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일 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다. 일주년 즈음해서 글을 작성한다는 것이 바쁘다 보니 그만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한 편으론 괜스레 미안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만인의 가슴에 남은 진정한 황제에게 시기가 무슨 상관있으랴 라는 나름의 위안도 스스로 내리곤 했다.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이하 <디스 이즈 잇>)은 2009년 7월, 런던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돌며 50여 일간 펼쳐질 예정이었던 마이클 잭슨이 네 번째 월드 투어의 공연 리허설의 일종의 영상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영화는 실제 공연을 담지는 못했지만 단순히 가수로서만이 아니라 모든 걸 주관하는 디렉터로서의 마이클 잭슨의 모습을 꼼꼼히 담고 있으며, 그가 왜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충실한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2009년 6월 26일 금요일, 그날따라 새벽에 일찍 잠이 깨어 출근하기 전에 잠깐 인터넷으로 주요 뉴스를 살피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사망’이라는 기사 제목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을 본 순간, 내 머릿속에선 ‘오보겠지’라는 희망사항이 개입된 판단이 내려졌지만, 그건 명백한 사실을 담은 스트레이트 기사였다.

개인적으로 Michael Jackson의 팬이라고 할 만한 입장도, 애정이 많았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마이클 잭슨의 성형 또는 아동 성추문 논란과 관련한 얘기들을 다룬 일부 코미디 영화를 보고는 낄낄 대며 즐기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물론, 내 어린 시절의 한 때는 마이클 잭슨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내 추억의 한 자락이었다. 1982년 앨범 [Thriller]가 발표되었을 때의 교실 분위기는 한 마디로 매일같이 춤판이었다. 노는 녀석이건 공부만 하던 녀석이건, 너나없이 모두들 마이클 잭슨의 ‘Moon Walk’에 열광했고, 쉬는 시간마다 교탁 앞에선 ‘문 워크’ 경연대회가 열리기 일쑤였다. 잘하는 녀석 주위에는 아이들이 몰려들어 가르쳐 달라고 성화였고, 못하는 녀석에겐 야유와 장난스런 욕설이 퍼부어지기도 했다. 당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앨범을 테이프로 사선, 늘어져서 도저히 재생할 수 없을 때까지 듣고 또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마이클 잭슨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유명한 연예인이 사고로 죽었다는 느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회사에 출근해 나름의 추모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랫동안 듣지 않았던 [스릴러] 앨범을 꺼내어 듣는 순간, 마음속에 일종의 마법 같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Billie Jean> <Beat It> 등 앨범에 담긴 노래를 듣는 순간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교실 풍경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의 노래엔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화 <디스 이즈 잇>은 딱히 얘기할만한 별다른 내용은 없다. 그저 열심히 댄서들과 호흡을 맞추며 좀 더 멋진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마이클 잭슨의 일거수일투족이 담겨 있을 뿐이다. 같이 일했던 댄서나 스탭들이 증언하는 마이클 잭슨에 대한 찬사와 경배는 상투적으로 느껴져 오히려 오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사실 연습에 임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만으로 그가 왜 주위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습 과정에서 잘된 지점은 댄서나 스탭들의 공으로 돌리고, 잘못된 지점은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장면은 마이클 잭슨이 왜 마이클 잭슨인지를 입증하는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This Is It]

01 Wanna Be Startin' Somethin'

02 Jam

03 They Don't Care About Us

04 Human Nature

05 Smooth Criminal

06 The Way You Make Me Feel

07 Shake Your Body (Down To The Ground)

08 I Just Can't Stop Loving You

09 Thriller

10 Beat It

11 Black Or White

12 Earth Song

13 Billie Jean

14 Man In The Mirror

15 This Is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