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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고백합니다. 고백
cko27 2011-01-31 오후 3:49:14 673   [0]

 

 

영화는 하나의 사건으로 시작해 그것으로 파생되는 연쇄적인 효과들을 굉장히 섬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연출을 하는 감독의 역량도 대단했지만 인간심리를 이리저리 깊숙이 파고드는 원작자 미나토 가나에의 노련함엔 감탄사가 나오더군요.

 

관객들에겐 당황스러울 정도로 차갑고 쓰라린 영화에요.

감정을 뒤흔드는 대사와 감정을 절제하는 톤의 조합은 소름끼칠 만큼 끔찍한 상황에 대한 관객의 몰입
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이런 구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놔주질 않아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지만 심리적 데미지가 상당히 오래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죠. 허나 말이 부작용이지 포르노나 고어물이 아니라면 어디까지나 영화가 주는 데미지는 강렬한 여운으로 남게 됩니다.


 

언뜻보면 특이한 방식으로 청소년 범죄를 조명한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작가가 일본을 대표해서 고백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영화의 내용과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2003년 일본에서 발생했는데 12살짜리 소년이 갓난아기를 납치해 주차장에서 밀어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그리고 1997년에 발생한 토막살인사건의 범인은 14세 아이였어요. 끔찍한 건 이 아이가 살인에 죄책감을 느끼지않고 정당성을 강조했다는 겁니다.

 

그는 지금 20대가 되었고 치료가 종료되어 사회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굉장히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도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범죄연령층이 빠르게 내려가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무시못할 사안이기에 이 영화는 마치 우리 귓가에 대고 직접 속삭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영화는 관객들을 압도하고 압박합니다. 답이 없는 현실과는 달리 영화속에선 그럴듯한 마무리를 보여주지만  관객들은 유코의 행동이 최선이었다고 할지언정 옳다고 확신할 순 없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97년 "사람들의 고통만이 나의 고통을 잠재울 수 있다"며 자신의 살인을 정당화했던 어린 살인범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삶의 버팀목이 되는 가정의 붕괴는 나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심리적 단절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로 인해 교감이 막히고 감정이 붕괴되기 시작하면 세상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다는 지금 이 시대의 장점은 역설적으로 괴리감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것이 심화되면 세상을 벌레 보듯이 하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는데 밟아 죽이더라도 감정이 공유되질 않으니 죄책감을 느끼는 게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후천적 사이코패스를 의미하죠. 특히 어린 나이에 겪게 되는 단절과 붕괴는 인생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

 

정의 공유를 방해하는 또 한가지는 모든 게 급속도로 빨라진다는 겁니다. 통신기기나 인터넷을 통한 지금의 언어 전달 속도는 가히 압도적인데 문제는 몇 배속으로 화면을 재생할 때처럼 그 속의 사람들이어떠한 감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감지하는 게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덕분에 이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슬로우모션은 관객들에게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하긴 합니다만 동시에 양극단을 오가는 감정의 과잉으로 불편함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완전히 붕괴돼온 누군가의 감정은 고통으로 포장되어 죄의 동기가 됩니다. 죄는 피해자를 만들고 피해자들의 감정은 다시 고통으로 뒤덮이면서 죄의 동기가 되는 걸 반복합니다. 뒤덮인 감정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죄책감은 이 고통의 덩어리가 박살나지 않는 이상 피해자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 때까
지 피해자를 통제하는 최선의 수단은 형벌일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피해자의 고통이 아닌 잴수 없는 죄의 무게에 맞춰 정해진 처벌을 내릴 뿐이고 사람들의 관심은 범죄자와 잔혹함에만 쏠릴 뿐입니다. 남겨진 피해자들의 고통은 허공에 표류하게 되는데 영화는 그 표류하는 고통들에 단순히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차원을 넘어 고통을 분해시키는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대다수의 관객들은 옳고 그름의 딜레마에 빠져 멍한 상태가 되지만 이내 찾
아오는 비극적인 고통의 물살은 생각과 감정을 쓸고 내려가 가슴에 울림만을 남깁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인물의 고통을 공유시키기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며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결국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둘의 고통은 완벽하게 공유가 되고 비로소 고통은 상쇄될 수 있는 죄책감과 분노로 분리가 됩니다. 이 영화의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던 건 두 사람 모두에게서 이 두가지 감정이
섞여나왔기 때문입니다.

피해자의 고백과 복수만을 다루는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는 특별해질 수 없었을 겁니다.

통과 상실이 방치되는 일본의 고백은 매혹적인 연출과 함께 관객을 미동조차 할 수 없는 긴장상태로 이끕니다. 피해자가 피해자를 낳는 고통의 근원에 다가갈수록 더욱 깊은 여운을 간직할 수 있을 겁니다.

 

 

 

 

 

 

고백 -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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