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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고통만 안겨주는 전쟁.. 워 호스
ldk209 2012-02-14 오후 4:09:21 5281   [4]

 

인간에게나 동물에게나 고통만 안겨주는 전쟁.. ★★★★

 

기본적인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다. 한 소년과 말이 서로에 대해 깊은 교감을 나누다, 말이 전쟁터에 끌려 나가는 바람에 헤어지게 됐다가 다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니깐. 물론 그 안에 말 조이가 경험하게 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 이야기는 전적으로 말 조이만이,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만이 아는 이야기이며, 이런 점에서 보면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말 조이에 대해 가지는 감정의 폭이나 이야기의 흐름엔 조금 억지스런 감이 있기도 하다.

 

어쨌거나 말 조이는 소년 알버트(제레미 어바인)에 의해 정성스럽게 키워지고, 그와 함께 영국 시골 데번을 누비며 자라지만, 빚을 갚아야 하는 아버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제1차 세계대전에 출전하는 장교에게 팔려,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이때부터 조이는 용기는 가상하나 경험은 없는 한 대위의 말, 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소년병의 말,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소녀의 말로서 그들에게 위안을 주며, 한편으론 독일군 부상병을 후송하는 마차라든가 무거운 포를 산으로 끌어 올리는 혹사를 당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스티븐 스필버그가 가장 잘 만드는 영화는 전쟁영화와 가족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워 호스>는 이 둘을 합친 것이니 어쩌면 스필버그가 가장 잘 만드는 그런 종류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엔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우주전쟁>의 잔영들이 보인다. 여기엔 분명 전쟁영화임에도 가족영화로 만들기 위한 스필버그의 노력들이 발견된다. 사실 <워 호스>는 대단히 잔인한 장면들의 묘사가 가능하다. 그러나 스필버그는 그러한 장면을 원경으로 포착하거나 또는 흐릿하게 처리함으로서 시각적, 심리적 충격을 덜어주고 있다. 게다가 실제로 전쟁을 묘사하는 시간 자체도 짧은 편이다.

 

예를 들면, <워 호스>에서 가장 잔인한 장면을 보자. 영국군 기마대는 지축을 울리며 독일군 기지를 급습하고, 놀란 독일군들은 허둥대며 숲속으로 도망친다. 얼마 뒤 숲속에 설치된 기습에 대비한 기관총이 불을 뿜어대고, 말들은 쓰러진다. 부하들이 전멸했음을 알게 된 스튜어트 소령(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칼을 던지고, 카메라는 부감으로 들어 올려지며, 넓은 대지에 쓰러져 있는 수십, 수백 마리의 말들을 비춘다. 이것이 원경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 끔찍한 장면이었을 것이다.(원경이어도 충분히 끔찍하지만) 또 하나, 영화의 후반부에 와서 전쟁에 참전한 알버트는 쏟아지는 적군의 총탄 세례를 통과하며 수류탄을 투척하고는 적진지로 들어간다. 두려움과 공포가 서린 눈, 분명 알버트가 목격한 장면은 아마도 <이오지마로부터 온 편지>에서 미군이 일본군 참호 속에서 발견한 바로 그러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두려움에 질린 알버트가 목격한 장면을 영화는 마치 안개에 쌓인 듯 흐릿하게 처리한다.

 

장면의 잔인함은 순화시켰다지만, 그럼에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가 대단히 잔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건 거의 전적으로 전쟁을 말 조이의 시선에 따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워 호스>는 스필버그 영화 중 가장 반전 메시지가 강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설정이겠지만, <워 호스>는 전쟁영화임에도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없고 선악의 개념도 없다. 영국군이나 독일군이나 똑같이 선한 병사가 있고, 전쟁에 미친 병사가 있으며, 똑같이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대체 왜 이렇게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전쟁을 해야 하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고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더군다나 동물이 말 조이 입장에서의 모든 전쟁 행위는 친구의 목숨을 위협하는 잔인하고 백해무익한 것에 불과하다.

 

<워 호스>에서 가장 감동스러운 부분이라면, 이 영화가 특수효과나 CG를 거의 배제한 채, 음악과 영상에서 고전 영화의 아날로그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이야기가 들어갔음에도 이야기 전개는 여유가 있고, 부드러우며, 따라서 현대 영화의 격렬하고 빠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지루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을지 모른다. 강하게 몰아치는 감동은 없어도 중간 중간 뭉클하고 가슴 저린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어 영화가 끝난 후 행복감에 젖어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특히, 존 포드의 <수색자>를 오마주했다는 영화의 마지막 엔딩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롭다.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아름다운 석양을 봤던가 싶을 정도로 황홀하다. 이 장면 하나로도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히 차고 넘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 다른 걸 떠나 말의 연기력(?)이 정말 끝내준다. 어떻게 저렇게 찍었을까 싶게 말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 있으며, 정말 존엄이 넘치는 존재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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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호스(2011, War Horse)
제작사 : Amblin Entertainment, DreamWorks SKG, The Kennedy/Marshall Company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warhorse201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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