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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게 눈이 부셔! ‘녹색의자’ 순수미소년 심지호
인터뷰 | 2005년 5월 22일 일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그와 마주앉았는데, 5월의 밝은 햇살과 트러블 하나없는 그의 우유빛 피부가 한꺼번에 두눈에 쏟아져들어왔다. 순간 섬광처럼, 아찔하게 눈이 부셨다!

그처럼 날카로운 통각은 시신경을 타고, 온몸의 솜털까지 바짝 세웠고, 수년전 그를 기억하고 있던 그 서늘하면서도, 말간 이미지들도 불현듯 떠올랐다. 인기였던 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나 그 참을 수 없는 지루함 때문에 채널을 돌렸던 <유리화>에서의 ‘심지호’가 아니라, <학교2>의 심/지/호.

‘그랬었지! 그때 왠지 모르게 ‘아리마’닮은, 그 소년을 좋아했던것같아!’. 심지호와 인터뷰 하기 전날, 서정과 함께 출연한 <녹색의자>를 보는 동안엔, 그다지 떠오르지 않았던 느낌들이 눈앞에 ‘현실’이지만, 잠깐잠깐 ‘비현실’적으로 움직거리는 그의 ‘아름다움’을 보자, 스윽 돌출돼버렸다.

이제 개봉될테지만, <녹색의자>가 그리 오랜시간이 흐른뒤에 개봉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301,302>, <학생부군신위> 등의 박철수 감독, 서른 두 살 이혼녀와 열 아홉 살 남자의 사랑을 다룬 센세이션널한 스토리, 묘하다고 할까 일견 신비로운 느낌의 여배우 서정의 출연 등등. 끄집어낼 수 있는 요소에 비해, 관객들에게 ‘너무’까진 아니어도, ‘상당히’ 늦게 도착하게 됐다 싶었다.

인터뷰를 위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느낌과 생각에 사로잡혔다. 제5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과 2005년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녹색의자>. 예상치못했는데, 보고나니 나른하게 우울해지고 서글퍼졌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정말이지 ‘녹색’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곳일 순 없는 곳, 그저 반발자국만 다른 선을 밟아도 숨쉬기 어려운 곳. 그럼에도 우리 무수한 ‘외톨이’들이 꿈꾸며 살아가는건 역시나 ‘사랑’의 기억들, 추억들, 아니 사랑에 대한 그리움인걸까.

대답은 내릴 수 없다. 그저 시지프스처럼 하루하루 ‘의무’를 밀어올릴뿐. <녹색의자>의 19살 ‘현’, 그 귀엽고, 강건하며, 사랑스러운, 하지만 아프고도 아픈 경계에서 ‘성장’을 이루는 맑은 아이, ‘심지호’를 만나봤다.

와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키크고 피부 좋으시고...(웃음) 아직도 녹차로 피부관리하세요?(심지호는 연예계의 소문난 ‘피부 미남’인데, ‘녹차’가 그의 피부 미용법이라는 얘기가 자~자하다!)
(웃으며) 아, 네에...(탁자 위에 놓인 녹차팩을 보고) 와아, 그래서 일부러 준비하신 거에요? (웃음)

*인터뷰가 무비스트 사옥에서 진행된 까닭에, 일종의 손님대접용 음료수들을 준비했더랬다! ^^;

5월 초에 생일이셨잖아요. 생일파티는 잘 하셨어요?
네, 그냥 조촐하게 했어요. 화려하거나 그런건 별로 안 좋아해서, 가족들이랑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랑 몇 명이랑 함께요.

숫자 중에‘5’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엇, 자세히 아시네요. (웃음)

혹시 5월에 생일이 있어서 그런건...?
(웃으며) 네, 아마 그래서 더 좋아하는거 같아요. ‘5’하고 ‘2’요(심지호는 5월 2일이 생일!).

얼마전에 일본 갔다오셨잖아요. 일본에서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일본어 공부도 열심히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네, 감사하죠.

일본 갔을때 오빠부대, 혹은 아줌마부대가 바글바글했을 것 같은데요. (웃음)
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일본에서 <유리화>가 방송이 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시무지호 상~’이러면서, 제 이름을 많이 외쳐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셨어요. 감사하더라구요.

