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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환상의 조우.. 영화와 만화의 조우.. 미요코
ldk209 2011-02-22 오후 3:24:56 380   [0]
현실과 환상의 조우.. 영화와 만화의 조우.. ★★★☆

 

‘와우! 이게 도대체 언제적 영화지?’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 정도로 <미요코>라는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태로 그저 ‘괜찮다’는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극장에 가니 그 흔한 팜플렛 한 장 없었다. 극장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처음부터 받지 못했다고 하니, 팜플렛을 아예 제작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너무 소규모로 개봉하는지라 팜플렛 비용조차 아끼려했던 것 같다.

 

상황이 이러하니 솔직히 초반에 조금 헤맸다. 대체 무슨 얘기인가 싶기도 하고, 저 인물이 이 인물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이 골 때리는 상황은 뭐란 말인가. 집중해서 보고 있으려니 조금씩 잡혀 나간다. 때는 1970년대 초반 일본. 만화가 아베 신이치(미즈하시 켄지)는 훗날 아내가 될 여자인 미요코(마치다 마리)와 함께 동거를 하며 신인 발굴에 총력을 쏟고 있던 만화잡지 ‘가로’에 미요코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 <미요코 아사가야 기분>을 연재하게 된다. 아베는 미요코를 모델로 일일이 사진을 찍어 그림으로 다시 그리는 방식으로 만화를 그려 나간다. 그리고 아베가 추구하는 일종의 가치관은 쉬르레알리슴. 창작의 고통에 힘들어하던 아베의 정신 상태는 점점 더 광기로 혼미해지고 아베와 미요코는 지방으로 내려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살아가지만 아베의 광기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간다.

 

결론적으로 말해 내가 최근에 본 영화 중 가장 독특한 영화라고 할 수 있는 <미요코>는 한 마디로 스토리로 이해되는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 영화가 ‘쉬르레알리슴(Surrealism)’에 입각해 있음을 이해하고 바라봐야 한다. 그러니깐 초현실주의(超現實主義). 20세기 예술사조 중 하나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를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 사조를 의미한다.(고 한다) 쉬르레알리슴에 입각한 예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법이 콜라주, 프로타주, 데칼코마니 등이라고 하니 <미요코>의 독특한 화면 구성에 대해 이해의 지평이 넓어짐을 느낀다.

 

현실과 만화가 절묘하게 배합되는 처음 도입부부터 <미요코>는 범상치 않은 영화임을 예고한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오래 전 영화를 보는 듯한 그 촌스러움, 그리고 키치(Kitsch)적이고 그로테스크(Grotesque)한 화면은 보는 내내 감탄(그것이 긍정적 의미이든 부정적 의미이든)을 자아내게 한다. 정확하게 초현실주의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상으로만 보면 비틀즈의 노래로 만들어진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의 화면이 좀 더 미치면(!) 아마도 <미요코>에 가까워질 듯하다. 결국 <미요코>를 보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떠올리게 된다는 것은 당시의 세계사적 조류의 공통된 기반에 두 영화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안타깝게도 우리는 예외였던)

 

그건 바로 기존 가치의 전반을 부정하는 반문화의 조류이며, ‘68혁명’ ‘베트남 전쟁 반대’와 마약, 플라워 무브먼트, 음악적으로는 사이키델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깐 콜라주 기법이 동원된 <미요코>의 기묘한 영상과 화려한 색채를 중심으로 하는 환상적인 배경은 광기를 내뿜는 아베의 눈으로 바라 본 세계임과 동시에 70년대를 강타한 반문화의 조류, 바로 그 자체라는 점이다.

 

한편, <미요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아베의 강요로 아베의 친구와 미요코가 정사를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기괴한 관계를 맺고 있음에도 끝내 두 명이 헤어지지 않고 동반자로서의 길을 걸어간다는 점이다. 아베는 자신이 누군가에 대한 증오로 살아간다는 점을 항상 강조한다. 그 증오가 종이에 반영될 때에는 좋은 예술작품으로 승화되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현실적인 폭력이나 좌절로 외화되기도 한다. 그 옆을 지키는 미요코. 아베는 점점 미요코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면서, 즉 누군가에 대한 증오를 거두면서 더 이상 성관계를 갖지 못하게 된다. 결국 아베에게 있어서 삶의 동력은 증오였던 셈이다.

 

※ 이 영화엔 시종일관 기괴하면서도 뒤틀린 유머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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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요코(2009, Miyoko Asagaya Kibun)
배급사 : (주)소나무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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