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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참아지지 않는 슬픔." 이도공간
rose777 2003-06-04 오후 8:24:25 1321   [6]
"네 문제는 너무, 남을 의식한다는 거야."


장국영의 사인이 영화속 대사가 만은, 아니길 조용히 두손모아 빌었다.
[이도공간]과 [장국영]의 죽음을 떼어서 생각한다는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도공간]은 끝없이 -환청과 환상 그리고 죽음 그리고 사랑과 기억-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장국영의 죽음의 사인중, 다수가 추측했던 애인과의 결별(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변치 않는 사실은 그는, 다시는 돌아올수 없는 곳으로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이라는 사유는, [이도공간]의 "분열"이라는 근원과(얀과 짐 모두에게),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그시점부터 인물들의 혼란과 고통은, 감상이라는 관점을 벗어나 거대한 공포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이도공간]은 분명 매우 특이하고 낯선 영화이다. 심리적 혼란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도 그들이 끊임없이 보게 되는 귀신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면서도 영화는 혼란의 주체를 얀(임가흔)에서 얀을 치료하던 짐(장국영)으로 슬며시 옮겨놓는다. 전반부에서 얀이 보던 환영과 얀의 아파트주변의 인물들은 실체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왜냐하면 얀의 심리적 혼란의 사유는 "진실"이지만 얀의 눈에 비치는 환영의 실체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아내와 아들의 환영마저 사유는 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얀에게 환영은 사실이지만 주변사람들에게는 그것이 거짓일뿐이다. 그 간격사이에 짐이 들어오는 순간 얀의 혼란은 사라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영화는 이후 환영의 실체를 장소이동이라는 공간을 과녁하여 짐에게 옮겨놓는다. 그러니까, 영화는 귀신의 존재여부를 논하고자 하는 의도를 떠나 (모든)인간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위로하고자 하는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것이다. 얀과 짐의 과거의 상처. 그것을 밖으로 꺼내놓는 동시에 더이상 그것은 그들의 고통일수도, 짐일수도 없으며, 그순간 정신과의사로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의 불완전한(타인의 내부적인 고통을 치료한다는것이 진정 가능은 한것인가.)입지를 영화는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 둘러싸여 지낼수밖에 없는 짐의 과거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다분히 호러적인 뉘앙스를 배제한채 드라마에 몰입한다. 그간 우리가 보아왔던 아시아의 공포영화들이 그러하듯, [이도공간]또한 작위적인 사연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얀이 부모에게, 애인에게 버림받을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나 짐의 학창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충분히 관객들의 심정을 움직이는 부분이긴 하지만, 다분히 의도적인 뉘앙스가 느껴져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도공간]은 순간순간 정신을 혼미하게 나오는 극한의 공포상황을 그리 촌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건드리고, 개인의 고통을 드러내놓고 치유해야만 하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현명하게 다루고 있어서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사실...친구는 너밖에 없어."

라고 말하는 짐의 눈빛은 끝없는 짐의, 혹은 장국영의 슬픔으로 다가와 참았던 설움을 쏟아내게 만든다.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들의 끝없는 몸부림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매우 역설적으로 보는 이는 잊어버렸던 과거에 점점 다가서게 된다. 유예의 환영과 마주치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짐은 피울음을 넘기며

"난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 다른여자를 사랑할수도 없었어. 사랑해 유예."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가장 명확하고 절실한 자기 고백이 아닐수 없다. 짐의 내부적인 고통은 이시점에서 정확하게 치료가 되는 것이며, (조금은 빤하지만) 혼령은 그시점을 시작으로 짐으로 부터 자유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매우 익숙한 방법의 드라마와 공포의 형식으로 감동과 충격을 주려는 안일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전히 충격을 노린 사운드와 늘 그때에 나타나야 하는 혼령의 형태는 그간 보아온 혼령의 이미지와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상처를 치유"해보자고 진지하게 달려드는 부분에서 심정을 울린다. 잊지 못하는 기억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고 미쳐가는 인물들의 기억을 외부로 꺼내놓고 그것들을 매우 심려깊은 자세로 논의해나가는 부분들은 충분히 "위로"받을만큼 훌륭하다. 이에 (임가흔이 연기도 마찬가지지만) 이견없는, 장국영의 견고하고 세심한 연기는 그의 빈자리를 더욱 간절히 그리워하게 만든다. 떠나간 자의 이유를 묻는것 보다 어리석은 질문은 없다. 다만, 더이상 그의 흔들리는 동공을 보지 못한다는 것, 어느배우보다 뜨겁고 진심어린 눈물을 흘리던 그의 눈썹을 보지 못한다는것, 한없이 따듯해보이던 그의 살포시한미소를 볼수 없다는 사실은 [이도공간]의 극한 공포보다 더욱 잔인한 사실이다.

다음세상에도 배우로 태어나주길 . 다음세상에서는 "사랑"때문에 아파하지 말길. 다음세상에서는 "갑작스럽게"떠나가지 말길 바란다. 예상치 못한 눈물을 하염없이 쏟고 나온 극장위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장국영을 생각했다. [이도공간]이 남루하지 않은 이유가 [장국영]때문이라는 사실은 결코 감정적인 [확대해석]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신이 동의해주길 바란다. 우리의 사춘기를 분주하게 만들어주었던 "영웅"이 떠나가버린 빈자리를 , 그렇게 밖에 추억할수 없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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