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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목]감사합니다. 신념을 덜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레전드 오브 리타
rose777 2003-04-23 오후 7:30:28 817   [2]
비갠 오전. 나를 제외한 세명의 관객이 씨네큐브에서 통곡한 사연은 실로, 간단하지 않다.
독일의 거장 폴커 슐렌도르프의 2000년도 작. 레전드오브리타는 명료히 정의내리자면 ?"신념"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누군가는 나에게 물었다.

"너는 인랑(에니메이션)의 주인공처럼 죽음의 순간이 닥쳤을 때 너자신에게 떳떳할수 있도록 너를 지킬 수 있겠니? 너를 지킬수 있는 그런 신념말이야. 그런 신념이 너에게 있느냔 말이지"


우연하게도, 그 질문을 받았던 장소는 씨네큐브 앞이었다. 햇살이 가득하게 내리던 어느 가을날. 정말 바보처럼 나는 그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떤 말이 정답일까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보다, 내가 말하는 신념이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그사람에게 보일까봐. 그렇게 비칠까봐.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도.
그러나 이젠 아니다. 평생으로 옮겨갈만한 신념이 나에게 생겼다. 리타가 세 번의 인생을 살면서도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생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지 않은 것은 단한순간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지켜내는 신념때문이었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다면 누가 나를 지켜줄수 있겠는가. 나를 지켜낼수 있는 신념을 위해서 기도하리라. 점점 복잡다단해지는 이상한 기류전선과 소용돌이속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생을 찬미하기 위하여.



은행을 터는 이 젊은이여럿은 70년대를 없에고 자본주의를 없에버리자고 외친다. 자신들이 왜 지금 은행을 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이 테러리스트들은 불안정한 사회분위기속에서 심한 혼란을 느끼며 자체내에서까지 분열하게 된다. 그런데 주인공 리타는 분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일원중 사랑하는 앤디가 있기 때문이다.

"불의가 그냥 사라질까?" 라고 말하는 혼란을 겪고 있던 그에게 "난 정치 얘기 싫어. 그냥 당신과 있고싶어"라고 말하는 리타에게 당시의 신념은 그녀의 연인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념이 얼마나 허망한것인지 그녀는 곧 깨닫게 된다. 곧 연인은 그녀를 버리고 그들은 타국가로 보내져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고, 국제수배범들이 되버린 그들을 타국가로 보내주겠다는 독일의비밀요원에게 리타는 동독에 그대로 남겠다고 한다.

"사회주의가 어떤건지 보게 될겁니다"

비밀요원이 리타에게 경고조로 이야기 하는 이 지점. 이 지점은 중요하다. 자신을 떠나버린 연인과 혼란속의 조국. 이념간의 분열. 자신을 아무렇게나 내던져버려도 아무런일도 일어날것같지 않은 이 혼란속에서 이미 리타는 자신을 재정비하고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시작한다. 이름을 바꾸고 완전히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게 되는 리타가 만나는 타타냐는 리타의 유일한 친구이며 역시, 타타냐에게도 리타는 유일한 친구가 된다. 섬유공장 노동자 "수잔나"로 살아가는 리타의 삶은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가득하다. 다시 한번 캠프교사 "사바나"로 바뀌는 리타의 삶은 리타의 얼굴에 안경을 씌우고, 머리를 구부리고 사랑하는 또다른 연인을 주지만 결국 달라지는건 없다. 이것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리타의 정체를 알아채는 사람이 늘어가고, 동료들이 죽어 가는 뉴스를 접하며 리타를 견딜수 없게 만드는건 진실을 숨기며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일게다. 결국 사랑하는 애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애인과 와해된다. 진실이 드러날 때 개인을 지켜 줄 수 있는 것은 타인도 사회도 아닌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영화의 가장 큰 핵심이다. 신념이 없었다면 이 험란한 인생의 여정가운데서 리타는 세 번의 인생을 살필요도 없었을것이며, 친구들의 죽음을 목격할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미 그전에 어떤 계기를 통해서건 죽어버렸을테니까.


함께 테러행위에 가담했던 친구의 정체가 밝혀지며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순간 리타의 친구들은 그러한 정체도 알지못하고 그 테러리스트가 노래하는 합창단과 단체에 지원금을 대줬다며 욕을 한다. 리타는 분노한다.

"너흰 적어도 집과 직장을 잃지 않겠지. 리바이스 따위를 입는 게 뭐가 중요해"

피끓는 그녀의 절규는 자신을 위장하고 동료들의 발보폭에 맞춰서 걸어나가야만 하는 리타의 힘든 삶에서 유일하게 터져나온 슬픈 비명소리였다.

"난 거짓과 기만없이 살았어. 아무도 내가 원하는걸 이해하지 못했어. 게릴라전도 도움이 안됬어"

그럼 무엇인가? 결국 리타를 피끓는 열정으로 살게 했던 그 저력은 무엇인가. 사회의 지탄과 이념의 혼란 타인의 시선에 상관없이, 삶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친구와 연인을 위해 아낌없는 열정을 내보일수 있었던 유일한 사유는 삶을 올바르게 아주 거짓없이 흔들림없이 지켜낼수 있는 신념뿐이었다. 지독한 고통의 연장선상속에서 영화는 이렇게 끊임없이 리타가 자신을 지켜낼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신념뿐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떻게 개인이 비난받을 수 있겠어요........."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고 소리내서 울어 버렸다. 나도 건너편에 있던 그남자처럼 소리내서 울고 싶었다. 누군가의 고된 삶에 왜 그렇게 매정하게 돌아서버렸는지 나의 냉정함에 나는 치가 떨렸다. 슬펐다.
이렇게 함께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혼자서는 안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은데 전체주의를 강조하면서 왜 너만 뒤떨어지고 너만 다르냐며 우리는 서로를 공격한다.
개인이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전체가 잘못된방향으로 움직이는 순간 자신의 뜻과 의도와 아무런 상관없이 고된삶을 걸어가야 했던 그녀의 발바닥에 못을 박진 말았어야 했다.

창밖을 열어보니 우울한 하늘이다. 결국 나를 지킬 수 있는건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은 슬픈일이며 고된 결정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감사한일이다. 나를 지킬수 있는 나는 그 누군가도 지켜줄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누군가에게 빛이 되는 그런사람이 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진정,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 번아니라 열 번의 다른 삶을 살아야만 하는 운명이라도, 흔들림없이 리타처럼 끊임없는 열정과 사랑을 나자신과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다.
울어야만 할 일들앞에서도 하얀 이를 드러내 보이며 힘있게 웃어보이고 싶다. 나를 지켜줄 신념만 있다면 그렇게 할수 있을 것이다. 레전드오브리타는 위대한 걸작이다.
어쩌면 평생으로 옮겨갈만한 신념을 이영화는 , 리타는 나에게 덜어주었다. 이 은혜로운 영화를 위대한 여성 리타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종영 하루전에 이 위대한 걸작을 만난 감사를 어찌 잊을수 있겠는가. 우울한 하늘아래서 소리쳐 본다.

"나를 사랑하겠어요. 잘 할 수 있겠지요?"

http://www.onreview.co.kr
http://cinekim.w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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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오브 리타(2000, Die Stille nach dem Schuß)
제작사 : Babelsberg Film GmbH, Mitteldeutscher Rundfunk, Mitteldeutsches Filmkontor /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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