드라마 <금쪽같은 내새끼>가 인기리에 종영됐는데, 드라마 끝내시고 근황은 어떠세요?
음, 드라마 끝나고 쉬었구요. 이제 영화 홍보 때문에 인터뷰도 하고, 방금 말한 것처럼 일본에도 다녀왔구요. 원래는 같은 행사로, 미국을 먼저 갈 계획이었는데, 연기가 되는 바람에 일본을 우선 다녀왔어요.

드라마 <학교2>(1999)로 데뷔하셨잖아요. 제가 지금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기분좋으라고 하는 얘기가 아니고, 그때 좋아했었어요. (웃음)
앗, 감사합니다.

그때 팬들이 지금도 계속 유지되시죠?
네, 맞아요. 그때 제 이미지가 많이 강했나봐요. <학교 2>의 심지호로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음,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하면, 저는 <녹색의자>요, 개봉못하는 줄 알았어요. (웃음) 상당히 오래전부터 한다한다 했었잖아요.
맞아요. 시간이 많이 흘렀죠. 2~3년 정도 흐른 것 같아요.

기자들도 그러니, 배우 입장에선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음,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요...저는 어쨌든 작품을 하다가 도중에 작품이 엎어지거나 그런게 아니기 때문에, 작품을 이미 완성을 했고, 그 완성된 작품을 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나는 작품을 했고, 내가 느꼈던 것들, 내가 경험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로 만족한다’라고 넘어갔었어요. 그리고 점점 더 좋은 기회들이 찾아왔고, 무척 감사하죠.

사실, <녹색의자>에서 맡은 캐릭터가 좀 세잖아요. 개봉이 미뤄지는 동안, ‘아~그냥 영화를 안 찍었다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은 혹시라도 안했었나요?
글쎄요, ‘개봉이 안된다’라는 얘기보단, 계속 미뤄진다고 얘기가 됐으니까 ‘안되면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은 했어도, 특별히 ‘괜히 했구나’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하고나서 제가 충분히 얻었던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저는 그걸로 만족했어요.

아무래도 처음에 시나리오 받고서 굉장히 망설였을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듣기로는 어머니가 박철수 감독의 팬이어서 권유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그게 어떻게 얘기가 된거냐면, 처음에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셔서 대전에 내려가서 시나리오를 봤어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봤더니, 어휴, 도저히...너무 어렵더라구요. 거절을 해야겠다 생각하고, 매니저랑 상의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 나왔던 작품이랑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위도 높고...그래서 계속 거절하고, 도망다니다가 직접 만나서“감독님, 거절하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말씀드리러 나갔던 자리에서 감독님이 다른 걸 주셨어요. 일본에 가셔서 콘티 작업을 다시 해오셨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엔 정말 좋은 작품을 들고오신거에요.

그 자리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시는데, 그 설명을 들으면서, ‘너무 좋다. 출연해도 괜찮지 않을까. 감독님을 믿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좀더 깊이있는 연기에 도전해 볼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심을 하게 됐죠.

음, 어머니 부분은요, 전 어머니하고 굉장히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거든요. 근데 솔직히 이쪽에 많은 관심이 있는 분은 아니에요. 그냥 박철수 감독님을 안다 정도였는데, 제가 믿는다고 얘기하니까 어머니도 나름대로 알아보시더니, 괜찮을 것같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도전했던 거에요. 그게 정말 정확한 거죠.

제가 사실, <녹색의자>를 미리 봤어요.
(반가운 표정으로) 아, 보셨어요?

네. (웃음) 그럼 처음 시나리오에서 많이 수정된건가요?
음, 정말 다른 작품이다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어떤 부분이 변경됐는데요?
거의 대부분이요. 주인공들이 만나고서 벌어지는 모든 것들이 대부분 다요.

그럼, 바뀐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하기로 결심했나요?
음, 전의 시나리오는 좀...‘싸구려같다’라고 표현하면, 표현이 좀 그럴 수도 있겠는데... (웃음) 아무튼 그런 느낌들을 많이 받았어요. 노출씬들도 단순히 수위가 높다고 해서 거절했던 게 아니었구요, 수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저는 시나리오를 읽었을때 제 나름대로 영상을 그려보거든요. 그런데, 그 시나리오에선 도저히 지금에 찍었던 그런 영상이 나오지 않는 거에요.

