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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변치않음으로서, 위대함"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rose777 2002-12-04 오후 5:39:19 1103   [5]

압바스키아로스타미의 영화에는 내가 영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맛보고 싶어하는 모든 향락(?)적인 요소들이 완벽에 가깝게 녹아 있다.
첫째, 유려한 이미지. 둘째, 관조적이며 유머러스한 대사.
세 번째. 삶의 여유 그것이다.

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 끊임없이 이란의 지형적인 외면을 노출시키면서 동시에, 외면에서 드러난 국가주의(Nationalism) 적 이미지만이 아닌 그것을 훌쩍 뛰어넘은 "관조적인" 태도를 능청스럽게 취해보인다. 늘,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화자'는 시점이 분명하게 존재하는 동시에 소멸된다. 즉, 키아로스타미 영화속, 화자는 등장인물이 아닌 키아로스타미 감독자신이다.
그는 결코, 빠르지 않게, 그러나 쉼없이 하고싶은 이야기를 진행시켜나간다.체리향기 이후로 그의 영화에서 '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더 확장되어 나가고 있는듯하다. '체리향기'의 남자주인공 바디의 대사를 통해 의식적으로 살포되어진 감독의 세계관은 '바람이우리를데려다주리라'에서 아이와 어른, 주거인과 방문인의 차별화된 (의도적 혹은 규정된,)위치에서 재출발한다.

테헤란에서 무료 450마일이나 떨어져있는 시골마을 시어다레의 주민들은 늘 그렇듯(그의 영화에서) 부유하지 않다. 죽한그릇을 통해 이웃에 대한, 빵한보자기를 통해 방문자에 대한, 우유한그릇을 통해 낯선이방인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관심을 드러내는 주변인물들의 여유로움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감동적이다. (그것이 대사없는 묵언이라 할지라도!) 세계 혹은 도심과 무관(?)한 시골마을 시어다레에 속해있는 주민들과 핸드폰기지국의 특혜(?)를 받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 반복적으로 전화를 받는 베흐저드(남자주인공)의 반복적인 테이크는 분명, 키아로스타미의 '물질문명'에 대한 의도적인 거부감이다.
마을사람들은 자동차, 카메라, 전화기 어느것 하나없이도 문제없이 평화로워 보이나, 터지지 않는 전화기를 통해 끊임없는 마을외부 세계와의 소통에 목말라하는 베흐저드는 문명의 노예이며 영화속 내내 불운해보이기 짝이 없다!
'아는만큼괴롭다'는 변치않는 진리는 너무도 유려하게 이영화에 녹아들어있다. 취재를 해야 하는 대상 그리고 취재가 원활하게 진행되어지지 않자 베흐저드는 조급해진다.'아무일도 안하면 돌아버린다구!'라고 외쳐대는 그의 모습은 여유로운 마을사람들의 (대조되
는 웅덩이를 파는 사나이를 보라!) 유유자적한 모습과 다분히 대조적이다.

그러나 함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베흐저드는 조급해 보이지만 마을에서 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처럼 보이지만 시어다레주민들은 너무나도 분주한데 말이다!
(지하에서 우유를 짜던 소녀와 차대접을 하던 아주머니의 항변은 이영화의 압권이다!)
즉, 키아로스타미는 의도적으로 물질과 자연을 차단시키는 것이다. 베흐저드가 이마을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취재"의 통로를 막는 것은 취재대상인 할머니의 존재를 그로부터 차단시키는것이며, 마을사람들은 도시인의 일에 대한 어떤 호기심도 갖고 있지 않다는 설정은 기가막힌 역설적구조다. 융화될수 없는 것은 그 자리에 그렇게 따로 존재할 수밖에 없으며 융화되기 위한 과정속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은 충분히 그의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제거되어가고 있다.
베흐저드는 취재대항 그리고 외부세계와의 연락에만 집중할뿐, 마을내면의 모습까지 보려는의도와 노력은 애초에 갖고 있지 않아 보인다. 평화롭게 걸어가는 거북이를 신경질적으로 뒤집어 놓고 가는 그의 지나온 길에, 스스로 제자리를 바로잡는 거북이의 클로즈업장면은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키아로스타미만이 연출해낼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다.(즉, 방문자 베흐저드가 그마을에 영향을 끼칠수 있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감독은 늘 그래왔듯 그렇게 아둔한 인간을 깨우치려하며, 또한 자연의 삶을 추앙하는 과정을 흔들림없이, 훌륭히 반복해나가고 있다.나이와 죽음이 변치 않는 무서운 병이라고 되뇌이는 영화속 대사처럼 키아로스타미의 '바람이우리를데려다주리라'는 자연과 생과사의 존재처럼 변치 않는 무언가를 향한 존경심으로 가득찬 아름다운 영화다. 그 존경심이 위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감독의 세계관은 영화속 시어마레 마을처럼 늘 그렇듯 변치않고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변치않음이 편협한 고집이 아닌, 장인에게서 느껴지는 깊은 숨소리이기에 우리는 그의 예술세계를 여전히 동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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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1999, The Wind will carry us / Bad Ma Ra Khahad Bord)
제작사 : MK2 Productions /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수입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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