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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연대가 우리의 힘이다... 르 아브르
ldk209 2011-12-28 오후 3:30:25 346   [1]

 

따뜻한 연대가 우리의 힘이다... ★★★☆

 

프랑스 항구도시 르 아브르에서 구두닦이를 하는 마르셀(앙드레 윌름스)은 비록 남루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아를레티(카티 오우티넨), 애견 라이카 그리고 친절한 이웃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 아를레티는 심각한 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고, 마르셀은 경찰에 쫓기던 밀입국 소년 이드리사(블론딘 미구엘)를 집에 숨겨주게 된다. 그러나 소년이 마르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본 동네 주민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경찰 모네(장 피에르 다루생)의 감시를 받게 되고, 마르셀은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이드리사가 원하는 런던에 보내주기 위해 작전을 펼쳐 나간다.

 

‘대체 이 영화는 몇 년도 영화일까?’ ‘혹시 오래 전 고전 영화를 뒤늦게 개봉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바로 이러한 의문이 떠오를 정도로 이 영화의 영상이나 화법은 마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거기에 아마도 전업배우들이 아닌 일반인들로 추정되는 출연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고전 느낌을 더욱 짙게 한다. 단순히 영상만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살펴보자. 르 아브르에 사는 주인공과 선량한 이웃들은 여전히 낡은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듣고, 선술집에 모여 싸구려 브랜디를 시켜 놓고는 잡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늙은 악사가 역 앞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구두닦이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잠재 고객들을 바라볼 뿐이다. 젊은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마치 우리네 농촌 어촌과 마찬가지다. 쇠락해 가는 느낌.

 

이런 낡지만 정감있는 소품들은 등장인물들의 선량함과 바로 연결된다. 주인공 마르셀을 포함해 마르셀과 소통하며 지내는 마을 주민들은 어려운 이웃에 대해 아무런 의심 없는 선량함을 드러낸다. 가난이 무엇인지, 버려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한 어른들이 엄마(희망)를 찾아 나선 아이의 꿈을 위해 벌이는 한 판 소동극이야말로 이 영화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장일 것이다. 또는 달리 말하면 약자, 빈자, 노동 계급의 연대.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미리 예측하기도 전에 이들은 서로를 돕고 어려운 상대를 위해 베푸는 선함의 미덕을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화면은 이들이 지내는 빈민가 골목을 비추며, 현실을 망각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발휘한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함축되어 있는 가장 핵심적인 장면은 소년의 탈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자선음악회에서 늙은 가수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일 것이다. 노래 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노동자 계급으로서의 삶,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는 보여주고 들려준다. 이 노래를 통해 빈민가에 사는 구두닦이, 동네 작은 구멍가게의 선량한 주인들,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노래하는 가수, 선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어부들, 이들의 연대야 말로 사회를 좀 더 따뜻하게 만들고 조금 더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라고 영화는 얘기한다.

 

※ 이들의 선량함은 소년의 탈출에 대해 알카에다 등 테러 조직원이 아닌가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경찰과 언론의 행태와 비교해 더 돋보인다.

 

※ 호객 행위를 하지 않고 그저 우두커니 서서 손님을 기다리는 구두닦이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몸짓으로 보였다.

 

※ 라이카라는 개 이름은 역사상(!) 매우 중요한 개 이름이다. 1957년 11월 3일, 소련은 우주 비행선 스푸트니크 2호에 개 한 마리를 태워 우주로 띄워 보냈고, 바로 그 개 이름이 라이카였다. 라이카는 우주선이 발사된 지 얼마 후에 당시 기술로 방어가 불가능했던 태양의 열선과 방사능에 노출되어 극심한 고통과 공포 속에 죽었으며, 그렇게 시체가 되어 지구의 궤도를 돌던 라이카는 스푸트니크 2호와 함께 지구 대기권에서 폭발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소련은 미국보다 앞서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띄울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모스크바에 있는 우주정복기념물에 개 한 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바로 라이카라고 한다. 지구에서 최초로 우주여행(?)을 한 개 라이카.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의 애견 라이카의 이름이 여기에서 비롯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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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아브르(2011, Le Hav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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