음, 소위 말해서, 다른 그렇고 그런 정사씬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영화라는 느낌을 받아서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만나서 듣게된 콘티 내용은 굉장히 수위도 높지만, 감독님께서 생각하고 강조하시는 부분은 그 정사씬들을 추하거나 지저분하게 잡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그렇게 강조하시는 얘기를 들으면서, ‘믿어볼만하겠다. 믿어보자. 배우가 그걸로 인해서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 다 젖혀놓구, 가장 첫 번째로 깊이있게 빠져볼 수 있는 역할이고, 작품이다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선택한 거에요.

박철수 감독의 전작들을 봤나요? 봤다면 좋았었는지?
제가 박철수 감독님 작품을 제일 처음 접해서, ‘박철수’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콕 박게 된 영화는 한창 영화에 빠졌던 시기에 봤던 <가족 시네마>였어요. 뭐 때문에 그렇게 재밌게 봤었는진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때 정말 독특하고 재밌다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박철수 감독님을 뚜렷하게 새기게 됐는데, 그후에 <녹색의자> 때문에 저를 불러주셨을때 ‘아, <가족시네마>의 그 감독님이구나!’라고 생각했죠. 아, 물론 그전에 박철수 감독님의 명성이나 능력을 알게 됐기 때문에, 저를 불러주셨을땐 정말 놀랐고, 감사했어요.

박철수 감독이 지호씨의 어떤 점을 보고, 컨택했던 걸까요? 드라마를 보고 그 이미지가 좋아서?
음, 뭘 보셨다라고 말씀은 안해 주셨구, 그냥 좋다! (웃음) 네가 좋아서 불렀다라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지금까지도 그 이유는 못들었나요?
물어보질 않았어요. 감독님께 여쭤본다구 해서, 감독님을 아신다면, 질문을 해봤자 대답 잘 안 해주신다는거 아시잖아요. (웃음)

영화 보고서, 연기하기 참 힘들었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떤 점이요?

글쎄요, 초반부의 정사씬을 보면, 왠지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물론, 그 느낌이 후반부로 갈수록 엷어졌지만요. 조금 주저하는듯한 느낌...
아, 그러셨구나....아무래도 처음 시도했던 거라 쉽지 않았어요. 흠, 정말 어려웠어요. 저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이 어떤 순간이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그 순간이었어요. 너무 어려웠고, 힘들었어요. 많이 지쳤구요. 그날은 그씬 하나 찍었던 것 같아요. 무척 힘들었어요.

그래서 촬영장 분위기도 배우들이 긴장하지 않고, 충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조성됐을 거 같은데요. 어땠어요?
정사씬 찍을때는 감독님하고 카메라 감독님 외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정사씬 빈도가 높은 편인데, 촬영 회차도 많았죠?
아니요.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요. 그건 정말 초반에 잠깐 나올 뿐이에요. 그게 영화의 전부다라고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걸요. 그건 정말 자신할 수 있어요.

전 정사씬 느낌 좋던데요. 뭐랄까 세피아톤의 우울하면서도 고혹적인 느낌도 들고, 서정씨와 심지호씨의 나체에서 유발되는 부드러운 곡선감이랄까. 좋았어요.
그쵸? (웃음) 정사씬이 영화 전체씬 중에서 제일 예뻐요. 정말 예쁘게 잘 찍힌 신이에요. 잘 보셨네요. 감사합니다. (웃음)

‘현’이라는 캐릭터를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셨어요?
음...저랑 많이 닮았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 얘기 들었을때, ‘아, 나랑 많이 닮은 점이 있구나’라고 느껴서, 도전하는데 좀더 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바르고 강직한 아이에요. 한점의 티라든가 그런거 없이 자기가 이거다라고 생각한 부분에선, 확실하게 끌고나가는 추진력이나 힘이 있는 아이고, 사랑에 대해선 굉장히 순수한 열정을 가진 아이에요.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거듭나는 그런 아이인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랑하는 과정 속에서 ‘현’이가 점점 더 성장하는 모습들이 보일거에요. 내면적으로도요. (기자를 보며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나타났는진 모르겠는데...(웃음)

봤을때, ‘저 아이 참 괜찮구나. 저 아이 참 멋있다’, ‘멋있다’라는게 화려하다든가 겉치장으로 인해서 꾸며지는 그런 멋이 아니라, 그냥 딱 봤을때 사람들에게 착 다가오는 느낌들이 멋있는거 있잖아요. 아마 그런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은데...(또한번 기자를 보며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받으셨는지? (그저 미소를 띤 기자를 보면서) 아무튼 저는 그런 느낌을 받고, 그렇게 연기를 했습니다.

