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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영화라기보다 관습에 도전했던 한 인간의 드라마.. 머니볼
ldk209 2011-11-24 오전 11:16:44 579   [1]

 

스포츠 영화라기보다 관습에 도전했던 한 인간의 드라마.. ★★★☆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는 부자 구단에 뺏기기 일쑤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꼴찌 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선수 출신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예일대 경제학과 출신의 피터 브랜드(요나 힐)를 부단장으로 기용해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에 따라 새로운 전략을 수립한다. 그는 오랫동안 일해 온 스카우터들의 조언을 무시한 채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 다른 팀에서 외면 받던 선수들을 팀에 합류시켜, 새로운 라인업을 구축한다. 빌리 빌의 시도는 모두의 비웃음을 샀지만, 그해 애슬레틱스는 20연승이라는 아메리칸 리그 신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돌풍의 주역이 된다.

 

약한 팀을 맡아 강팀으로 거듭나게 하는 스포츠 영화는 널리고 널렸다. 아니 대부분의 스포츠 영화가 사실 그러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머니볼>은 기존 스포츠 영화의 공식을 따르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또한 그런 차원에서 매우 파격적이고 신선한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그 변화의 주역이 감독이나 선수가 아니라 단장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기존 스포츠 영화에서 보자면 단장은 변화를 가로막는 보수적 입장을 대변하거나 심지어 악역에 가까운 이미지로 그려져 왔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수용하거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빌리 빈을 악역으로 지목해도 할 말이 없는 캐릭터일지도 모른다. 자 생각해보라. 오로지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해 선수를 선발할 수는 있다. 어쨌거나 그건 단장의 몫이다. 그러나 그 선수를 경기에 뛰게 하고, 경기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영역이다. 그러나 빌리 빈은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선발로 뛰게 할 것을 종용하고(외압의 행사), 감독이 거부하자 선발로 뛰던 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버리기까지 한다. 심지어 나중엔 선수들에게 일일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와 전략을 주문하기도 하는 등(월권) 사실상 감독의 역할까지 행한다. 이에 반해 감독(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알기 힘들게 그려져 있다.(대체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을 왜 캐스팅했는지 모르겠다) 따라서 영화에서 팀이 연승을 거둘 때, TV 뉴스 아나운서들이 감독의 능력을 칭찬하자, 객석에 웃음이 이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게다가 빌리 빈은 선수를 내쫓을 때 힘들지 않도록 일부러 선수들과의 개인적 친분 쌓기를 피할 정도로 비인간적 캐릭터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오로지 데이터에만 의존해 선수를 선발하는 건, 극단적인 자본주의적 정신을 야구장에 이식시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구단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그 팀에서 성장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자면, 빌리 빈 단장 아래서 이종범 선수는 일찌감치 은퇴하거나 다른 팀으로 짐을 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빌리 빈이 영화에서 악역으로 그려지지 않은 건, 아니 악역으로 느껴지지 않은 건 단지 그가 주인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의 첫 장면, 양키스 구장에서 디비전 시리즈를 벌이고 있는 팀의 경기를 차마 보지 못하고 텅 빈 경기장에 앉아 라디오를 계속 켰다 껐다 하며 경기 결과를 체크하는 빌리 빈 단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는 경기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것을 패배에 대한 기피라고 핑계를 대지만, 이는 인간적으로 심약하다는 반증이다. 선수들과 개인적으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말 나쁜 사람이라면 친밀한 사이에도 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방출시킬 뻔뻔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그가 끊임없이 과거의 상처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사용된 플래시백은 최근에 봤던 그 어떤 영화보다 적절해 보인다. 말 그대로 왜 현재의 빌리 빈이 이런 행동을 보일까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으며, 인간적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머니볼>은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브래드 피트에 의한, 브래드 피트를 위한, 브래드 피트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이나 사건은 브래드 피트가 개입하는 것만이 제시된다. 브래드 피트가 알지 못하는, 또는 개입하지 않는 사건이나 에피소드는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야구단 단장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내용도 야구단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야구 경기 장면도 별로 없으며(자료화면 성격) 야구 선수들도 그저 배경 정도로만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기존의 스포츠 영화라면 20연승을 수립하는 마지막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잡고 최대한 아드레날린 수치를 끌어 올렸을 것이나 <머니볼>은 그 마저도 담담히 넘어간다. 사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어느 특정 장면이라고 지칭하기가 곤란할 정도다. 그러니깐 <머니볼>은 만약 스포츠 영화의 화끈한(!)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라면 조금은 실망할 지도 모를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경기가 흔히 인생에 비유되듯 기존의 관습을 깨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한 인간의 드라마를 담은 영화라는 차원이라면 <머니볼>은 분명 좋은 선택이다.

 

※ 누구 말대로 언젠가 브래드 피트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줄게 확실하다면, <머니볼>로 주었으면 좋겠다. 충분히 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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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볼(2011, Moneyball)
제작사 : Michael De Luca Productions, Scott Rudin Production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moneyball20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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