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호>[죽어도 좋아] 부러운 노년의 사랑... 죽어도 좋아
ysee 2002-12-01 오후 8:26:43 2635   [8]
감독:박진표 주연:박치규, 이순예

<호>[죽어도 좋아] 부러운 노년의 사랑..

필자는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다. 있다면 초등학교 시절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기억 밖에 없다.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의 기억이 없는 이유는 아버지가 가족 중에 막내인 관계로 필자가 유아시절에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나마 외할머니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이유는 코흘리며 뛰어 놀던 어린 시절 때 유난히도 외손주를 예뻐해 주셨기에 기억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할머니의 사랑만으로는 부족했는지는 모르지만, 필자는 유난히도 어르신[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친구들 집에 놀러 갔을 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있으면 재롱 아닌 재롱을 부려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느꼈을 때가 많다. 모든 이들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나게 된다. 물론 그러하지 않는 이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만나게 되는데, 바로 친할아버지, 친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이 역시 그러하지 않는 이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세상에 태어난 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게 되는데,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 만남을 가진 분들은 이미 오랜 세월을 사셨기에, 젊은 시절의 모습이 아닌 살아온 인생의 훈장처럼 보이는 많은 주름살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다. 언제나 늘 인자한 모습으로 오로지 한결같은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은 늘 온화하고 편안한 쉼터 같은 안식처를 제공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자식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손자가 있어도 집안에서 얼굴 보기 힘들기에 더욱더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집안에서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때가 많다.

집안 일에 시시콜콜 하나하나 간섭을 하며, 모든 일에 기웃거리시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시지만, 가족들은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 보낸다. 이런 가족들의 모습에 적잖은 실망을 하시지만 크게 내색하지는 않으면서도 "늙으면 일찍 죽어야지.."하고 말씀들을 하신다.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을 보고 가족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그런 말씀하시지 마시고, 오래 오래 사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진심으로 나오는 말인지, 아니면 무심코 내뱉는 말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여간 할아버지, 할머니 두 분이 여생을 같이 살아가는 분들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들처럼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젊은 시절이 있었기에, 일과 사랑을 맘껏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서로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 서로를 보듬어 주면서 자식들을 성장시켜 결혼을 시키고 손자를 보기까지 줄기차게 인생을 쉼 없이 살아오셨다. 두 분이 시작한 인생의 길을 따라 오랜 세월을 지나왔고 천년만년 오랫동안 함께 살아갈 것 같지만, 인간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오랜 세월은 아니다. 거기다가 두 분 중에 한 분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외로이 홀로 세월을 지내야만 하기에, 홀로 남은 여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쓸쓸하다.

가족들이 있기는 하나 그 외로움과 쓸쓸함을 채워주지는 못한다. 가족들이 신경을 쓴다고는 하지만 진정으로 가려운 부분을 시원스럽게 긁어주지는 못한다. 그러기에 홀로 남은 할아버지나 할머니들은 남은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은 상대를 찾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족들의 시선을 의식해 내색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러한 이유는 가족들이 "노인네가 주책이다.."란 말로 일축해 버리기 때문이다. 솔직히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자신들만의 인생이 있다. 자식들을 위해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삶을 살아왔기에 자식들이 성장해서 결혼도 하고 손자들도 낳아 키우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기에, 이젠 편안히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내 남편과 내 아내와 같이 즐기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물론 두 분이 살아 계신다는 전제조건하에서는 가능한 바람이지만, 남편 또는 아내를 먼저 보내 홀로 살아온 분들은 그러하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러한 느낌과 생각을 전해준 영화 <죽어도 좋아>는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을 담은 영화란 점이다. <죽어도 좋아>는 지난 2002년 4월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에게 첫 선을 보였고, 필자는 이 영화를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람을 하지 못했었다. 전주국제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죽어도 좋아>는 관람한 관람객들 90%이상이 재밌다는 평가와 주변인들에게 필히 권한다는 답변을 했었다. 이렇게 영화제를 찾은 관람객의 힘을 얻어 등급심의를 신청했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2002년 7월 23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죽어도 좋아>는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렸는데,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4명은 "제한상영가"로 판정하고, 다른 4명은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려, 같은 비율의 동수가 이루어져 판정을 내리지 못하자 "유수열" 등급분류소위원회 위원장의 권한으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 하였다. 이에 반발한 영화인들은 7월 25일 남산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영화를 시사 후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개혁시민연대" 등이 등급철회 요구 성명 발표 하였는데, 이 자리에 "박찬욱" 감독, "김성수" 감독, "허진호" 감독, "류승완" 감독, "이무영" 감독, "안동규" 대표(영화세상), "김혜준" 실장(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 "양윤모" 영화평론가, "조광희" 변호사 등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죽어도 좋아>가 과연 어떤 영화이기에 이토록 많은 영화인들이 모였을까 하는 궁금증과 <죽어도 좋아> 논쟁의 도화선이 불붙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8월 9일 제작사 메이필름 "박진표" 감독의 연출 의도를 담은 사유서를 첨부해 재심 신청 했으나, 2주후인 8월 27일 재심에 참가한 위원들 2시간 동안 격론을 펼친 끝에 10대 5의 판정으로 "18세 이상 관람가" 판결이 "부결"되고, 재차 "제한상영가" 판정이 나왔다. 또 다시 "제한 상영가" 판정에 8월 29일 "영화인회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우리만화연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등 9개 문화관련 단체가 "제한 상영가" 재심 결정에 항의하는 공동 성명 발표하고, 이들 단체들은 조속한 시일 내에 영등위에 합리적인 등급분류규정 마련을 위한 공청회 개최 요구하게 되어, 9월 25일 대학로 한국문예진흥원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대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진행이 있었는데,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문제가 있지만, 노인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분석과 "제한상영관이 없는 것은 제도보다 마케팅의 문제"라는 분석으로 논란이 일어났었다. 이런 힘든 과정 속에서 영화 <죽어도 좋아>는 죽을 힘을 다해 재차 심의에 들어가는데, 10월 24일 프린트 수정을 거쳐 등급분류 심의 신청을 하게 된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나왔는가 하면, 10월 30일 영화 <죽어도 좋아> 만장일치로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게 되었고, 12월 6일 드디어 일반 영화팬들에게 그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이 영화를 관람하기전까지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않았다. 영화를 관람하고 판단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 결과 앞서 언급했지만, 이 영화는 노인들의 성행위만을 담아낸 영화가 아니란 것이다. 황혼에 접어든 두 남녀가 젊은이들처럼 만나서 사랑하기에 혼인도 하고 부부생활을 하면서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 주는 모습을 담아낸 영화란 것이다. "제한 상영가" 판정을 받은 이유는 두 노인분들이 부부애를 과시하는 성행위 때문인데, 솔직히 할아버지, 할머니이기에 그러할 뿐, 부부의 잠자리 장면은 보여지는 대상이 젊다, 늙었다란 차이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두 주인공 박치규 할아버지, 이순예 할머니의 성행위는 살아있음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떻게 보면 참으로 슬픈 느낌도 제공하고 있다.

