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개봉된 영화 스파이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국 블록버스터라는 문구에 혹해서 보긴 했는데 결과물은 추석시즌을 노린 가벼운 코미디물이었습니다.
곳곳에 산재한 코믹한 장면과 대사 덕에 두어 번 정도 웃고 나오긴 했지만 출연한 배우들의 면모만 봐도 아쉬운 완성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원래 이명세 감독이 미스터K라는 제목의 작품으로 연출을 준비하다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도중하차한 걸로 유명하죠. 감독이 저작권 등록을 하는 가하면, 후배감독인 윤제균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서 영화계가 한동안 떠들썩하기도 했구요.
제가 이명세 감독의 작품을 좋아해서 그런지 몰라도 스파이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식의 독특한 미장센을 보여주는 첩보영화가 되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당시 제작사 측에서는 ‘내용 없는 영상 위주의 촬영분을 검토한 뒤 엎지 않을 수 없었다’는 발언을 했었는데,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아쉽기도 하네요. 전작 M과 형사가 이미지에만 치우친 나머지 짜임새 부분에서 비판을 받고, 흥행도 미진해서 제작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자본이 들어가는 영화 특성 상 불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국내 영화계에서 유니크한 첩보물로 완성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작품을 흔해빠진 코미디물로 만들어버린 것 같아 아쉽기도 하네요... 이명세 버전의 스파이는 어땠을지 궁금합니다.
임순례 감독님도 남쪽으로 간다를 촬영하다 제작사와의 갈등으로 제작 중단사태까지 갔었는데요. 연출권을 둘러싼 감독과 제작사의 갈등... 원인을 누구 하나의 탓으로 돌리기는 힘들지만, 상업주의로 인해 좋은 작품이 나올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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