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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그들도 가족이었다. 살인마 가족
ffoy 2009-01-23 오후 4:44:08 1389   [0]

 

  오컬트주의가 태동할 무렵인 1929년 윌리엄 시브룩이 하이티 제도의 부두교 의식을 추적한 모험 소설 “마술의 섬”은 부두교와 좀비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이에 빅터 할퍼린은 32년 그 소설을 바탕으로 [화이트좀비]라는 영화를 만든다. 그로부터 60년이 흐른 뒤, 동명흑백호러영화를 본 따서 90년대 헤비메탈 음악의 주류를 이룬 화이트 좀비 밴드가 탄생한다. 그 팀의 리드 보컬이었던 롭 좀비는 솔로 전향과 더불어 과거 이색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M/V 연출가가 된다. 화면연출의 기교가 남달랐던 그는 결국 호러영화의 메가폰을 잡게 되는데, 그게 바로 당 영화 [살인마가족] 시리즈다. 근래에는 [할로윈] 리메이크 버전의 감독을 맡아 박스오피스 1위라는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예술문화를 접할 때 이성의 부재가 필요시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비주류 혹은 컬트적 성향이 강할수록 그렇다고 할 수 있다. 퇴폐, 음란, 마약, 범죄, 악마 등을 주제로 한 그의 음악적 세계는 이 영화에 고스란히 표현된다. [살인마가족] 시리즈는 굉장히 기분 나쁘고 불쾌한 영화다. 하지만 호러매니아라면 이 정도 표현에 굴하지 않으리라. 롭 좀비의 악동적 기질이 발휘된 긴 러닝타임의 M/V 두 편을 감상한다손 치고 이성 따위를 잠시 던져 버리자.

  1편의 원제는 [House Of 1000 Corpses]이고, 2편의 원제는 [The Devil's Rejects]이다. 굳이 제목을 달리 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차피 1편의 엔딩과 거의 추보적으로 2편의 오프닝이 이어진다. 배우들도 거의 동일하게 나온다. 다만 1편에서 입에 음담패설을 달고 살던 살인마 가족의 욕쟁이 할아버지로 나왔던 데니스 핌플이 운명을 달리하는 바람에 2편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롭 좀비와 그의 애인이었던 셔리 문, 2편의 크레딧을 보건대 둘이 결혼을 한 듯하다. 이유인즉슨 셔리 문 좀비로 명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트럭에 치인 시체를 적나라하게 표현, 닥터 사탄 그 실체를 드러내다 >

  1편은 광기 가득한 하드코어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거리낌 없이 막무가내였던 1편은 그야말로 마이너 수준이었다. 그에 비해 2편은 좀 더 메이저스러워 졌다고나 할까?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여하튼 뭔가 주류에 편승하려는 냄새가 풍겼다. 메탈 음악이 지배하던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온통 컨트리 포크송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 한 포스하시는 두 남자배우, 역시 컬트호러에는 이런 아이콘들이 필요하다 > 

  배우들의 연기는 여느 B급 호러 영화와 다르지 않다. 피해자들 공포연기 역시 무난했다. 주목할 배우는 딱 셋으로 압축된다. 캡틴 스폴딩으로 분한 시드 헤이그, 오티스로 분한 빌 모슬리, 베이비로 분한 셔리 문 좀비 이렇게 셋이다. 모두 광기어린 연기를 개성있게 소화했다. 특히 셔리 문의 섹시한 자태와 귀여운 목소리 거기에 이상행동연기는 압권이었다. 네크로필리즘까지 몸소 표현한 그녀의 열연은 무시 못 할 것이다.

< 프레디를 연상시키는 타이니, 왜 불타는 집으로 들어갔을까? 결국 이 배우는 실제로 그 해 생을 마감한다>

  B급 컬트호러물이라고 해서 이 영화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보여주기 급급해서 스토리의 완성도는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여 국내를 떠나서 본토에서 조차 이 시리즈물은 혹평에 시달렸다. 또한 그저 이런 저런 영화들을 짜깁기한 습작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시종일관 인면가죽이 등장하는 걸 보면 토브 후퍼의 [텍사스전기톱학살]이 가장 큰 모티브로 작용한 듯 싶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표현이라든지 상황설정 등은 기존의 호러고전들이 연상된다. 더불어 익숙한 슬래셔 무비나 로드 무비와 오버랩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개인적인 불만 역시 분명 있다. 1편에서는 슬래셔 고어물로 잘 나가다가 악마주술의식을 행하는 것은 정말이지 깨는 설정이었다. 2편에서도 피해자와 피의자의 역전현상은 시도는 괜찮았지만 그 표현에 있어서 뭔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 로드리게즈의 숨은 뮤즈, 대니 트레호 등장! >

  1편을 보면서 그네들의 극악무도한 살육이 너무도 흉폭하여 경찰들이 떼로 몰려 쳐들어가서 다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치 보는 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2편은 이를 고스란히 실행에 옮긴다. 다만 그들이 너무 막강했을 뿐이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살인마 가족의 가명들은 헐리우드 역사상 코미디 영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막스 브라더스의 영화에서 차용했다는 점이다. 1편은 1977년 할로윈데이를 전후로 시간적 배경을 삼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당해에 죽은 두 스타 앨비스 프레슬리와 그루초 막스를 비꼬는 것도 알고 보면 재밌다.

< [물랑루즈]의 니콜키드먼이 연상되는 건 혼자만의 생각? >

  이 시리즈에서는 죽음을 감행하고 감수하는 장면에서 꼭 슬로우 모션과 함께 느릿한 음악이 이어진다. 1편에서는 조지마이클 "I remember you"가 유유히 흐르면서 시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2편에서는 나름 명장면이 연출된다.

< [이블데드]와 [텍사스전기톱학살]을 연상케 만드는 장면 >

  두 편을 단도직입적으로 비교했을 때, 개인적으로는 질척거리는 2편보다 막 나가던 1편이 차라리 낫다. 하지만 2편에서 좀 더 매무새를 다듬은 티가 느껴졌고, 무엇보다 엔딩씬이 오마쥬가 되었든 패러디가 되었든 썩 괜찮았기 때문에 2편의 끌리는 점도 분명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리에게내일은없다](67), [내일을향해쏴라](69), [브레드레스](83), [델마와루이스](91) 등의 엔딩과 필적할 수는 없다. 그러나 홈비디오 수준의 다정한 가족애가 최후의 비장함과 맞물려 지금껏 속행해왔던 카니발리즘을 정제시켜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 뒤틀린 관계와 상황 속에서 정화로운 카타르시스를 어찌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거기에 흘러나오는 레너드 스키너드의 “free bird"는 쌩뚱 맞은 분위기를 더더욱 기묘하게 만들어 준다.

< 화면구도가 좋은 컷들 >

 

부조화 속의 앙상블을 이뤄 낸 [살인마가족] 시리즈...

단순유치퇴폐 3류 호러물로 치부하기엔 은근 매력적이다.

 

 

蛇足

: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프리퀄 속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소개되었던 7명의 구성원에 대한 정확한 가족관계를 알 수 없다.

게다가 괴물거구 타이니에 대한 과거 사연도 괜찮은 흥미꺼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7-01 16:05
powerkwd
잘 읽고 갑니다 ^^   
2009-05-2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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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가족(2003, House of 1000 Corpses)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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