지호씨랑 실제 닮았다는 부분은 바르고 강직한 부분이요? (웃음)
네? 아 ㅋㅋ 다른 부분도 있을테지만, 닮은 점이 무척 많은 거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느낀거고, 제가 완성된 작품을 봤을때도 그랬던 거 같아요. 음, 더 그렇게 느껴졌던 이유가 뭐냐면 보통 작품을 끝내고 나면, 그 인물 안에 있는 부분들을 제가 닮아가는 부분도 생기거든요. 항상 한 작품 한 작품 끝낼때마다, 그래서 나랑 닮았다라고 느끼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 같아요.

‘현’도 중요하지만, 그런 ‘현’이 왜 ‘문희(서정)’라는 여자를 사랑할까 지호씨 내면안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을 것 같거든요. ‘문희’는 어떤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음, 두 사람은 뭔가 완벽한,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에요. 어떤 외부에 의해서, 자의든 타의든 상처들이 있는 인물인데, 사랑을 매개로 해서 서로 끌리는 관계가 되죠. 제가 느꼈던 ‘현’은 그 대상의 조건이 이렇고이렇고 해서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이기 때문에 사랑했던 것 같아요. 그 대상이 유부녀고, 이혼을 했고, 여러가지 상처들이 있고, 자기 때문에 구속이 됐다가 나왔고 등등 그런 것들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물론 ‘문희’에 대한 캐릭터 이해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닌데, 저는 그냥, 모든 것들을 뛰어넘게 하는 그 ‘사랑’ 자체에 철저히 몰두했던 것 같아요. 음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멋쩍게 웃으며) 아무튼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던 거 같아요.

‘사랑’ 자체요?
음, 그쵸. 제가 계속 인터뷰를 해오면서 느낀건데, 제가 정말 ‘사랑’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하는거 같아요. 얘기를 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사랑은 참 좋은 거 같아요. 좋은 거 같은데 정말 위험한 거 같고, 어제도 인터뷰를 하다가 잠깐 이런 얘기가 나왔었어요. 옛날에 드라마 <거짓말>에서 ‘사랑은 교통사고다! 누굴 칠지 모른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맞는 거 같아요. ‘현’이도 그때 ‘문희’라는 여자를 만나서 그렇게 사랑할게 될지 정말 몰랐을 거에요. 문희 역시도 그렇구요. 그렇지만 ‘현’은 그걸 사랑이라고 느꼈고, 그 사랑을 끝까지 지켜나가려 하죠.

<녹색의자>는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된거잖아요. 그 기사를 당시에는 못보셨죠? (웃음)
네, 정말 몰랐어요.(귀여운 미소를 날리며) 전 진짜 처음 들었어요.

만약에, <녹색의자> 때문이 아니라 그냥 보통 사람으로, 그 기사를 봤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거 같아요?
아, 이런 일도 있구나 라고 그냥 넘어갔을 것 같아요. (웃음)

쇼킹한 사건의 하나로?
솔직히 저는 그 얘기를 듣고, 그다지 쇼킹, 아니, ‘실제’라는 얘기를 듣고 이게 쇼킹한 건가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전, 그냥 ‘그렇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내 얘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넘어갔던 거 같아요.

‘현’과 ‘문희’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후반부에 가면, 무척 적나라하게, 그러면서도 아주 인상적으로 보여지잖아요. 지호씨 본인은요, 이 영화의 스토리처럼 서른 두 살 이혼녀와 법적 미성년 남자의 사랑도 그렇고, 어떤 순간에 보면 정말 치졸하다 싶을 정도로 편견어린 시선으로 세상이 함부로 재단하는 부분들에 대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졌다고 생각하세요?
저 무척 고지식한 사람이에요. (웃음) 고지식하긴 한데, 어떤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한없이 자유롭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요즘 또래의 아이이긴 해요. 모르겠어요...제가 실제로 이 영화와 같은 사건을 겪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골똘히 생각에 잠긴뒤)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건 그런 부분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완전히 꽉 막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어느 정도 제가 지키고 있는 틀안에서도 분명히 바람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들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말하자면, 지금 질문 속엔 영화 속 상황에 실제로 처했을 경우, 저는 어떻게 행동했을것 같나라는 질문으로 연장시킬 수도 있나요? (흠, 딱히 그런건 아니었지만 고개를 살짝 끄덕인 기자를 보고) 제가 ‘당연히 사랑할 거에요’라고 얘기한다면, 그 나름대로 ‘뭔가 문제있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아, 절대 말이 안돼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라고 얘기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저 사람 어떻게 연기를 했지?’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지금은, 그 상황을 실제 닥치지 않고는 모르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 정말 어려워요. 무척이요.

