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적 구성력과 상상력의 부재!
<디워>가 그 실체를 드러냈다. 예상했던 대로 <디워>의 CG 수준은 기대이상이다. .L.A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괴수들의 한바탕 몸부림을 먼 거리에서 잡아낸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당대 한국 최고의 기술치를 선보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시각적 쾌감이나 그에 상응하는 오락적 재미를 고스란히 느낄 수는 없었더랬다. 놀라운 특수효과에 비하자면 한참이나 뒤떨어지는 형편없는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디워>를 통해 탄탄한 이야기의 밀도나 개연성 그리고 치밀한 디테일을 기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편의적으로 단순화시켜 볼거리 ‘짱’ 이야기 ‘꽝’ 다분히 이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게다, 괴수 장르의 특성상 비주얼이 중요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음이다. 영화적 구성력과 상상력이 너무도 앙상하고 빈곤하다는 게 <디워>의 결정적 문제다. 비단 스토리뿐 아니라 CG 또한 그 조합과 배열에 있어 충돌이 난무하고 조화롭지 못하다. 숏과 숏이 따로 국밥인 셈이다. 영상 산업단이 주최하는 CG 박람회에 출품된 작품이라면 최고의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겠지만 <디워>는 분명 영화다. 장면 장면이 유기적으로 엮여있고 묶여 있어야 할, 찰지고 자연스런 흐름을 밑천삼아 굴러가는, 거대한 영상 덩어리다. 지극히 기본적인 영화적 토대가 마련돼 있지 않은 부실한 상황에서 상당한 노동력을 쏟아내며 이것저것 많은 것을 쌓아올린 꼴이다. 가슴살 조이는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심형래 감독의 <디워>는 앞뒤 상황과 맥락을 살펴보기보다 장면 하나 하나에 열광하고 무서운 몰입력을 보이는 애들의 입맛에 어울리는 아동용 영화라 볼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15세 이하의 아이들에게 어필될 공산이 큰 괴수영화인 셈이다.
<디워>는 조만간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에서도 상당한 배급규모로 공개될 예정이다. 괴수 장르와 CG 기술에 있어 너무도 열악하고 황무지에 다름 아닌 우리나라도 할리우드 괴수물 부럽지 않은 때깔을 구현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허나, 우리만의 자긍심, 애국심 혹은 마스터베이션로 마무리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더 객관적인 시선으로 <디워>를 바라볼 수 있는 괴수영화의 본고장인 그들 나라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고, 반응을 이끌어낼지 정말이지 궁금하다.
괴수를 피해 도망가는 와중에도 일렬횡대로 줄 맞춰 가는 <용가리> 때의 어처구니없는 모습은 최소한 <디워>에 등장하지 않듯, 심형래 감독의 영화는 분명 진화하고 도약중이다. <디워>는 그러한 가능성을 일정부분 보여준다. 단, 정말이지 존경을 표할만한 심형래의 용가리통뼈적 도전 정신만큼이나 그의 작품이 많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영화적 상상력을 보다 확장하고 더 깊게 파야 한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 동안 우직하게 한 길을 걸어왔다면 앞으로는 좀 더 빠른 길을 취해 여우처럼 영민한 영화적 소통을 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의 산업적인 가치를 최고치로 뽑아내고자 굴지의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손을 잡았듯 영화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영화는 단독자적 마인드와 행동만으로는 많은 것을 길어 올리고 구축할 수 없는 공동체 작업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난감하고 착잡한 심정이다.
2007년 7월 24일 화요일 | 글_서대원 기자
● 심형래 감독의 열정과 끈기는 인정하지만, 그의 영화는 지지하기 힘들다.
<디 워>는 영화 내외적인 가치 평가들이 충돌하는 각축장처럼 보였다. 심형래라는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와 주관적인 편견들이 수없이 충돌하고 있으며, 한국산 브랜드의 자족적 기술력에 대한 방어 본능과 순수한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의심이 충돌하고 있다. 이는 이 지난한 논쟁의 바로미터인 <디 워>의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논란의 거듭이 관심을 증폭시키는 부가 효과를 창출한 덕분이기도 하다.
일본의 기획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일본어 구사 능력을 획득한 보아의 일본 진출 성공기는 시장을 제압하는 컨텐츠의 발굴보단, 시장에 적합한 컨텐츠의 생산화가 효율적일 수 있음을 설득시킨다. <디 워>는 한국 영화가 꾀할만한 해외 시장 맞춤형 서비스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의 캐스팅으로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고, LA 도심에 포커스를 맞추며 지정학적 익명성을 건넌다. 이는 <디 워>가 애초에 내수보단 수출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CG와 미니어처를 통한 특수효과의 십분 발휘와 스케일의 와이드 릴리즈를 통해 영상적 퀄리티와 스케일에 치중한 것도 시각적 월등함을 내세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벤치마킹한 상업적 전략에 가깝다.
