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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소녀백서] 현대사회의 획일성 비판 판타스틱 소녀백서
datura 2002-06-22 오전 4:49:56 1277   [14]
여자나이 18살을 특징짓는 주된 정서 중의 하나는 불안감일 것이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끔찍스런 고교생활을 막 마친 한 미국 소녀의 인생에 대한 불안감
(영화 내내 견지하는 당당함의 저변에 깔린)과 방황을 뼈대로 삼으면서,
현대 미국 사회의 대량 소비문화와 인간 소외를 블랙 유머로 신랄하게 비꼬고 있는 영화다.

잊혀진 뮤지션('루이 블뤼'·1985)과 만화작가('크럼'·94)에 대한 다큐멘터리로
미국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테리 지고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이미 사라져버린 것에 대한 애정어린 향수와 인생·물건·관계·문화,
그 무엇이 됐든 가짜 아닌 진짜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도라 버치의 맹랑한 연기와, 스티브 부세미의 기존 이미지를 벗어난,
세상에 적응 못하는 소심한 장년역 연기가 감독의 튀는 개성과 행복하게 만나고 있는 영화다.

사람들은 어두컴컴한 극장 안에서 단 두시간 동안만이라도 팬터지를 맛보고 싶어한다.

그래서 종종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 영화들은 대중의 지지보다는
평단의 박수 아래 고독한 선지자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이들보다 결코 덜 진지하지 않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에서 매우 영악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수작이다.

하고 싶은 말을 마구 내뱉으면서도 좀처럼 설교를 하려 들지 않는다.

신랄하기 짝이 없지만 결코 경쾌함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조화로움은 네티즌과 평단의 고른 열광에서 잘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IMDB)에서 8.1(10점 만점)이라는 놀라운 평점을 받았고,
유명 영화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에서
신선도 94%(1백% 만점)를 받아 지난해 발표된 영화 중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원작으로 삼은 대니얼 클라우스의 인기 만화 ''고스트 월드''의 발랄한 만화적 상상력과
테리 지고프 감독의 맵디 매운 현대 사회 비판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평이다.

영화는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며
절대로 이뤄질 것 같지 않은 커플의 로맨스를 천천히 따라간다.

열여덟살 소녀 이니드(도라 버치)와 40대 노총각 시모어(스티브 부세미)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사람은 이 사회의 명백한 ''비주류''다.

커다란 검은 뿔테 안경에 1970년대 펑크 록을 흉내낸 기묘한 옷차림을 즐기는 이니드는
고교 졸업 후 취직할 생각도, 결혼할 욕심도 없는 ''떠도는 10대''다.

시모어는 심하게 말하면 사회 부적응자다.

시대에 뒤떨어진 78회전 레코드를 수집하며
그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삼는 그는 허리가 시원찮아 늘 복대를 하고 다닌다.

뻐드렁니에 두꺼비같은 눈을 지닌 그가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시모어가 신문에 낸 애인찾기 광고를 보고 그를 스토킹하기 시작한 이니드는
엉뚱하게도 이 엽기남에게 사랑을 느낀다.

이유는 단 하나. "그는 모든 점에서 내가 싫어하는 것들과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온통 멍청이와 변태, 엽기 남녀, 덜 떨어진 인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나는 가슴이 터질 지경이고 도무지 사는 재미가 없다!"

혹시 이렇게 생각한다면 '판타스틱 소녀백서'를 보라.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싶을 것이다.

우리말 제목만 보면 엉뚱한 코믹영화 같지만 '판타스틱 소녀백서'는 진지한 문제작이다.

표면적으로는 욕구 불만에 가득찬 18세 청춘의 발자취를 코믹하게 쫓아가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다.

주류 혹은 획일적 흐름에 대해 반기를 든 것.

지난해 미국의 평단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그런 까닭이다.

월드컵 열기에 휩싸인 요즘 축구가 싫다고 말하면 외계인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분명 축구 중계를 한차례도 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를 비추고 있다.

MP3를 다운 받는 시대에 50년대 레코드에 목숨 거는 볼품없는 40대 남자,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당돌한 18세 소녀의 만남 속에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왜곡되는 흑인의 문화 등이 뼈아프게 녹아있다.