뭔가 확실히 답을 내기 어려운 질문인데...그러면 연기를 어떻게 했냐고 물으신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상황이라든가 조건들을 바라보기 이전에,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데 집중을 했기 때문이에요. 아마 영화 속의 ‘현’과 ‘문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영화 속에 보면, ‘문희’한테 술취한(?) ‘현’이 귀엽게 주정부리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아, 그 장면 어떠셨어요?

조금 어색했어요. (웃음)
어색해 보이셨어요? 어, 아닌데 편집하시는 분이 베스트컷이라고 자랑하시던데...

농담이구요. (웃음) <녹색의자>에서 재밌게 봤던 장면 중 하나에요. 사실 그 장면 보면서, 왠지 술취해본 적이 없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지호씨에 대한 자료를 찾으면서, 술담배를 안한다는 걸 봤을때, ‘아~ 그래서 그렇군!’ 했었어요.
근데요, 너무 자연스러운거보다 적당히 어색한게, ‘현’한테 리얼리티가 더 맞는 것 같아요.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저도 진짜 술 취한줄 알고 깜박 속은거니까요. 재밌었어요. 귀엽기도 하구...(웃음)
(웃으며)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그 장면을 보고 많이 웃으시더라구요.

사실, <녹색의자>에는 좀 엉뚱하다고 해야할까, 은근하게 유머 코드가 깔려있잖아요. ‘현’이 ‘문희’의 전남편한테 ‘나, <화산고> 제의 받았었다’고 하면서 무술 흉내내는 장면도 생뚱맞게 등장하기도 하고...(웃음)
(웃으며) 그쵸, 저도 진짜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었어요.

그렇게 연기하기 난감한 장면들도 있었고 하니, 박철수 감독이 어떤 연출스타일을 보였는지 궁금한데요.
디테일한 부분을 지시하실 때는 지시하시는데, 무척 많이 대화를 나눴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 중에서, 연출자와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눴던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영화이기 때문에 그랬던것 같아요. 슛들어가기전에, 그전날 다음날 찍을 씬에 대해 얘기하고, 준비하면서 이렇게이렇게 갈거다라는 말씀을 하세요. 그럼 서정씨와 제 의견을 같이 수렴해 주세요. 그리고 현장가서 리허설 하면서, 계속해서 더 자연스러운걸 찾았던 거 같아요. 정말 저희들한테 많이 물어보시고, 존중해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셨죠.

씬들에 대해서 의견을 많이 표출했던 편이세요?
특별히 뭔가를 표출하기보단, 그냥 감독님을 믿고 따랐기 때문에 제 의견과 그렇게 많이 달랐던 부분은 없었던 거 같아요. 음, 모르겠어요. 많이 믿고 따랐었기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는데, 아직 제가 뭔가를 막 얘기하고 할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영화데뷔작이잖아요. 그래서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나름대로 신선했을것 같은데요.
네, 되게 짜릿짜릿했는데 감독님이 워낙 빨리 찍는 스타일이라서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지진 않았어요. 드라마도 워낙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 적응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태프들도 정말 훌륭하시고, 잘해주셨기 때문에 무지 편안하게 찍었어요. 그래서 마지막 촬영땐 다들 무척 아쉬워했었어요.

데뷔작부터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하셨네요.
음, 저는 나름대로 저한테 플러스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잘못 선택하거나 그런건 같진 않아요.

해외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분좋으실 거 같아요. 아까 선댄스영화제 얘기도 하셨는데, 그때 가셨었나요?
네, 2박 3일로요. (웃음) 첫번째 스크리닝때 보고, 그 다음날 바로 왔어요.

