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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와 아마추어리즘 사이에서 헤매다. 영건 탐정사무소
jksoulfilm 2012-10-06 오전 12:17:00 577   [0]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movie.naver.com/

 

 

★★☆ 키치와 아마추어리즘 사이에서 헤매다.

 

지금 전 세계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열광하고 있다. 영국 UK차트 1위, 빌보드 차트 2주 연속 2위에 빛나는 싸이의 행보는 연일 인터넷을 장식하고 노란머리 외국인이 ‘강남스타일’을 따라 부르고 말춤을 추는 광경을 보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신선하다. 이 기똥찬 문화 현상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한 편이 도화선이 되어 일어난 일이라면 믿어지는가? 우리에게는 익숙해 별 새로울 것 없는 싸이에게 세계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싸이는 그 스스로를 B급 가수로 칭할 만큼 애초에 주류의 색채를 띠지 않았다. ‘십 원짜리’라는 가사가 등장하는 그의 데뷔곡 ‘새’는 그에게 ‘엽기가수’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고, 당시 음악궤도에서 벗어난 춤과 노래는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줄곧 싸이는 그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춤과 노래, 의상에 안무 전반을 기획하고 만들어나갔다. 그 끊임없는 ‘미친 짓’이 지금의 싸이를 만들었다.

 

이는 즐거움과 재미를 최고로 치는 ‘키치 문화’의 승리다. 키치라 하면 최근에는 유치하고 천박한 방법으로 기성 예술의 엄숙함을 조롱하고 야유하는 예술의 형식이란 의미로 쓰이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단순한 즐거움’을 좇는 문화라 할 수 있다. 지금 시대가 이상하게도 이 키치적인 싸이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삶이 즐거움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방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영건 탐정사무소] 역시 ‘키치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키노 망고스틴’이라는 독립영화제작사가 만든 이 작품은 제작사가 만든 이전 작품들과 같이 키치적인 요소를 늘어놓는다. 몇몇은 유치하게, 몇몇은 코믹적으로 느껴지는데 냉정하게 말해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그들만의 키치가 관객의 마음을 얻기 힘들었다는 얘기다.

 

그들은 꾸준히 장르 비틀기를 시도하는 ‘영화꾼’이었다. 이전 영화 [이웃집 좀비], [에일리언 비키니]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기존 장르 영화의 프레임을 빌려다 쓰고 그 내부적인 구성은 비틀거나 다른 장르와 퓨전하여 새롭게 만드는 것을 즐겼다. 틀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단순히 즐길 거리로서의 영화. 관객뿐만 아니라 만드는 사람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영화. 그들의 지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미있게 만들고 재미있게 보자’. 싸이가 ‘새’부터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온 것처럼 키노 망고스틴도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건 탐정사무소]는 그 진화의 과정 중간에 놓인 작품이다. 잘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은 가득한 데 표현은 서툴다. 전반은 영화스타일과 캐릭터 잡기에 몰두해 이야기의 진행이 더디고, 후반은 벌여놓은 이야기를 수습하지 못해 어지럽다. 스타일리시한 영상이 주는 감각보다 턱없이 부족한 이야기를 탓하게 되는 건 당연지사. 그들만의 세계에 너무 빠져있는 듯한 모습이 거리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직 그들의 스타일을 대중적으로 느끼기에 미리 선행학습된 효과가 얕은 탓일 것이다.

 

[영건 탐정사무소]는 탐정물을 비틀었다. 이 영화에서는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탐정이 사건을 추리하고 범인을 쫓는 과정의 컨벤션은 볼 수 없다. 두뇌보다는 발이 빠르고 명석하고 예리하다기 보단 착하고 바보 같은 '영건‘(홍영근)이 극을 이끌어 간다. 영건은 송현(최송현)으로부터 누군가를 죽여 달라는 의뢰를 받고, 사건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전개된다.

 

이 영화가 가지는 극명한 한계는 느슨한 스토리에서 시작된다. 탐정물 장르를 비틀어 새로운 장르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야기 구조는 성실하게 직조하는 성의가 있어야 했는데 영화는 쇼트구성에만 몰두한다. 노력은 어느 정도 빛을 발한다. 쇼트의 충돌로 일어나는 비주얼의 쾌감은 꽤 산뜻하다. 특히 후반에 등장하는 줄자 액션신과 플래시백은 독립영화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비주얼을 선사한다. 하지만 여기서 영화는 더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고 말았다.

 

인맥에 의존한 배우 캐스팅도 이 영화에 악수로 작용한다. 주인공 ‘영건’의 연기력은 혼자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어수룩한 탐정 캐릭터 이전에 연기력의 부재가 보였다. 대사의 톤, 각 상황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가 아마추어리즘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사장’(하은정)과 ‘틱택토’ (배용근)는 미스 캐스팅으로 보인다. 연기력의 문제 이전에 더 적합한 다른 배우 찾기가 시급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지가 맞지 않는 느낌이 강하다.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영건 탐정사무소]를 응원하고 싶다. 대자본이 투자 되어 만드는 대형영화에 맞서 모든 것을 가내 수공업 화하여 농사짓듯 일구는 작지만 강한 영화이기에.

 

[영건 탐정사무소]에는 만드는 사람 하나하나의 열정이 가득해서 좋다. 한 세트를 세 장소로 만들어 쓸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걸 또 결국 해내며 영화를 만드는 그들이 자랑스럽다. 액션 장면 하나하나에 들인 공. 작은 영화임에도 떨어지지 않는 미장센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땀 흘렸던 모습이 스크린 밖으로 선명하게 떠오른다.

 

2012년은 키치문화가 대세다.

싸이가 [강남스타일] 하나로 세계를 흔들어 놨고,

한국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던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보기 좋게 황금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영건 탐정사무소], 키치와 아마추어리즘 사이에서 헤맨 작품이 되고 말았지만 발전의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키노 망고스틴이 만드는 다음 영화가 그 가능성을 증명해주지 않을까?

 

JK Soul's FILM Magazine

http://jksoulfilm.tistory.com


(총 0명 참여)
jksoulfilm
어설픈 게 매력으로 보이기엔 좀 심하긴 했죠 ㅋㅋ   
2012-10-09 00:21
slrkrkf
저도 봤는데... 뭔가 많이 어설퍼요...   
2012-10-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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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건 탐정사무소(2012, Young Gun In The Time)
제작사 : 키노망고스틴, 킹레코드 / 배급사 : (주)인디스토리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2012youngg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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