<디 워>의 비쥬얼은 평가할만하다. 특히나 이무기의 도심 난입과 대규모 전투씬은 성과라면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나 이무기의 생생한 질감과 역동적인 움직임은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견할만하다. 하지만 <디 워>가 전면에 내세우는 비쥬얼은 일관성이 떨어진다. 씬마다 완성도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이다. 그 중, 완성도가 뛰어난 도심 전투씬은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교할만한 능력치를 보이나 이 외의 몇 장면들은 상대적인 부족함이 눈에 띤다. 특히나 극 초반, 조선 시대의 회상 장면 중 브라퀴 군단 출몰씬은 후반부의 비쥬얼과 비교했을 때 마치 온라인 게임 동영상을 보는 것처럼 어색하다. 또한 결말부의 이무기 대결씬은 육중한 몸체에 비해 형체가 선명하지 않아 실사적인 명확함이 떨어진다. 또한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다양한 크리쳐들의 압도적인 몸놀림에 비해 미니멀한 브라퀴 군단은 모양새만으로도 유치하고, 과장된 움직임은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듯 어색하다. 이는 진지함을 떨어뜨리며 극의 시각적 쾌감마저 반감시킨다.
<디 워>가 지닌 극명한 단점은 이야기의 열악함이다. <디 워>는 한국의 이무기 전설을 현대의 LA에 구현시키며 SF 판타지의 영역을 구축한다. 한국의 전설이 미국의 현실에서 복원될 수 있음은 소재의 지정학적 한계를 넘는 새로운 시도로서 인정받을만하다. 하지만 효과보다도 연출이 튄다. 조선 시대 회상씬은 마치 TV의 재현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고 브라퀴 군단의 출몰씬은 여지없이 유년기 취향의 특촬 장르인 전대물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한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느슨하다. 특히나 추격의 대상이 되는 인물 앞에서 의심스러울 정도로 반사 신경이 한 박자 느려지는 이무기는 추격전에서 느껴져야 할 스릴을 먹어 치운다. 위기 의식 자체가 결여된 관람은 스릴이 가미되어야 할 영상을 관망하게 하며 지루함을 낳는다. 인물간의 관계적 설득력이 떨어지고, 행위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 조력자인 잭(로버트 포스터)이 정체를 감춰야 하는 이유는 설명되지 않고, 이무기의 출몰에 당황하다 모든 사실을 삽시간에 파악해버리는 FBI 요원의 태도 변화는 우격다짐이다. 특히나 이단(제이슨 베어)과 새라(아만다 브룩스)의 키스씬은 규명할 수 없는 정서의 난입 그 자체다. 들쑥날쑥한 이야기의 구성과 전후 관계의 설명이 불충분한 전개의 미흡함은 전반적인 영화의 질적 하향을 주도한다. <디 워>의 이야기는 단순하기보단 허술함에 가깝다. 극적인 전개가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무기의 시각적 재현은 단지 전시적 효과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디 워>가 제시하는 한국적인 요소란 단지 한국의 외형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정서가 결여된 무지한 활용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어색하다. LA 로케이션으로 이뤄진 영화에서 조선을 배경으로 한 회상씬이 도입되고 한국어 대사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이무기 전설이 배경이 됐다는 것만으로 <디 워>의 국적을 증명할 수 있는가란 물음은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다. 한국산 소재는 영화의 배경으로 존재할 뿐 정서로 스며들지 못한다. 마치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아이를 성장 배경을 무시한 채 한국인이라 규정짓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디 워>가 지닌 영화적 모토는 온전히 할리우드의 것이며 그들의 정서와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디 워>는 한국을 일부 차용한 할리우드의 신기한 모방물에 불과하다. 극 말미에 흐르는 아리랑이 <디 워>를 한국적이라 포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디 워>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를 모방하는 것이 장르적 대안이라 말하는 것 같다. 심형래 감독의 열정과 끈기는 인정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단지 비쥬얼의 소모품에 불과한 것처럼 여기는 그의 생각은 지지하기 힘들다. 물론 추후 다른 시도를 거듭하며 단점을 보완한다면 더욱 나은 성과를 보장할 수도 있다. <용가리>가 <디 워>로 허물을 벗기까지의 과정은 그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습작을 거듭하기엔 자본의 소모가 크다. 결국 장점에 비해 단점이 무수한 <디 워>는 열정적인 이상이 실력의 한계를 메울 수 없는 괴리감만이 확인된다. 이야기의 자질이 무색한 것을 둘째 치더라도 이야기의 공백을 보충할만한 비쥬얼도 부분별로 완벽하지 않다.
물론 국내의 입지에선 괄목할만한 성장이나 이미 몇 걸음 앞선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교하면 특별해보이지 않으며 자본의 열세도 극복하기 힘들다. 다만 <디 워>의 성과는 특수 효과를 필요로 한 특정 장르의 표본 사례로 활용될만하다. 하지만 현재 진행형의 영화적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다소 안타깝다.-개인적으론 침통한 심정이다- 특히, <트랜스포머>가 시각적 기대감을 높여놓은 최근 시류에 <디 워>의 설 자리는 더더욱 좁아 보인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디 워>에서 파괴되는 LA도심은 이미 <트랜스포머>가 한 바탕 뒹굴었던 그 자리다.
2007년 7월 24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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