반응이 좋았나요?
너무 좋았어요. 저는 정말 상받을줄 알았어요. 분위기가 거의 받을 분위기였는데...아쉽죠...(웃음)

서정씨랑은 <녹색의자>로 처음 만난거였죠? 작업하고 나서 느낌이 어땠어요?
대단한 배우같아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라든가 준비하는 자세가, 오우~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거기에 그냥 과감하게 뛰어드는 배우에요. ‘와아, 대단하다! 내가 배울 점이 참 많겠구나!’생각했는데, 그래서 배운 점도 많이 있어요. 무척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배우인거 같아요. 어떤 어휘로 표현하기 어려운, 저는 정말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배우에요. 저한테도 무척 편안하게 해줬고, 저를 또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셔서, 전에 감독님도 저를 그렇게 칭찬해주시고, 세워주셔서 몸둘바를 몰랐는데...저는 그래서요, 촬영하는 동안 ‘어, 이게 아닌데, 이상하다...내가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았었지...’싶어서...(웃음)

높이 평가해줬다는 건,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
(웃으며) 모르겠어요. 서정씨 같은 경우는 더 할 수 있는 배우다라고 얘기해 주셨는데, 저의 뭘보고 그러셨는진 도저히 알 수 없는데 계속 좋게 얘기해주셨어요. 지금도 주위 분들한테 저를 무척 좋게 얘기해주신다고 알고 있어요.

서정씨의 경우, 물론 이 영화 속 역할과는 다르지만, 전작들에서 노출연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선 리드하고, 조언해주는 입장이었을 것같은데요.
네, 그랬어요. 리드를 하셨지만, 억지로 그런게 아니라 전혀 티나지 않게 리드하는 쪽. 물론 감독님도 옆에서 같이 코치해주시고 그랬으니까...많이 배웠어요. 상대배우를 어떻게 하면 잘 보이게 해주고, 아끼는 지를 많이 가르쳐주셨어요. 왜냐면 상대배우를 아껴야지만 저역시도 같이 빛나기 때문에요. 정말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나만 살고자 하면 그게 결코 자기가 사는 길이 아닌거 같아요.

사실 박철수 감독의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녹색의자>에서 ‘섹스’는 정말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두 사람의 일상이자, 소통이고, 강렬한 끈이기도 하고...‘현’을 연기하는데 있어, 그런 부분은 특히나 감을 잡기 어려웠을거 같아요. 그래서 그런 느낌들을 잡는데, 참고한 외국영화랄지 어떤 나름의 방법이 있었을 것같거든요.
음...맞아요. 정사씬이라든가 전체적인 느낌을 갖기 위해서, 물론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때 받은 느낌들이 있긴 했지만, 처음 작품이었고, 더 잘해야 된다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어렵긴 어려웠어요. 그래서 그때 참고했던 작품이 <베티 블루>였어요. <베티 블루>는 지금 나온 작품이랑 비교해서, 그 톤이라든가 느낌들이 전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런 느낌들을 많이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던 거같아요.

<베티 블루>는, 사실 서정씨가 추천해 주셨어요. 그래서 그 영화를 같이 보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이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고...그랬던 부분들이 저한테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 안에서 어떤 영상들을 이미지화시키는 부분에서요. 또, <이투마마>도 봤어요. 그 영화에서 남자배우들의 살아있는 느낌, 싱싱한...싱싱? (웃음) 그런 느낌들이요.

사실, 전 ‘현’이나 ‘문희’ 캐릭터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세상이 치졸하게 제동을 거는 이런 류의 과감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것도, 내면에 어떤 특정한 기질이 꿈틀거리는 사람들인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음, 서정씨가 맡은 ‘문희’는 미술을 전공했던 사람이고, ‘현’도 음악을 했고, 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이잖아요. 말하자면, 자유분방하다고 해야할까, 예술가적인 기질들이 영혼을 불안하게 흔드는 사람들이 이 <녹색의자>의 주인공들처럼 주류와는 다른, 뭐라고 해야 할까 세상의 틀에 갇히지 않는 사랑을 할 수 있는 것같다는 느낌. 그게 이 영화에서 조금은 한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하구요.
음, 무지 자세히 보셨네요. 와아~ 확실히 영화를 보신 분이랑 인터뷰를 하니까 얘기가 더 재밌어요. 그래요, 맞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와아~ (이런 감탄사들에 기자의 얼굴은 정말 화끈거렸다!) 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들이 용기있다고 생각해요. 순수하고 열정이 있기 때문에, 물론 다른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라는건 아닌데, 어느 누구나 생각은 하겠죠. 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한번쯤은 해봤어도, 그걸 시도하느냐 시도하지 않고 생각에서 끝나느냐가 차이인 거 같아요.

