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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우리 사회, 그리고 내 자신이 정말 미워지는 영화 한공주
jojoys 2014-04-20 오후 6:14:19 686   [0]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여러 퍼즐 조각이 모여 거대한 분노의 쓰나미를 만들어내는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12분

이수진 감독 / 천우희, 정인선.. / 개인적인 평점 : 8.5점

 

    모두 편안한 주말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지난 금요일(18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한공주> 이야기를 해볼려고 하는데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한공주>는 2012년에 제작되어 작년에 열린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2관왕(시민평론가상, 무비 꼴라쥬상), 지난 3월에 열린 도빌아시아 국제 영화제 3관왕(심사위원상, 비평가상, 관객상),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에서 골든스타상,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타이거상, 여기에 지난 4월 5일에 스위스 프리부르에서 열린 프리부르 국제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국제 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은 후에야 비로소 국내에서 정식 개봉하게 된 작품인데요. 개인적으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찬사를 아끼지 않은 영화라는 점 때문에 너무나 보고 싶었던 영화 <한공주>.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지금부터 저와 함께 살펴보도록 하실까요?

 웃음을 빼앗겨버린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

 
줄거리 2012년 가을. 서울에 위치한 어느 사립여고에 한 학생이 전학을 오게 되는데요. 부모님이 아닌 예전에 다디던 학교의 선생님 손에 이끌려 전학 수속을 마친 그 여학생의 이름은 한공주(천우희).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공주는 좀처럼 웃을 줄을 모르는데요. 전학 오자마자 같은 반 친구들과 높은 담을 쌓아버린체, 철저하게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만 하는 공주. 도대체 공주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 <한공주> 예고편 ★
 
    아실만한 분들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한공주>는 지난 2004년에 벌어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작품인데요. 실화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이냐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공주>는 팩트와 픽션의 경계를 따지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 한 작품이더라구요.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공주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수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이 실제 우리 이웃의 모습, 아니 실제 바로 나 자신의 모습임을 관객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한공주>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수진 감독님(이름 때문에 여성 감독으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남성분이시랍니다. ^^)의 연출력이었는데요. 영화 초반, 담담한 내러티브와 플래시백 등으로 잔뜩 나열해 놓은 의미를 알 수 없는 퍼즐 조각들이, 극이 진행됨에 따라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차곡차곡 분노와 슬픔을 쌓아가더니, 마침내 엄청난 감정의 폭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던 <한공주>는 신인 감독의 솜씨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직접 <한공주>를 관람하고 나니, 왜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직접 이수진 감독님과의 대화를 청해 한참동안이나 칭찬을 늘어놓았는지를 알 수 있겠더라구요.

 마틴 스콜세지와 마리옹 꼬띠아르가 주목한 천우희의 놀라운 연기

 
    <한공주>를 보면서 이수진 감독님의 연출력만큼이나 놀라웠던건 출연하는 배우들이 하나같이 무명 연기자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연기자들 못지 않게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공주를 연기한 천우희씨의 연기가 단연 돋보였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었구 말이죠.
 
    2004년 <신부수업>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1년차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우 천우희'라는 이름은 대중들에게 낯설기만 한데요. <한공주> 이전에 그나마 가장 많이 얼굴을 알린 작품은 현재 상영중인 <우아한 거짓말, 만지의 절친인 미란역으로 출연하셨죠.> 정도니까 말이에요. 그렇게 데뷔 11년만에야 비로소 첫 주연을 맡게 된 천우희씨는 11년 동안 쌓아 온 연기 내공을 유감 없이 쏟아내고 계셨는데요. 첫 주연작이라 많이 부담스러우셨을 법도 한데, 그런 기색 하나 없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담담한 내러티브에 완전히 녹아든체로 각 장면마다 공주가 느꼈을 감정들을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천우희씨의 연기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마리옹 꼬띠아르의 찬사가 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해주기에 충분했었답니다.

 <한공주>가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지는 고요하지만 강력한 일갈


    비록 넉넉한 가정 형편은 아니지만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말처럼 또래의 평범한 여고생들과 다름 없이 밝고 건강한 나날을 보내던 공주는 43마리의 짐승 X끼, 아니 짐승만도 못한 새X들(격한 표현을 써서 죄송하지만 지금의 제 마음이 도저히 얘네들을 좋은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는 상태여서 그런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랄께요.)에 의해 음악에 대한 꿈도, 해맑던 웃음도 모두 빠앗겨 버리고 말았는데요. 하지만 공주는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깊은 절망 속에서도 자그마한 희망의 조각을 붙들기 위한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죠. 그러나 정작 공주로부터 그 자그마한 희망의 조각마저도 빼앗아 버리는 사람들은 현재의 대한민국, 지금의 우리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들이더라구요. ㅠ.ㅠ

 
    43명의 짐승만도 못한 개X끼들(실제 사건에서는 44명이었죠.)을 비롯해 온갖 악랄한 수단들을 동원해 자신들이 싸지른 개X끼들을 비호하려는 X 같은 부모들, 수사 과정에서 공주에게 갖은 모욕을 안겨주는 사건 담당 경찰, 공주를 짐으로 여기며 귀찮아 하는 선생님들, 조여사와 불륜을 즐기기 위해 공주를 내쫓으려 하는 박재정(권범택) 파출소장, 공주의 처지를 심적으로는 안타까워 하지만 결국 공주를 외면하고 마는 G마트 조여사(이영란)와 은희(정인선)를 비롯한 학교 친구들, 여기에 딸을 팔아 먹는 공주의 아빠(유승목) 등 작품 속에선 세상 그 누구도 공주의 아품을 보듬어 주려고 하지 않는데요. 영화를 보는 동안 공주를 유린하고 모욕하며 또 외면하는 그들의 모습에 분노하게 되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건 현재의 대한민국, 지금의 우리 사회가 영화 속 모습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우리 스스로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ㅠ.ㅠ
    이처럼 <한공주>​는 착실히 감정을 쌓아가는 내러티브와 플롯, 출연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 여기에 각 장면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을 절묘하게 배가시켜 주는 미장센과 공주의 슬픈 노랫소리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거대한 감정의 쓰나미로 객석을 뒤덮어 버리는 그런 작품이더라구요.

​공주가 잃어버린 웃음을 우리가 되찾아 주는건 어떨까요?

    작품의 성격 자체가 팩트와 픽션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 하기는 하지만, 영화를 보신분들 중 <한공주>의 이야기가 너무 과장된게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종종 보이던데요.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하셨던 분들은 실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당시 우리 사회가 피해 학생에게 어떤 몹쓸 짓들을 했는지, 그리고 정작 가해자인 학생들은 전과 한줄 남지 않은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정리해 놓은 신문 기사를 링크 해둘테니 한 번 읽어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실제로 벌어졌던 일은 영화 속 내용보다 훨씬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 하진 않으니까 말이죠.
※ '밀양 사건 후 8년..' 기사 :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8641
 
    공주가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우선 저부터 바뀌고 또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이쯤에서 <한공주> 리뷰는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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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공주(2013, Han G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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