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는 <검은 땅의 소녀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 곳> 등 꾸준히 독립제작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전수일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다. 감독은 20년 전 프랑스 유학길에 두 살 난 입양아를 데리고 프랑스 양부모에게 인계했던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원하지 않은 임신, 결국 아이를 낳았지만 키울 수 없는 현실. 영화의 주인공인 인화는 당연한 수순처럼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킨다. 그녀의 머리에서는 아이의 기억을 지운지 오래지만, 몸에 남겨진 수술자국과 젖앓이는 아이를 생각나게 한다.
감독은 주인공 인화를 통해 입양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듯하나 실상 인간이 갖고 있는 상실감과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룬다. 영화는 처음부터 혼자인 인화를 카메라에 담는다. 출산이 임박해 왔지만 곁에 아무도 없어 홀로 아이를 낳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쭉 혼자 지낸다. 가끔씩 친구가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대부분 외로움의 반복이다. 상실감과 외로움. 이 두 가지 요소는 그녀의 주변을 엄습한다.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아우른다.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영도다리는 6.25 동란 때 이산가족이 만났던 역사적 공간이며 실향민들의 슬픔이 묻어있는 곳이다. 영화는 인화의 시선을 통해 현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 술에 취해 세상에 대한 원망을 늘어놓는 실직한 남자, 망향의 슬픔을 술로 달래는 할아버지는 자신의 아이와 이별해 상실감에 시달리는 인화의 상황과 맞물리며 현실의 아픔을 부각시킨다. 더불어 감독은 원조교제와, 학교 폭력을 다루면서 인화가 이런 상황에 놓여질 수 밖에 없었던 근원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영화가 관객의 마음을 잡아 끄는 건 과연 이 소녀가 무엇을 찾고 있는가다. 영화 속 인화는 말없이 유령처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상의 아픔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나 점점 외로움과 아이에 대한 상실감, 어린 시절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부모에 대한 기억이 자신을 옥죈다. 인화는 이 고통의 근원이 자신이 아이를 입양시켰다는 것에 있다고 믿는다. 영화에서 인화가 입양시킨 아이를 찾으려고 하는 건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참회와 함께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또한 희망을 찾고 싶은 소녀의 작은 소망이다.
<영도다리>도 감독의 이전 영화처럼 대사가 많지 않다. 그대신 각각의 인물들의 표정이나 행동을 카메라에 담으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 흐름이 장르영화보다는 생략되는 부분이 많아 점점 감겨가는 눈꺼풀을 치켜 올리며 봐야 한다. 고로 <영도다리>는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홀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서는 소녀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에 파장을 일으킨다. 처음부터 끝까지 건조한 눈빛과 우울한 표정으로 일관하며 영화의 생명력을 이어나간 박하선의 연기는 볼 만하다.
2010년 6월 28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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