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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재즈를 아느냐! (오락성 6 작품성 6)
브라보! 재즈 라이프 |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흑인들의 거리음악으로 출발한 재즈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 음악은 한국에까지 왔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척박했던 시대였기에 널리 사랑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시 재즈에 미쳐 지금까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재즈 1세대’라 불리는 그들은 사람들의 관심보다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것 자체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를 위해 살아온 이들의 삶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영화다.

희뿌연 연기사이로 음악을 인생이라 말하는 ‘한국재즈 1세대’. 작년에 은퇴한 트럼펫의 대가 강대관을 찾아온 동료들은 추억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한국에서 유일한 재즈이론가 이판근은 자신의 연구실이 곧 철거된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하고, 재즈드러머인 류복성은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버리고 재즈를 선택한 자신의 인생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후배들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펼친 ‘한국재즈 1세대’를 기억하기 위해 공연을 준비하고, 그들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공연의 무대 위로 올라간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과 흡사하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쿠바 재즈 음악인들의 삶과 그들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것처럼 <브라보! 재즈 라이프>도 그 형식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유사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재즈 평론가이기도 한 남무성 감독은 많은 사람들이 모를지언정 재즈에 열정을 바친 그들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어쩌면 하나의 기록영화이기도 한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영화는 서로 다른 음색을 갖고 있는 악기가 모여 하나의 재즈음악을 만들어내듯, 저마다 자신의 방식대로 재즈에 열정을 바친 그들의 인생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앞니가 빠져 더 이상 트럼펫을 불지 못해 은퇴한 강대관, 재즈 음반을 구하기 위해 의정부 미군 부대까지 오고 갔던 류복성, 외롭고 괴로울 때마다 블루스를 더 잘 부를 수 있을꺼라 생각했던 재즈싱어 박성연 등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1세대들의 재즈인생은 영화의 원동력이 된다. 여기에 그들이 직접 들려주는 음악은 다소 투박한 영화의 연출력을 보완해준다. 재즈가 끝없이 나올 정도로 매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1세대들의 연주와 노래는 보고 듣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콘서트 장면에서 연주되는 베니 굿맨의 ‘Moonglow’, 빌리 할리데이의 ‘All Of Me’ 마이클 프랭스의 ‘Antonio's Song’,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등 다양한 재즈 명곡은 영화의 백미.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흥겹게 즐길 수 있다.

앞에도 언급했듯이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연출적인 재미가 다분하지 않은 작품이다. 단순히 ‘한국재즈 1세대’들을 한 명씩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옛 추억을 곱씹는 방식은 심심하다. 하지만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도 열정하나로 지금까지 재즈 음악을 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극중 흘러나왔던 재즈 넘버를 흥얼거릴 정도로 큰 감흥을 준다. 더불어 마음에 열정이 있는 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12월 1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주옥같은 재즈 넘버를 들을 수 있는 기회.
-우리나라에도 이런 재즈 고수들이 있었단 말인가!
-열정만 있으면 뭔들 못하리.
-다소 부족한 연출력은 아쉽다.
-아이돌 음악에 심취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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