95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지고프 감독은
이들의 연애담을 몸통으로 삼고 주변 인물들의 일상을 곁가지로 쳐나가면서
소비 일변도로 획일화한 현대 사회를 잘근잘근 씹는다.

편리는 곧 아름다움이라는 우리 시대의 미덕은
시대착오적인 인물인 시모어에 대한 소녀의 열광을 통해 차츰 허물어진다.

역설적이게도 이 복고의 첨병은 꽂히는 대로 움직이는,
그래서 흔히 기성세대들의 관점에서 도무지 뭘 생각하고 사는지 알 수 없는 10대들이다.

이는 1920~50년대 블루스 음악을 끊임없이 울려대는 '판타스틱 소녀백서'를
단순히 복고를 영화적 장치로 채용한 여타의 영화들과 구별짓는다.

다른 사람 무안주기, 광고 읽고 장난전화하기, 뻔뻔스런 성 농담하기 ...

인종차별, 속물주의, 근엄주의, 물질주의 ...

이런 현대 사회에 대한 온갖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 차 있는 이 영화는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조숙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어느 순간 10대임을 숨기지 못하는
이 맹랑한 소녀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이니드가 대책없는 세상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영화의 엔딩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한다.

문제적 배우 존 말코비치가 제작을 맡았고,
'아메리칸 스윗하트'에서 케빈 스페이시의 불만 가득한 딸을 연기했던 도라 버치와
불쌍한 아저씨 이미지로 어필하는 스티브 부세미가 호흡을 맞췄다.

도라 버치와 스티븐 부세미뿐 아니라 모든 출연인물들이 보여준 인상적인 연기,
그 자신 희귀한 78회전 레코드를 1500장이나 갖고 있다는 지고프 감독의 취향이 물씬 반영된
블루스곡들로 가득 찬 사운드트랙과 세심한 세트, 의상들도 영화를 빛나게 한다.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신선함이 묻어나는 번뜩이는 재치의 한마당 이라는 것.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18세 소녀와 40세의 중년남의 사랑의 무제가 될 줄이야?

18세 소녀와 40세 중년남의 사랑에 원조교제라고 욕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화끈하게
칠 준비가 돼있는 영화는 반대로 18세 소녀가 40세 중년남의 뒤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펼쳐지는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전개는 영화의 톡톡튀는 매력과 독특함,
여기에 시원한 웃음은 보너스로 안겨준다.

여기에 또 하나 놀라워 할일이 생겼다.

도라 버치와 스티브 부세미의 변신은 무제!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남녀 주연인 도라 버치와 스티브 부세미는 완벽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그동안 반항아적인 모습을 일관해온 도라 버치는 '판타스틱 소녀백서'에서 상당량의 체중을
늘리면서 연기에 몰입, 짧은 단발머리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심술궂은 표정과 함께
입 삐쭉대기, 눈꼬리 치켜올리기, 뒤돌아 서서 키득대기, 우선 비웃고 나중에 생각하기,
신랄한 독설 퍼주기 등 다양한 표정연기를 보여준다.

또한 그동안 비열한 악역 또는 끔찍한 사이코로 자주 등장했던 스티브 부세미 역시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곱게 빗은 8:2 가르마와 불안한 눈빛,
어눌한 어투의 소유자로 탈바꿈,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소심한 중년남 시모어로 180도 변신에 성공했다.

이 두 배우가 보여주는 묘한 앙상블은 시카고 선 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마저 반해버렸는지
"꼭 껴안아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고.

무엇보다 세 사람이 벌이는 우정과 사랑에 관한 발칙한 상상과 톡 쏘는 유머는
영화에 신선하고 자극적인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에 묘한 재미를 더해간다.

또 하나 놓쳐선 안 될 것이 있다.

이제껏 쉽게 들어보지 못한 독특한 고전 블루스와 로큰롤 음악들로 주를 이룬 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배려 또한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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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소녀백서(2001, Ghost World)
제작사 : Granada Film Productions, Advanced Medien, Capitol Films, Jersey Shore, Mr. Mudd, United Artists / 배급사 : 스폰지
수입사 :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fantasticgirl.cinetiz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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