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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면 바위도 조약돌이 되기에... 래빗 홀
ldk209 2011-12-30 오전 10:56:21 644   [1]

 

시간이 흐르면 바위도 조약돌이 되기에... ★★★☆

 

교외의 한적한 주택에 평온해 보이는 삶을 사는 베카(니콜 키드먼)와 하위(아론 에크하트) 부부. 그러나 8개월 전 집 앞에서 교통사고로 어린 아들을 잃은 부부는 엄청난 상실감과 슬픔에 힘들어 하고 있다. 타인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둘만을 바라보며 지내지만 둘이 상실감을 극복하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방향이 너무 다른 나머지, 둘은 서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헤드윅> <숏버스> 등 신선하거나 충격적인 또는 파괴적인 소재와 영상으로 매번 화제를 몰고 왔던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세 번째 영화 <래빗 홀>은 언뜻 다른 영화가 많이 다뤄왔던 평이한(?) 소재의 영화 같기도 하다. 그러나 위안을 얻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전히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영화이기도 하다.

 

<래빗 홀>이 자식을 잃고 힘들어하는 부모를 다룬 다른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사고 순간이 아니라 8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영화가 시작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영화의 시놉시스나 예고편 등 기본 정보를 모른 채 영화를 봤다면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인지 한동안 모를 정도로 영화는 정보를 조각 조각 잘게 쪼개 관객에게 건네준다. 왜 힘들어하는 것인지 원인이 밝혀진 후에도 의문은 꼬리를 잇는다. 베카가 몰래 따라다니는 저 소년은 누구인가? 미스테리 구조는 아니지만,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에게 의문을 던지고 대답은 늦게 던져지며, 슬픔도 늦게 찾아온다.

 

영화는 이들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위안을 삼는 것을,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과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을, 그리고 결국엔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들이 존재하지 않는 낯설음에 익숙해지는 것만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을 매우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게 지켜본다. 베카는 아들의 흔적을 지우는 것에서, 하위는 아들의 흔적 속에서 위안을 얻으려 하고, 베카는 자신을 위로하려는 모든 것들에게 날카로운 대응을 하는 것으로, 하위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자신의 슬픔을 극복하고 표현하려 한다. 이러한 가운데 주위 사람들의 위로를 거부하던 베카가 오히려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인물과 소통하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아무리 선량한 의미라고 해도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은 인물보다는 비록 가해자(?)지만 그 날을 공유하고 있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그 공감의 폭. 조금 아쉬운 건 베카의 감정은 입체적으로 충실히 전달된 데 반해 소년의 감정은 평면적으로 배치됐다는 것.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은 이들 부부의 슬픔을 보여주기 위해, 그리고 관객의 눈물을 뽑아내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쉬운 길로 가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래시백을 과도할 정도로 자제해 단 한 번의 플래시백으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든지, <래빗 홀>은 아들을 잃은 상실감을 그린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기이할 정도로 정적이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남는 건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아련한 슬픔이다.

 

※ 나에게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은 서로 공통된 경험을 안고 있는 베카와 엄마가 지하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가슴에 얹힌 이 무거운 바위를 어떻게 하지. 엄마가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면 무거운 바위가 점점 작아져 나중엔 주머니에 넣고 다녀도 좋을 만큼 조약돌처럼 작아지지. 그러다 가끔은 그 조약돌을 잊어버리기도 해. 하지만 문득 생각나 손을 넣어보면 만져지지. 그렇게 계속 가는 거야. 그래도 괜찮아” 결국 시간이 약인 것인가.

 

※ 남녀를 떠나 최고의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 중에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가 있던가 생각해보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니콜 키드먼이나 나오미 왓츠 같은 최고 미녀들이 연기력으로도 최고로 인정받는 외국의 현실. 이유가 무엇일까? 내 생각엔 영화의 규모를 떠난 꾸준한 작품 활동에 있지 않나 싶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21그램> 같은 작지만 독특한 영화를 통해 먼저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나오미 왓츠나 미모가 부각된 후 <디 아워스> 같은 작은 작품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니콜 키드먼, 많은 톱 클래스급 외국배우들의 행보는 대체로 이와 비슷하다. 출연료가 없거나 소액인 작품성을 위주로 한 영화와 많은 출연료를 받는 거대 블록버스터 영화에 교대로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정체성을 꾸준히 확립하는 행보.

 

반면 우리나라의 최고 외모를 자랑하는 배우(?)들은 평소 스크린보다는 TV 광고에서 주로 보게 된다. 드라마라도 열심히 출연하면 모르겠는데, 사실 이들을 배우라고 불러야 할지도 의문이다. 배우라기보다는 모델. 몇 년에 한 번씩 영화에 출연하며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생각보다 잘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왜냐면 그런 한가한 연기 활동을 통해 연기력이 성장하기 만무하며, 그런 모델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돈 내고 보러갈 만큼 관객들의 아량이 넓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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