그것은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잠자리를 가지고 나서 달력에다가 표시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그 횟수[달력의 표시]가 줄어든다면 기력이 다해 서서히 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두 분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것은 살아있음에 행복해 하고, 서로가 홀로 지내다가 뒤늦게 나마 황혼에 만나 젊은 사람들 못지 않게 사랑을 표현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남은 여생을 아껴주고 보듬어 주기에, 사랑은 나이와 무관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래서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라고 하고, 할아버지는 그 약속을 지키고 싶어서 아침마다 옥상에서 맨손체조를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필자가 관람한 영화 <죽어도 좋아>는 두 노부부의 성행위만을 묘사한 작품이 아니란 것이다. 그 속엔 황혼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박치규"할아버지와 "이순예"할머니의 "청춘가(靑春歌)"를 적어볼까 한다. 그리고 "박치규"할아버지, "이순예"할머니 정말로 오래 오래 사세요....

靑 春 歌
이팔청춘에 소년몸 되어서 문명의 학문을 닦아를 봅시다.
청춘 홍안을 자랑을 말아라 덧없는 세월에 백발이 되누나
무정세월아 가지를 말아라 장안의 청춘이 다 늙어가누나
세월이 가기는 흐르는 물같고 사람이 늙기는 바람결 같구나
천금을 주어도 세월은 못사네 못사는 세월을 허송을 맙시다
강물은 흘러서 바다로 가고요 세월은 흘러서 내 청춘 뺏어가네
백년을 살자고 백년초를 심었더니 백년초가 변하여 단년초가 되었네
얻었네 얻었네 천하를 얻었네 이순예 박치규가 천하를 얻었네
우리 둘의 만남은 성동구 복지관 청춘가를 부르다가 사랑을 맺었네

작품성:★★★★☆ 대중성:★★★★

인천에서"호"...[ www.onreview.co.kr - 온리뷰 ]

(총 0명 참여)
1


죽어도 좋아(2002, Too Young To Die)
제작사 : 메이필름 / 배급사 : 영화사청어람
공식홈페이지 : http://www.ijoajoa.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59481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1) cats70 07.10.12 2971 6
30747 [죽어도 좋아] 어르신들의 몸이라고.. (3) pontain 05.10.11 4262 7
13393 [죽어도 좋아] 완전에로...리얼리티.. ronia 03.06.19 2771 1
9690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를 보고 (1) yrjang 02.12.06 2951 7
9689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관람평 jungryan 02.12.06 2266 6
9673 [죽어도 좋아] 마음에.... bo2590 02.12.05 1748 1
9654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아] 죽어도 좋다는 그들을 볼수있는 조건은? rlatkatns 02.12.03 2363 11
현재 [죽어도 좋아] <호>[죽어도 좋아] 부러운 노년의 사랑... ysee 02.12.01 2635 8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