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안내! 눈물지수, 예상보다 강하다
웨딩드레스 | 2010년 1월 12일 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제작보고회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 것 같아 영화에 대한 건방진 자신감이 든다”고 했다는 송윤아의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웨딩드레스>는 그리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아니다. 시한부 엄마와 딸이라는 신파적인 소재 자체가 그리 신선하지 않는데다, 이마저도 가깝게 <애자>부터, 멀게는 <허브>,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등이 이미 다뤘으니, 자칫 뒷북치는 영화로 비춰질 위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웨딩드레스>는 그리 큰 야망을 풍기는 영화가 아니다. 송윤아가 주연으로 나서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캐스팅이 그리 화려하지 않은 게 사실이고, 여기에 전체 관람가를 내세운 착한 메시지의 영화라는 점이 <웨딩드레스>에 대한 기대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또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다.

이런 전반적인 분위기 탓이었을까, 아니면 덕이었을까? 기대치가 낮은 덕분인지, <웨딩드레스>는 재미나 감동 면에서 예상에 웃도는 결과물로 다가갈 공산이 큰 영화다. 그렇다고 영화가 통속적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리고 뛰어난 작품성과 세련미를 갖추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영화는 관객의 눈물을 기어코 쏟아내게 하고야 말겠다는 본래의 목표는 충실히 이행한다.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꽤나 강력한 슬픔의 동력을 <웨딩드레스>로부터 부여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고운(송윤아)은 남편을 잃고 9살 난 딸 소라(김향기)와 함께 사는 싱글맘이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일에 치여 사느라 소라를 잘 챙겨주지 못하는 고운은 소라가 학원을 매일 빠진다는 것도, 심지어 결벽증으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도 모른다. 그러던 중 고운은 병원에서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 판정을 받는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혼자 남겨질 딸을 걱정하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 고운은 딸에게 줄 마지막 선물인 웨딩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앞에서 말했듯 <웨딩드레스>는 통속적인 신파극이다. <웨딩드레스>에는 <애자>와 같은 개성 있는 캐릭터도 없고, <허브>와 같은 극적인 상황도 없으며, <마더>가 보여준 모성에 대한 색다른 접근과 감각도 없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여자가 남편을 먼저 보내고 홀로 딸을 키운다는 기본 설정을 시작으로, 암이라는 큰 병에 걸리고 나서야 부랴부랴 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한다는 전개, 종국에는 착하게 개과천선하는 주변인물 등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영역 안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뿐이다. 인물의 감정선을 급격하게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극단으로 몰고 가는 최루성 멜로의 전법만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만의 영화적 성취나 신선한 아이디어의 부재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웨딩드레스>를 단지 ‘신파’라는 이름 안에 가둬두기가 아까운 이유는 ‘뻔’한 이야기를 ‘뻔’한 수준에 그치지 않게 하는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력 때문이다. 특히 웬만한 성인배우 못지않은 연기력을 선보이는 아역 김향기는 시종일관 반짝반짝 거린다. 엄마가 큰 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된 후에도 자신이 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는 방법으로 엄마를 안심시키는 이 속 깊은 딸은, 같은 상황에서 눈물로 일관했던 기존 아역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인다. 울고 싶은 상황에서 애써 감정을 숨기는 애늙은이 같은 아홉 살 아이의 얼굴에는,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보통 아이의 얼굴에는 없는 애처로움이 서려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한층 더 먹먹하게 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더불어, 비극보다 희망에 관심의 추를 기울인 영화의 결말 역시 <웨딩드레스>의 신파적 농도를 낮춘다. <웨딩드레스>는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의 슬픈 비망록인 동시에, 그런 엄마를 통해 세상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딸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결벽증으로 왕따를 당하던 딸이 엄마의 죽음을 맞으면서 결벽증을 극복하고, 친구를 사귀고, 홀로서기를 해나가는 모습 모습에서 이 이야기는 마냥 비극적이기만 한 최루성 영화가 아님을 드러낸다. 절망에서 희망을 놓지 않고, 슬픔을 슬픔으로만 끝내지 않으려는 어린 소녀의 성장담은 눈물로 휘어 갈긴 여타의 신파보다 더 막강한 눈물샘을 자극하는 기촉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낸다.

2010년 1월 12일 화요일 | 글_정시우기자(무비스트)




-반짝반짝 빛나는 김향기의 연기. ‘제2의 다코다 패닝’이란 호칭을 허하라.
-주조연들의 호연이 '통속적인 신파'를 '아련한 신파'로 끌어 올린다
-영화에 대한 낮은 기대치가 영화로서는, 득도되네.
-줄거리는 안 봐도 비디오다
-관객의 눈물을 노린 의도가 너무 티 난다
(총 24명 참여)
ssh2821
잘 보았습니다   
2010-03-22 18:42
kisemo
기대되요   
2010-03-01 13:34
cipul3049
애자처럼 신파인가?   
2010-02-23 17:20
scallove2
잘봣습니당   
2010-02-05 20:45
pretto
왠지..그닥 기대되는 영화는 아니에요   
2010-01-26 13:54
mvgirl
김향기의 눈물연기가 압권...   
2010-01-17 10:20
gkffkekd333
기대되염~   
2010-01-16 17:20
egg0930
기대되네요   
2010-01-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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