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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대천사 예지원, 춤추고 노래하며 원 없이 ‘끼’를 발산하다!
2008년 11월 18일 화요일 | 김조광수 감독 이메일


첫 촬영이 무사히 끝났지만 초보 감독의 걱정증(걱정이 지나쳐 병적인 데까지 발전한 나를 보면서 내가 붙인 이름이다)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찍혔는지, 컷과 컷 사이가 비지는 않는지, 편집을 마쳤을 때 과연 볼만한 것이 나오게 될지...
촬영하고 편집하기까지 며칠 동안 걱정증이 심해져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괜히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그만 둔다고 하자... 아니야 난 할 수 있어... 뭥미? 고작 이 걸 해놓고?...
아, 몰라. 몰라. 몰라...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들며 괴로워했다.
그렇게 괴롭던 며칠이 지났고 편집하는 날의 아침이 밝았다.
편집실로 가는 지하철에서도 괴로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다가 편집기사의 전화를 받았다.
이쿠. 뭔가 큰 일이 난 게로군.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전화를 받았다.

“여. 보. 세. 요.”
“감독님!”
“왜 무슨 일인데. 컷이 비어? 촬영이 잘 못 됐어? 영 못 봐 주겠어?
그게 말이야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구. 쉽지가 않은 게...”
상대의 소리는 듣지도 않고 혼자 따다 거렸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솔직히 말해도 괜찮아. 괜찮으니까 어서 말해. 아, 몰라. 몰라. 몰라...”
“푸하하.”


언제쯤 도착 하냐고 묻는 전화에 나 혼자 생쇼를 한 것이다.
이구, 난 뭐냐?
이렇게도 자신이 없으면 시작도 말 것이지.ㅠ.ㅠ

다행히 촬영도 편집도 잘 되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었고 베테랑 촬영 감독과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때깔도 곱게 잘 나왔다.
편집의 리듬도 좋았다.
비록 3분이 채 되지 않는 분량이었지만 결과는 대만족.
어제까지만 해도 절망의 늪에서 연출을 포기할까 했던 걱정증 환자가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해냈어, 광수.

혼자 대견해하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하늘을 날고 또 날았다.
떨어질 일을 조금도, 요 만큼도 생각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널뛰듯 감정이 요동치는 일이 많았다.
이래서 감독들 성격이 다 그 모양이군.
그랬다.
감독들의 성격이 나쁜 이유가 다 있었다.
나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야 어디 성격이 좋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초보 감독 광수, 다른 것 다 제치고 성격부터 닮아가는 것 같아 불안해졌다. ㅋ.ㅋ

그렇게 훌륭히(?) 첫 촬영을 마치고
이제 두 번째 촬영을 준비할 타임.


두 번째 촬영은 첫 촬영 때보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기간도 꽤 길어서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초초저예산 독립단편영화로서는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예산을 아끼려면 촬영을 몰아서 해야 했지만 첫 연출작을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어쩔 수가 없었다.
애초에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현재 장면은 꽃피는 사월에,
과거 장면은 입김이 팍팍 나오는 겨울에 찍고 싶었다.
눈에 보이는 대비를 줘야 영화가 풍부해 질 것 같았다.

소소만을 준비하면서 남다른 고민이 더 있었다면 ‘일반’ 영화가 아닌 '이반(異般)' 퀴어 영화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감독 김조광수의 바램은 2가지였다.

첫째로는 일반 영화가 가지지 못한 발랄하고 괴상하면서 엉뚱한(퀴어의 원 뜻이 그러하듯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로운 정신이 살아있었으면 하는 것.
두 번째로는, 인상 쓰고 고민하는 퀴어 영화가 아니라
게이들의 즐거운 정신과 생활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것.
방법은?


엉뚱하게도 남자 배우가 아닌 여자 배우.
뜬금없는 큐피드의 등장으로 해법을 찾았다.
남자를 사랑해도 좋을 지 감정에 헷갈려 하는 소년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운명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절대 긍정의 게이 정신을 설파하는 한편,
이성애자들과 달리 헌팅이 다반사인 게이들(?)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간을 보는 작업 절차를 즐겁게 담은
"길거리 게이 연애수칙-길거리에서의 헌팅은 절대 조심해야 해!" 라는 노래를
은발 가발에 천사 옷을 입은 큐피드인 예지원양이 직접 소화한 것이다.


초초저예산 영화인지라 전문 안무가가 붙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배우의 타고 난 끼와 재능에 의존해야 하는 큐피드 역을 제의 받은 지원양은
놀라운 노래 솜씨와 탁월한 안무로 화답했다.
노래가 만들어지고 나서 연습하고 녹음하기까지 주어진 시간은 단 1주일.
1주일에 3곡의 노래를 연습하고 녹음해야 했다.
게다가 안무는 당일치기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원양 마치 자판기에서 커피 뽑아내듯, 사발면 익혀내듯
주문하면 바로바로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을 보여 주었다.


녹음실에서 촬영장에서 지원양의 솜씨에 스태프들은 감탄을 연발했다.
엉뚱발랄 4차원의 끼를 그야말로 원 없이 뿜어냈다.
지원양은 “불러주셔서 영광이옵니다.”라는 겸손한 소감을 토로했지만
그녀의 노래와 춤 실력은 가히 프로급이다.
영화의 발랄하고 엉뚱한 정신을 존재 자체로 대표하는 역을 톡톡히 한
예지원양의 춤과 노래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촬영 준비 기간에 한 일이 또 있으니 그건 바로 소년단과의 만남.
제작비를 모아 준 256명의 소년단들에게 제작 과정을 보고하는 행사를 가졌다.
멀리는 부산에서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올라온 팬도 있었고
남편과 자식들 아침상 차려주고 부랴부랴 달려온 주부도 있었다.
256명이 모두 모였으면 더 좋았겠지만 120여명이 조촐하게 모여
3분짜리 편집본을 보고
배우들과 대화하고 같이 사진도 찍으면서

‘소소만의 주인은 바로 나 ’라는 생각을 더 굳혀가는 자리가 되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다짐하면서 말이다.


다음에 계속... to be continue...

글_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 광수닷컴 놀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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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unsung718
예지원 좋아요ㅋㅋㅋ   
2010-09-07 11:31
kisemo
기대되네요~   
2010-05-02 14:11
east2ar
ㅋㅋㅋ 악보.. 쫌 많이 코미디 느낌이..   
2008-11-28 11:34
kwyok11
예지원 씨 좋아요~~   
2008-11-25 08:07
hrqueen1
얼마전 TV에서 봤었는데요.
항상 새로운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습이 참 아름다워보여요!   
2008-11-22 22:38
RobertG
저 악보보고 따라 불러 보려고 했던 사람.. 조용히.. 손..   
2008-11-22 20:37
isu3965
머리보고 깜짝 놀랐따~~`   
2008-11-20 14:36
shelby8318
몇 년전에 sbs에서 한 여고시절인가? 그 드라마에서도 특이한 정신세계를 마음껏 펼쳤었던....
그 드라마에서 참 특이하게 나와서 좋아했었는데.   
2008-11-1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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