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영상으로 구현된 삶의 고귀함 (오락성 7 작품성 8 입체감 9)
라이프 오브 파이 | 2013년 1월 2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인도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는 파이(수라즈 샤르마) 가족은 경영난에 시달린다. 파이 아버지는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을 토로하며 동물원을 팔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준비한다. 키우던 동물들을 배에 싣고 캐나다로 향한 파이 가족들은 뜻하지 않은 폭풍우를 만난다. 배는 침몰되고 파이만이 가까스로 구명선에 올라탄다. 목숨을 건진 건 파이뿐만이 아니다. 다리를 다친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 그리고 벵갈 호랑이 ‘리차드 파커’도 위기를 피했다. 표류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동물들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서로를 공격한다. 결국 구명선에는 파이와 리차드 파커만이 남는다. 파이는 살기 위해 리차드 파커와 공존하며 지내는 방법을 강구한다.

얀 마텔의 베스트셀러 ‘파이 이야기’는 영상으로 옮기기가 꽤나 까다로운 작품이다. 주 무대가 태평양 한 가운데 표류한 배 안인 소설은 정적이다. 이렇다 할 공간 변화가 없다보니 다양한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영화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지 못한다. 소년이 말도 안 통하는 호랑이와 교감을 이룬다는 설정 또한 영상으로 구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안 감독은 이 난제를 보란 듯이 풀어낸다. 전작에서 인간의 세밀한 감정을 수려한 영상과 함께 표현했던 그는 파이의 요동치는 감정을 잘 드러낸다. 한 순간에 가족을 잃은 슬픔, 생과 사를 넘나드는 자연과의 싸움, 그리고 호랑이와의 공존을 터득하며 삶의 소중함을 깨닫는 그의 모습은 정적인 영화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다. <와호장룡>의 대나무 숲, <브로크백 마운틴>의 설산 등 자연의 모습을 선보이며 각 장면의 분위기를 조성했던 감독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광경을 전면에 내세우며 파이의 고난과 역경을 흡입력 있게 표현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이안 감독의 첫 3D 영화다. <와호장룡>의 와이어 액션, <헐크>의 CG 등 다채로운 영상 구현을 꾀했던 감독의 전작을 보면 그가 3D 영상이란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도전했다는 건 새로운 일이 아니다. 감독은 3D 영상을 통해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원작의 단점을 메운다. 수면 위로 뛰어 올라 바다 표면을 부수며 물속으로 들어가는 고래, 빛을 내는 해파리, 구명선 위를 나는 날치 떼의 움직임 등 3D 영상은 지루함을 걷어내기 충분하다. 특히 폭풍우가 몰아치며 배가 침몰하는 장면은 물을 소재로 입체감을 표현할 수 있는 3D 영상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물을 이용한 입체감은 물속 유영 장면을 3D 영상으로 보여줬던 <생텀>보다 더 발전된 양상이다. 배 침몰 장면은 여타 3D 영화에서 선보였던 고공 활강 장면과 비견될 정도로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안 감독은 영상의 다변화를 꾀하면서도 소설의 주제의식인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잊지 않는다. 종교에 상관없이 다양한 신을 믿었던 파이가 생존의 길에서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모습은 마치 고행을 몸소 실천한 수행자와 흡사하다. 파이가 온 몸으로 표현하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보는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지만 영화의 감상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파이의 고행은 함께 떠나볼만 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2013년 1월 2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원작 팬들은 꼭 보시길
-물을 소재로 한 3D 영상 경험. 황홀하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수라즈 샤르마. 연기의 깊이가 느껴진다.
-3D 영화에 도전한 이안 감독, 살아있네
-아이들이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
-바다라는 한정된 공간, 지루할수도
(총 3명 참여)
dillita
책을 읽진 않았지만 원작을 훌륭히 영화로 각색했다고 들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가 살아있는 영화속 이야기도 좋았지만 제 생각은 그간 3D영화들이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이안감독의 장기이기도 한 너무도 아름다운 영상미가 압권이더군요. 동양인 특유의 디테일한 정적인 감성미가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환상적인 고래쇼가 많은 분들 기억속에 남으시겠지만 저는 수면위와 하늘을 묘하게 대칭시놓은 장면이 제일 좋더군요.   
2013-01-30 04:03
joynwe
3D 화면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실제 관람하고 나서 알고 보면 화면보다 내용에 더 충실한 영화입니다.   
2013-01-08 15:09
biashin
초등학교 6학년 딸도 무척 즐거워 하며 보더군요^^   
2013-01-0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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