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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2](꺼벙이)매사에 조심할 것 큐브 2 : 하이퍼큐브
helpmeoo 2003-01-27 오후 9:30:42 1122   [4]
[큐브2] 매사에 조심할 것


학교를 다니던 시절 떠올려 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학교에 가고, 학교가 끝나면 밤 11시. 별반,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사람을 잡아놓고 있는지. 나는 그곳이 감옥이라고 생각했었다. 탈출할 곳도 없고 그렇다고 달리 무언가 해야 하는 것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일탈을 감행했다. 공부는 비록 잘하진 못했지만, 얌전하고 순진한 모범생(모범생이라고 무조건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이었던 내가 일탈을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때가 되면 일탈을 감행했다. 바람을 쐬고 싶어 아침 등교길에 학교가는 버스를 탔다가 내려야할 목적지를 버린 채, 마냥 어딘가로 떠났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상큼한 공기가 쐬고 싶어 시골로 마냥 내려갔다가 며칠 후에 올라오기도 했다. 겨우 몇 번에 불과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움츠린 마음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급기야, 학력고사에 전념해야할 고3시절. 나는 해야하는 공부는 뒷전으로 미룬 채, 저녁의 야음을 틈타 실로 사람들이 가장 즐겨찾는 일상의 탈출구, 음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해, 나는 중고등학교를 통틀어 가장 최악의 성적을 남기고 애초에 목표로 했던 대학을 포기하고 지방의 어느 작은 대학에 입학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작은 대학이나마 합격했다는 것에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처음 나온 큐브를 보았을 때, 나는 그 시절의 암담했던 심정을 느꼈으며 마지막으로 혼자 살아남은 바보를 보았을 때, 일종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아마도 바보를 보면서, 동질감을 느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때의 해방감을 기억하면서 큐브2를 보았다.
의문의 케이트는 영화전체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명실공히 그녀가 끝까지 살아남길 바랬고, 결국 그녀는 끝까지 살아남는다. 전편에서는 대부분이 죽어나가고, 의외의 인물이 혼자 살아남는다는 설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이번엔 의외의 인물이라기보다는 당연한 수순으로 영화는 진행되고 다소는 난해한 4차원 입방체의 사각의 직육면체 안에서 사람들은 죽어나가면서 또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한다. 전편에서 스릴 넘치는 서스펜스가 넘친 반면, 이번 하이퍼큐브에서는 그런 스릴적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대신 그래픽적인 요소와 또 4차원이라는 조금은 철학적이고 고차원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시켜 놓았다.
1편을 보면서 탈출할 수 없는 공포의 감옥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면, 2편은 공포라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암울하고 형이상학적인 공포와 같은 마음에 잘 와 닿지 않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구현해내려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큐브에 얽힌 음모를 밝혀내려는 노력들은 어찌보면 이번 영화가 주는 가장 완벽한 실패라고 봐야할지도 모르겠다.
1편의 큐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도 모른 채,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듯 오로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삶에 대한 열망을 갈구하면서 비록 살아나간 사람은 한사람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살기 위한 끔찍한 노력들을 표현해내면서 한계를 극복한 인간이라는 분명한 감동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징적인 큐브가 2편에서는 상징적인 큐브가 아니라 실체로서의 큐브로 거듭 태어나게 됨으로서 큐브에 깃든 상징성을 퇴색시켜 버린다. 그리고, 1편과 같은 치열한 삶에 대한 열정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잔인성과 또한 내면에 도사리고 있는 다양한 욕망 등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응축해 너무나 다양한 메시지를 표현해내려는 시도를 하다가 오히려 이런 상징적인 의미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그저 지나가는 소품 정도로만 그쳐 영화를 전체적으로 난해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그 난해함은 이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기보다는, 용서할 수 없을 정도로 평이한 난해함이라는 것이 이 영화의 문제점일 것이다. 단어를 나열하여 그것을 아는 것은 쉽지만 그 나열된 단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기란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큐브2는 바로 이런 영화다. 그래서, 주제를 찾을 수 없는 모호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우리 눈에 각인되고 그래서 주체할 수 없도록 공포에 대한 욕망(?)을 가져다 주는 전편과 달리 이번 하이퍼큐브는 큐브의 주체까지도 파괴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처음부터 살기를 바랐던 케이트는 결국 큐브에 침투된 스파이(?)라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이 영화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더 용서할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열린 공간으로 돌아왔다. 시종일관 스릴있는 스토리의 전개를 내심 기대했건만, 돌아온 것은 수만개에 달하는 숫자 때문에 뒷골이 땡기고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가슴을 조여오는 배신감(사샤가 알렉스라고 밝혀지고 케이트가 스파이였다는 것에서 오는, 그리고 4차원의 입방체가 주는 시공간의 초월성-죽음과 삶을 넘나드는)이었다.
이 세상에 큐브가 존재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지금 아둥바둥 살고 있는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느 순간엔가 우리가 한눈을 잠깐 팔고 있는 사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것이 세상이 아니던가. 큐브2가 실망스러웠다 해도, 어찌됐든 그것이 주는 인간에 대한 경고 - 매사에 조심할 것 - 는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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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2 : 하이퍼큐브(2002, Hypercube : Cube 2)
제작사 : Lionsgate, Ghost Logic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수입사 : 우성시네마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ube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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