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유난히 인기 없는 장르 중에 하나인 이른바 '섹스 코미디'영화는 매번 평론가들에겐 비난의 대상이,관객들에겐 역시나 하는 실망의 대상이 되곤 한다.또한 그런 혹평과 실망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작품성은 뒤로하고 오락성 마저도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하지만 윤제균 감독의 [색즉시공]이 흥행에 성공을 하면서 다시금 우리나라에도 섹스코미디 영화의 새로운 시각이 생겨 났고,그런 와중에 개봉하는 김성덕 감독의 [은장도]는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우려감을 동시에 가지게 만든다.인기 TV 시트콤으로 이름을 알린 김성덕 감독은 데뷔작인 [보스 상륙 작전]으로 호된 영화 데뷔식을 맞았기에 그의 신작 [은장도]는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 신애와 개성있는 연기로 주목 받는 송선미,TV와 영화를 오가며 코믹연기를 보여주는 윤다훈,[미인]으로 데뷔한 모델 출신 배우 오지호까지 개성있고 톡톡 튀는 배우들의 연기도 호기심을 가지도록 만들 것이다.

임진왜란 부터 병자호란까지 대대로 순결을 지키며 열녀가문으로 살아온 집안의 딸 민서는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를 피해 힘들게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열녀이다.남자친구인 주학의 끈질긴 구애신청에도 끄떡 하지 않고,사소한 스킨쉽에도 은장도를 꺼내는 그야말로 열녀가문의 대단한 딸인것이다.주학은 그의 선배인 일명 "킹카"에게 여자를 유혹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하지만 대대손손 열녀가문으로 살아 온 집안의 딸인 민서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대이다.영화 [은장도]는 독특한 제목처럼 절대 순결을 지키려는 열녀 민서와 총각딱지를 떼고자 온갖 노력을 하는 남자친구 주학의 눈물겨운 신경전으로 웃음보를 자극한다.다소 유치하고 뻔한 소재이고,스토리 이겠지만 민서와 주학 사이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관객들의 웃음을 자극한다.같은 장르의 영화들이 어설프고 지저분하기만 한 유머로 관객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면 [은장도]는 코믹하고 진한 성적 유머들로써 관객들에게 웃음을 유발시킨다.다소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전개가 엿보이지만 아무 생각없이 웃게 만드는 데 있어서는 꽤나 깔끔한 모습을 보여준다.성적유머나 대사,에피소드들이 다소 [색즉시공]과 비교되지만 그와는 별개로 [은장도]는 보수적인 열녀집안과 신세대적인 사고방식 사이의 대립을 통한 독특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남자셋 여자셋][세 친구]등 많은 인기 시트콤을 연출한 김성덕 감독은 그 이력들이 말해 주듯이 영화에서의 캐릭터에 있어서는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순진한듯 보이지만 응큼하고,한편으로는 어리버리 하기까지 한  남자 주학과 새침하지만 순진한 열녀 민서,그리고 어떤 남자들보다 작업에 능수능란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일명 "킹카" 와 섹스에 목마른 민서의 선배 가련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각각의 개성과 코믹함으로 시종일관 관객들의 폭소를 터지게끔 한다.특히 킹카와 가련이 벌이는 화끈하고 섹시한,하지만 지저분하기도 한 신경전 또한 영화 [은장도]의 하이라이트 이다.어떻게 해서든 킹카를 유혹하려는 가련과 그런 가련을 두려워 하는 킹카의 에피소드는 영화 속에서 최고의 폭소를 터지도록 한다.뿐만 아니라 심각하게 권위적인 민서의 아버지나 기 죽은채 살아가는 어머니,고단수의 내숭의 소유자인 민서의 친구나 순진하기 그지없는 남자 주학의 친구등 개성있고 코믹한 캐릭터들은 영화의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영화 [은장도]에 있어 배우들의 연기는 사실 그리 기대감을 가지도록 하는 요소는 아닐 것이다.그래서일까 배우들은 각각의 개성적인 캐릭터를 실감나고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고 있다.우선 오지호의 연기변신은 영화 [은장도]에서 그 빛을 발한다.데뷔작인 여균동 감독의 [미인]이나 김남주와 함께 출연한 [아이 러브 유]라는 2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작품이나 연기에 있어 혹평을 받아야 했던 오지호 였기에 이번 영화 [은장도]에서의 코믹연기는 다소 낯설지만 많은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올 누드로 접시춤을 선보이는가 하면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주학이란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는 코믹연기는 인상적일 것이다.그리고 [보리울의 여름]에서 발랄하고 귀여운 수녀를 연기한 신애 역시 보수적인 열녀 가문의 딸인 민서라는 캐릭터를 꽤나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있다.주인공인 오지호와 신애 못지않게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 해 준 윤다훈과 송선미의 엽기적인 코믹연기는 [은장도]를 통해 그 진가를 톡톡히 보여준다.출연작 마다 이렇다할만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윤다훈은 [은장도]에서 나름대로 능숙한 작업맨인 "킹카"를 능글 맞게 연기한다.뿐만 아니라 엽기적이고 도발적인 가련이란 캐릭터를 연기한 송선미의 과감한 연기는 영화 [은장도]에서 단연 돋보인다.과감하게 망가지고, 노출 연기까지 서슴치 않은 송선미의 연기는  영화 [은장도]에서 가장 돋보일 것이다.

흔히들 이런류의 섹스코미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차갑고 냉정하기 그지 없다.물론 지금까지 대부분의 영화들이 어설프고 지저분한 연출로 관객들에게 대단한 실망을 안겨 주기도 했지만 이런 장르의 영화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관객들의 선입견 또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하지만 [색즉시공]을 통해 화끈하게 웃었던 관객들 이기에 영화 [은장도] 역시 관객들로 하여금 배꼽 빠지는 웃음 하나는 충분히 전달할 것이다.다소 진부하고 유치한 소재이지만 오지호,송선미,윤다훈,신애라는 네 배우의 코믹연기와 무엇보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인 임현식,윤정수,박상면,김보성,송재호,송옥숙등의 카메오는 영화 [은장도]의 폭소탄을 확실하게 책임져 줄 것이다.이런저런 심각한 생각말고 아무 생각없이 크게 웃겨 주는 영화,화끈하게 배꼽 잡게 하는 영화로써 [은장도]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