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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복귀요? 말하기 곤란한데, 그런 것도 같아요.'
20일 크랭크업한 ‘빈 집’, 제작발표회도 뒤늦게 열어 | 2004년 7월 22일 목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1부-끈적한 빗속 촬영 현장

서로 존대말을 구사한 김기덕 감독과 이승연
서로 존대말을 구사한 김기덕 감독과 이승연
김기덕 감독을 보면, 다른 감독들과 다르게 작품을 찍는 게 곧 스스로를 충전시키는 듯한 묘하게 왕성한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한 작품에 대한 여운이 사라지기 무섭게, 또 다른 작품으로 나타나는 그가 소리소문은 있었지만,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영화 <빈 집>(제작: 김기덕 필름, 해피넷, 씨네클릭 아시아)의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더구나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시끌시끌한 파동의 장본인, 이승연이기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더욱 쏠리게 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인지 비가 끈적끈적하게 내리던 지난 20일, 서울 평창동에 있는 한 저택(?)에서 진행된 <빈 집>의 촬영 현장에는 역시나 많은 매체들이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단 <빈 집>의 초간단 스토리는 이러하다.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사랑에 의해 감금되어 외로움조차도 남지 않은 무기력한 여자 ‘선화(이승연)’와 가진 게 없어 잃을 것도 남아 있지 않은 남자 ‘태석(재희)’의 이야기. 그 중에서도 영화의 핵심을 꼽는다면, 사건의 원초이고 남자 주인공 ‘태석’이 변화하는 원인이 되는 ‘선화’라고 할 수 있다.

알고 보니, 크랭크업 날이기도 했던 그날 촬영현장은 예비 컷을 공개하는 것이라 긴장감이 조금은 엷었던 편. 그나마 살벌함(?)이 느껴졌던 일이라면, 연기를 하다가 살짝 웃음을 터뜨린 이승연을 보고 “승연씨, 뭐가 우스워요?”라고 꼬집으면서, “승연씨가 필름값 물어내라구.”라고 대응한 김기덕 감독의 다소 싸늘한 말투 정도랄까.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데 모여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현장 분위기가 좋았었는지 꾸미지 않은 화기애애함이 감돌았다. <빈 집>은 6월 한 달간 프리 프로덕션, 7월 2일 크랭크인, 7월 20일 크랭크업이라는 김기덕 감독스런 초스피드 일정으로 진행돼 왔다.

2부-이승연에게 질문의 화살을 쏴라?

좌로부터 재희, 김기덕 감독, 이승연.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강렬한 눈빛을 칭찬받은 재희는 김기덕 감독의 말을 듣다 혼자 박수를 치기도.
좌로부터 재희, 김기덕 감독, 이승연.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강렬한 눈빛을 칭찬받은 재희는 김기덕 감독의 말을 듣다 혼자 박수를 치기도.
짤막한 촬영 현장 공개 후, <빈 집> 측은 곧 장소를 옮겨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김기덕 감독, 주연 배우 이승연, 재희가 참석한 가운데 오랜 시간 진행된 제작발표회는 매번 느끼게 되는 김기덕 감독의 달변과 생각보다 침착함이 엿보인 이승연의 답변으로 꽉꽉 채워졌다.

그 주요한 질의응답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김기덕 감독은 먼저 “이 영화의 발상은 작년 10월 정도에요. 우리집에 들어가다가 열쇠구멍에 꽂혀있는 전단지를 보고 문득 떠올렸죠. 영화 제목이 ‘빈 집’인데, 물리적인 빈집이 아니라 정신적인 빈집을 의미하죠. 이 영화 속엔 운동이 아닌 폭력적인 의미로 재구성된 골프채가 등장하고, ‘유령연습’이라는 영화를 보시면 알게 되는 흥미로운 행위도 등장해요.”라고 서론을 끊었다.

이에 이승연은 “많이 와 줘서 감사합니다. 이 자리가 많이 조심스럽기도 한데, 매번 그렇듯이 색다른 각오도 하고, 생각도 많이 했거든요.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에 출연하게 돼서 좋았어요.”라는 인사말을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던 이승연 캐스팅 이유와 혹시 그녀를 위해 작성된 시나리오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모 스포츠 신문 기자의 기사가 이승연씨를 캐스팅하는데 일정 부분 기여했죠.”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설명으로 답변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결론인즉, 영화를 위해 캐스팅한 것이지 외부적인 여건들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못박았으며, 시나리오 역시 이승연과는 아무 상관없이 이미 완성됐었고, 그녀로 인해 바뀐 점도 없다고 밝혔다.

여러가지로 조심스러워 했지만, 특유의 야무짐이 엿보인 이승연
여러가지로 조심스러워 했지만, 특유의 야무짐이 엿보인 이승연
특히 김기덕 감독은 이승연에게 두 번 놀랐다고 말했는데, 첫 번째는 시나리오를 건성으로 읽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어떤 전율이 왔다고 고백한 점, 두 번째는 영화를 선화의 판타지로 해석한 점 때문이라고.

한편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대부분 봤다”고 말한 이승연은 “보고 나면 기분이 찝찝해지지만, 그 느낌으로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밝혔다. 또 같이 작업해 본 결과, “좋게좋게 얘기하시지만, 어느 순간 독설 때문에 가슴이 섬뜩섬뜩해진다”며 “상대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김기덕 감독을 설명했다.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질문은 아무래도 ‘노출신’ 여부. 이에 대해 김기덕 감독은 “한국사회는 그 사람이 한번 되어 본뒤, 용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진지한 포석을 우선 깔았다.

이어 “이승연씨 캐스팅이 민감한 부분이라는 걸 알고 있다”며 자신은 스타일만으로도 욕을 먹고 있는 감독인만큼,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사소한 빌미도 제거했고, 영화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찍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이어갔다. 게다가 “궁금해하는게 좋기 때문에 그 부분은 할 말이 없다”는 결정적 쐐기를 박았다.

비슷하게 민감했던 “좀 빠른 복귀가 아니냐”는 질문에 이승연은 “굉장히 말하기 곤란한데요. 빠른 것도 같아요. 하지만 이미 영화 찍었거든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김기덕 감독은 “영화기자가 기사 한번 잘못 썼다고 기자일을 그만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며 “자신도 마찬가지고, 그 부분은 숙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빈 집>의 제작비는 일본 투자 50만불, 프랑스 선판매 10만불, 스태프들의 지분 참여 등으로 구성돼 총 10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됐다고. 일본에서 상당액을 투자하는만큼 ‘태석’ 역에는 원래 <키즈리턴>에 나왔던 가네코 켄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가 한국 로케이션 촬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급하게 재희를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물론, 김기덕 감독은 재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저런 우려와 궁금증이 들지만, 일단은 어떤 영화일지 보고 나서 판단해 봐야 할 듯. 이 영화는 앞으로 후반 작업을 거쳐, 적절한 시기에 개봉될 예정이다.

취재: 심수진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

2 )
soaring2
빠른 복귀긴 했죠..그래두 영화가 이목을 끌었으니 ^^   
2005-02-14 01:37
cko27
ㅎㅎ 그렇죠 섣부른 판단 하지 마시구. 앞으로 귀추를 보는게 낫겠네요.ㅎㅎ   
2005-02-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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