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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이 귤이라면, <무적자>는 탱자 (오락성 6 작품성 5)
무적자 |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잘해도 본전이다” 송해성 감독이 말했다. 송승헌도 말했다. 하지만 틀린 말이다. 다른 영화도 아니고, 많은 이들의 ‘로망’이자 ‘전설’인 <영웅본색>이다. 그런 영화의 제대로 된 리메이크가 어찌 본전인가. 잘만하면, 대박이다. 아시아의 감독으로 이름 날릴 기회다. 세계적 배우로 발돋움 할 수 있는 찬스다. 제2의 트렌치코트 열풍이 일고, 막대사탕(주윤발에 해당하는 영춘을 연기한 송승헌은 성냥대신 사탕을 입에 문다)이 남성들 필수 아이템으로 급부상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무적자>는 그 모든 기회들을 살리지 못한다. 부담감이 <무적자>를 짓누르고 말았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열매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정서나 취향, 역사의 차이는 영화의 가치를 변화시킨다. 보통 부정적인 상황에 쓰이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귤이 탱자로 전락하는 건 아니다.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처럼 현지 문화에 맞게 숙성시킨 영화도 있다. 송해성 감독은 <무적자>를 탱자로 만들지 않기 부단히 노력했을 거다. ‘버릴 부분’과 ‘취할 부분’을 놓고 얼마나 고심했을 지도 눈에 선하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찾은 타협점은 ‘전체 그림 유지, 부분 수정’이다.

전체적인 그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캐릭터들의 관계나 이야기 흐름은 원작과 같다. 원작의 주요 장면을 그대로 가져 온 씬도 구석구석에서 포착된다. <영웅본색 2>의 주제곡을 편곡한 배경음악은 이 영화가 <영웅본색>의 리메이크 작임을 알리는 강력한 인장이기도 하다. 반대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남북분단이라는 한국 특유의 상황 주입이다. 영화는 한국만의 정서를 부여하기 위해 주인공 김혁(주진모), 김철(김강우), 이영춘(송승헌)을 탈북자로 설정하며 원작과의 변화를 꿰한다. 문제는 이것이 효과적인 선택이었는가에 있다. 한국적 정서를 위해 선택했다는 탈북자 코드는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도 낯선 그 무엇이다. 그런 그들의 특수의 상황에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취하고 버리는 것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 전에 <무적자>가 놓친 또 하나가 있다. <영웅본색>은 드라마가 아니라, 분위기로 먼저 읽히는 영화였다는 점이다. 새 옷을 입은 <무적자>는 뭔가 굉장히 많은 것을 쏟아내기는 한다. 보다 많은 총기와 보다 많은 수의 등장인물과 보다 화려해진 로케이션 등 물량 면에서는 가히 원작을 압도한다. 하지만 핵심인 그것, ‘분위기’가 빠졌다. 암울하면서도 팽팽하게 날 서고, 냉소적이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릴 것 같은 느와르 특유의 그 미묘한 분위기들이 없다. 화면은 유려해졌지만, 감흥은 무뎌졌다.

‘느와르보다 드라마에 치중했다’라는 감독의 의도가 이에 대한 반박 요소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게 놓고 봐도 아쉬움은 생긴다. 이 드라마의 핵심은 애증으로 얽힌 ‘형제애’와 의리로 맺어진 ‘우정’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허하게 울릴 뿐이다. 원작에서 가져 온 장면과 새로 만들어진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탓이다. 갈등에서 오해 해결로 나아가는 익숙한 관계설정은,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을 갖추지 못한 채 삐걱거린다. 주윤발이 뿜어대던 무게감의 부재(송승헌은 아우라는 여러모로 주윤발에게 뒤진다)도 아쉬운데, 악당 조한선의 캐릭터가 너무 유약하게 그려진 것도 매력 반감에 한 몫 거든다.

시대착오적인 일부 소품과 진부한 설정들에 대한 지적도 피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특히 부산이 배경이라는 점과 사투리 대사들, 감초 연기자들의 웃음에 대한 강박 등은 한때 유행한 한국 조폭영화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올 추석 극장가를 노리며 개봉하는 <무적자>의 포지셔닝으로, ‘<영웅본색> 리메이크’ 보다 ‘조폭 영화의 세련된 부활’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국 <무적자>는 송해성의 소유격으로 평가받을 만한 개성도, 원작의 아우라에 견줄만한 창의적인 재해석에서도 흡족한 결과물을 내 놓지 못한 채, 탱자가 되고 말았다.

2010년 9월 13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송승헌, 주진모, 김강우, 조한선 “우리는 F4예요!?”
-<영웅본색>을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로망은 로망으로만 간직하고 싶다면.
-트렌치코트 자락 휘날리며, 성냥개비 물던 주윤발의 아우라를 따라올 자는 없구나.
-때는 바야흐로 <무적자> 기자 시사회 날. 송승헌과 조한선이 마지막 대사를 할 때, 기자석에서 실소가 새어 나왔다... 극적인 장면이었는데, 아뿔싸!
18 )
aegean
주진모의 발견!!   
2010-09-14 16:19
bjmaximus
차라리 리메이크 말고 오리지날 한국 액션 느와르로 만들지..   
2010-09-14 09:47
ldh6633
잘봤어요~   
2010-09-14 09:04
fa1422
^^   
2010-09-14 03:08
loop1434
역시나   
2010-09-14 00:40
cheken
실소가 나왔다라..망했구나   
2010-09-14 00:27
gkffkekd333
과연...   
2010-09-13 23:27
ooyyrr1004
<영운본색>을 망친건 아뉘겠지~   
2010-09-1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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