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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는 우리영화 ‘투캅스’의 두 형사 이야기에도 닿아있다. 그러고 보면 스타스키와 허치가 70년대 TV 시리즈였으니 ‘투캅스’가 반듯한 형사와 약간은 부패한 형사라는 캐릭터에 빚지고 있는 셈이다. 1975년 9월부터 1979년 8월까지 방영된 스타스키와 허치는 베이 시티를 배경으로 범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두 형사의 활약상을 그리며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금 보기에는 촌스러운 주인공들의 독특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당시 유행을 선도했고 스타스키가 몰던 흰색 줄무늬가 들어간 빨간색 토리노 차량은 주인공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스타스키와 허치의 인기 비결은 뭐니뭐니 해도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너무나 다른 경찰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코미디 배우처럼 심하게 망가지는 형사의 모습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것이었으며 감칠 맛 나는 유머의 접목으로 오랜 기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스타스키와 허치의 배경에 대해 모른다고 일찌감치 거부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영화의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예전의 그 촌스러운 의상과 헤어스타일을 그대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시대극일지라도 어떻게든 재해석해 현대물로 탈바꿈하는 게 유행이라지만 이 영화는 TV 시리즈의 배경이었던 1970년대를 살고 있는 스타스키와 허치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때문에 영화의 전체적인 톤은 현대적인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70년대를 그대로 재현함으로써 묘한 향수를 자극한다.(세심한 배려 덕에 이제는 많이 늙었지만 스타스키와 허치의 원년 맴버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볼거리다). 이제 막 스타스키와 허치라는 캐릭터가 탄생한 듯 원점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스타스키(벤 스틸러)는 베이 시티의 범죄를 소탕하는 너무나 열성적인 형사로 통한다. 범인을 잡으려는 일념하나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잡겠다고 마음먹은 범인은 꼭 잡아내고 마는 답안지형 형사다. 물론 아수라장 된 도시 때문에 반장으로부터 혼나는 건 뒷일이다. 반면 허치(오웬 윌슨)는 스타스키와는 너무나 반대되는 캐릭터다. 물위에 뜬 시체를 다른 관할구역으로 밀어내려 하질 않나, 그 시체의 주머니에서 돈만 슬쩍 챙기는 그야말로 부패할 대로 부패한 형사다. 여태까지 버텨온 건 정보원 덕에 가끔 한 건씩 해결하는 수완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너무나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을 동시에 거느리고 있는 반장이 생각다 못해 두 사람을 한 팀으로 엮어주면서 그 유명한 스타스키와 허치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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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스키와 허치의 매력은 역시 엉뚱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엉뚱함의 한 축에는 오랫동안 허치와 뒷거래를 해 온 정보원 허기(스눕 독)가 있다. 그동안 형사 영화에서 무수히 많은 정보원이 등장했지만 허기만큼 비중 있는 캐릭터를 구축한 정보원은 없었다. 법과 범죄의 경계에서 묘하게 줄타기하는 허기는 70년대 당시 시청자들의 사랑을 톡톡히 받았던 캐릭터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란 얘기다. 스타스키와 허치가 맥을 못 짚고 헤매고 있을 때 길을 인도하는 게 바로 허기의 역할이니 어찌 중요한 인물이 아니겠는가? 이건 곧 영화가 범죄를 소탕하는데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두 형사가 벌여나가는 실수와 오해 그리고 화해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영화는 심각하기보다는 툭툭 내뱉는 농담과 엉뚱한 행동들이 웃음을 자아낸다.
팝콘 한 통 사들고 야금야금 팝콘을 씹어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오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