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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에 옷 젖듯이 설득하겠다 <언더독> 오성윤 & 이춘백 감독 ②
2019년 1월 24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언더독>은 공장에서 물건 찍듯이 양산되는 강아지와 매해 유기되는 엄청난 수의 반려동물이 처한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나 이를 자극적으로 전시하지도 비극적 상황 중계에 몰두하지도 않는다. 줄곧 긍정적이고 유쾌한 톤으로 희망을 밝히고, ‘뭉치’와 개 무리를 돕는 사회적 (약자의) 손길에 주목하다. 영화 한 편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확 바뀔 수는 없겠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좋은 이야기를 공유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하는 두 감독. 그들의 굳은 믿음이 작품 속에 면면히 흐른다.

<언더독>이 강아지 공장과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견 문제 등 반려동물의 참담한 상황을 전하지만, 줄곧 유쾌하고 희망찬 분위기를 유지한다. 전체적인 톤과 작화에 있어 신경 쓴 지점은.

이춘백 시각적인 면에서 우리나라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사계절의 풍광을 제대로 담아내고 싶었다. 마침 미술감독이 산 애호가라 가능했다. 또, 우린 (사람의) 손 터치가 살아있는 그림의 맛이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3D로 구현한 캐릭터지만 마치 2D처럼 보이도록 했다. 일부러 실사가 아닌 그림 같은 2D를 배경으로 해 3D 캐릭터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도록 중점을 뒀다. 2D의 경우 사람이 직접 그리는지라 수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3D의 경우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고 시간도 훨씬 절약된다는 장점이 있다.

오성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애니메이션 구현에 아쉬운 점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거든. 이번 3D 애니메이션 도입으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충분히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개들이 낙원이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는 곳은 휴전선 인근 비무장지대 DMZ이다. 그곳을 낙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이춘백 동물 입장에서 사람의 간섭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 아닌가 한다. 실제 DMZ를 가보니 아주 조용하고 오로지 자연의 소리만 들리더라. 여름엔 수풀이 무성해 밀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처음 ‘뭉치’는 입산 금지를 위해 쳐 놓은 철조망의 아랫부분 땅을 파고 그 틈으로 들어간다. 이후 농가의 흑염소를 몰고 나오기 위해 작은 울타리를 뛰어넘고 결국엔 자신의 키보다도 훨씬 높은 철조망을 뛰어넘는다. 역경이 커지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점점 주체적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성윤 2차 세계대전의 망령이 잔존하고 여전히 부둥켜안고 있는 곳이 땅이 한반도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분단된 유일한 국가다. 분단이라는 상황 자체가 우리가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데 부지불식간에 엄청난 장애로 작용한다고 본다. 그 상황에서 벗어나 큰 짐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자유’에 비로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다. DMZ 공간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장애를 허물어 도달하는 공간으로서 큰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좌) 이춘백 감독 우) 오성윤 감독
좌) 이춘백 감독 우) 오성윤 감독

일전에 <언더독>을 통해 관객과 만남을 가지며 앞으로 영화의 나아갈 방향에 관한 모색이 깊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지향점은.

오성윤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확신이 강해졌다. 앞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겠지만, 어떻게 만들지가 더 선명해진 거지. 돈벌이 혹은 흥행을 추구하기보다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관객과 더 소통하고 싶다. 우리 영화로 세상을 확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설득을 하려고 한다. 사회에 필요한 바람직한 메시지와 철학을 공유하고 나아가 어떤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데 힘을 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작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오리, 닭, 수달, 족제비 등등 여러 동물이 등장했었다. <언더독>은 오로지 개들만으로 캐릭터를 구축했는데 다양성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오성윤 오히려 반대라고 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엄마와 아이를 잡은 투샷이 주를 이룬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그편이 좀 더 수월하다. 이번 <언더독>은 그룹 샷에 로드무비라 그들을 한 화면 안에 담고 움직임을 따라가는 게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그만큼 더 역동성이 커졌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들개 그룹의 서브 텍스트와 대장견 ‘짱아’의 커밍아웃 등 캐릭터와 서사면에 있어서도 다양하고 깊어졌다.

