은 삶에서 맞닥뜨리기 마련인, 비오는 날과 화창한 날을 서로서로 공유하고 받아들인다.

영화의 흠은... 그것이다. 모든 인물들이 공유하는 삶의 여유와 낭만성 때문에... 영화는 깔끔하게 마무리되지만, 상처가 만들어내는 진주같은 여운을, 남기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영화를 보는 중에는 재미있고 상쾌하고 기발하고 유머가 넘치고... 잘 만들어진 영화야... 그러면서 영화관을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이 흐른 후에... 위트는 휘발되고 건조한 깔끔함만이 기억된다. 왜냐하면, 영화가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서다. 당연하게도... 너무나 당연하게, 두려움은 자유의 현기증이고, 비오는 날의 여유로움과 우중충함은 화창한 날의 현기증이기 때문이다. 나는 당연한 현기증을 해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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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2008, Let It Rain / Parlez-moi de la plu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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