<언더독>의 경우 <마당을 나온 암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을 타깃으로 한 인상이다.

오성윤 몇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언더독>은 작심하고 대상 연령대를 높였다. 극 중 ‘뭉치’와 무리의 여정 자체가 매우 현실적이고 폐가 마을이 철거되는 모습 등 여러 사회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 영유아용 애니메이션으론 100만 관객을 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경우 눈높이가 너무 어렸거든.
 <언더독> 스틸컷
<언더독> 스틸컷

극 중 개들에게 식당의 잔반을 챙겨주는 등 호의를 베푸는 사람이 이주노동자라는 점 역시 눈여겨 볼만한 지점이다.

이춘백 사회적 약자가 서로 돕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결국 그는 식당에서 해고당하는데 ‘짱아’(리더견)가 월급이나 제대로 받았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하지 않나. 언젠가부터 약자들이 사회적 약자를 타자화하고 적대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하다. 동물 권리를 주창하는 한편에선 동물 복지에 왜 세금을 낭비하냐고 반발하는 집단이 있다. 약자가 보호받으면 평범한 사람은 더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인데 미처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오성윤 예전보다 사회가 풍족해졌음에도 사람들의 ‘화’가 많아졌다. 뜬금없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좋았다. 우리도 그런 맥락에서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다루고 싶었다. 사람들은 드러난 현실만 보고 쉽게 비난하곤 한다. 가령 북한산에 돌아다니는 들개가 사람을 위협한다고 유해 동물이라 하지만 그들이 원래부터 북한산에 살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웃음) 그간 투자 유치 등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꾸준히 업계를 지키고 있다. 같은 길을 희망하는 후배에게 조언한다면.

이춘백 연출 방법 혹은 표현 기업에 대해 기본적인 고민을 많이 하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면 디테일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 해도 관객을 설득하지 못할 수 있다. 실사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일단 어색하다고 느끼기 시작하면 이후 몰입하기 힘들거든. 때문에 최소한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게 필수다. 한 컷 한 컷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가장 기본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오성윤 예전에 비해 대학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그 길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지 않나 싶다. 그림이 좋아서 애니메이션이 좋아서 감독이 될 거라는 생각 이전에 대중예술가로서 근본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직업으로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 것 같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자신의 지향점과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에 관해 숙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차기작 역시 공동작업으로 진행되는 건가. 소개를 부탁한다.

오성윤 소녀의 성장담이다. 3년 전쯤 중국 문학 소설 <너는 내 여동생> 을 읽고 매우 좋아서 판권을 샀고, 이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려 한다. 최소 4년은 걸리지 않을까. (웃음)

마지막 질문! 최근 소소하게 행복하거나 인상적인 일을 꼽는다면.

이춘백 <언더독> 작업이 끝날 즈음 그동안 호흡 맞추었던 스태프들이 하나둘씩 떠났었다. 제작비 문제로 모두 끝까지 함께 할 수 없고, 그들도 새로운 작업에 착수해야 하니 말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언더독> 기술 시사 때 만났는데 오랜만이라 기뻤고 작품이 의도대로 웬만큼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운 자리였었다. 다음 작품 할 때 또 불러달라고 하는데 그런 관계 맺음과 인연을 이어가는 것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오성윤 중국 투자가 철회돼 <언더독> 이 어찌될지 모를 때 크라우딩 펀딩을 통해 제작을 계속할 수 있었다. 며칠 전 크라우딩 펀더를 위한 특별 시사가 있었다. 그분들께 꼭 직접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에 (고집부려) 예정에 없던 무대인사와 사인회를 진행하게 됐는데, 정말 손뼉 치며 환영해 주셨다. 시사 끝난 그 늦은 시간에 줄 서서 기다려 끝까지 사인받아 가는 얼굴을 한 분 한 분 보며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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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24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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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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