그들은 그것들을 뛰어넘은거죠. 그걸 뛰어넘게하는게 바로 ‘사랑’이구요. 아, 모르겠어요...근데,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네요. 그들은 제약받고 그런걸 싫어하는 성격이 기본적으로 약간 깔린 사람들이기 때문에요...오호~ 전 기자님 말처럼 그렇게는 생각 못해봤던 거 같아요. 근데,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만 비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음, 그냥 제 느낌이구요. 아마 그런 느낌에 일조한게 문희의 친구 ‘진’때문이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 여자도 일상에서 그리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인물은 아니잖아요.
아! 하하하하. 맞아요. 흔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죠. 맞아요, 맞아! ‘진’ 캐릭터도 정말 정말 재밌는 캐릭터에요. (웃음) 영화에서 ‘현’과 ‘문희’만 나오면서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부분을 무척 재밌게 살려주는 캐릭터죠. 그렇네요...세 캐릭터가 다 재밌어요. (웃음)

사실 오윤홍씨가 연기한 ‘진’캐릭터가 나오면서, ‘어! 이거 삼각관계 되는거 아니야’라는 진부한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웃음)
선댄스에서도 사람들이‘진’의 상상인줄 생각을 못하구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 받아들이시더라구요. 그러다 나중에 풀어주는 부분들을 보고선...앗, 잠깐만요! 이렇게 영화내용 다 얘기해도 되는 건가? (웃음) 영화를 보신 분이라 너무 심취해서 얘기하다 보니까...(웃음) 아무튼, 선댄스에서도 그걸 보고 ‘아~그렇구나’라는 반응이 있었어요.

오윤홍씨를 이 영화에서 보고 왠지 참 반가웠거든요. 오윤홍씨는 같이 작업해 보니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처음 뵜었는데요, 서정씨랑은 또 다르게 편안하게 해주셨어요. 근데 이상하게 저한테 너무 잘해주시고, 높게 평가해주셔서...아, 진짜 몸둘 바를 몰랐어요. 진짜 제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감사할 따름이었어요. 재밌었어요. 저는 촬영하는 내내 다른 거 일체 하지 않고 거기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만큼은 전 ‘현’이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즐거워보이지 않나요 ‘현’이요? 저도 항상 즐거웠거든요.

얼마동안 찍었죠?
두달 좀 안됐었어요. 한 달 좀 넘었나...

흠, 생각보다 빨리 찍었네요...(웃음)
감독님이 빨리 찍어야 돼, 빨리 찍어야 돼 그러셔서...(웃음)

특별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 있어요?
이런 질문의 대답이 제일 어려운 거 같아요. 에피소드요...모르겠어요. 그냥 기억나는 건 영화 찍으면서 크리스마스, 새해를 맞았고, 대선때 잠깐 선거하러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가서 계속해서 촬영의 연속...흠, 지금 <녹색의자> 자체가 에피소드가 아닐까요? 그땐 ‘현’이었기 때문에 그게 제 에피소드인 거 같아요.

이 영화는 ‘현’과 ‘문희’의 주변 인물들이 모두 모이면서 벌어지는 후반부 장면이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연극적인 느낌이라고 해도 좋고, 뭔가 집중적이고 강렬한 느낌...하지만 관객들이 난해하게 느껴질 부분이기도 한거 같거든요.
무척 생소하고, ‘어, 뭐 저래!’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는데,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면 될 거 같아요.

그 ‘있는 그대로’를, 내가 감독의 의중대로 잘 보고 있는 건지 아리송한게 문제죠. (웃음)
<녹색의자>는요, 보신분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거 같아요. 보시는 분들의 생각에 맡기는 거, 그게 맞는거 같아요.

영화 보고 나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후회되는 부분들이 있던가요?
전체적으로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요. 모르겠어요...다시 해도 더 잘할 수 있을 건지는 모르겠는데, 최선을 다했어요. 최선을 다했다는 그 자체로 후회는 없어요. 어쨌든 전 거기서 그냥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성장해나갈 사람이잖아요.

‘현’ 은 상당히 사랑스러운 인물이었어요. 사실 실례를 무릅쓰고 얘기하면, ‘현’의 나체을 보고, 몸매가 대단하다고 느꼈거든요. (웃음)
음, 그때 촬영할 때요, 제가 그전에는 몸을 더 키웠었는데, 몸을 빼기를 원하셨어요. 그래서 준비하는 기간 동안은 일부러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요. 저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냥 살이 쫙쫙 빠져요. 불리는건 어려운데, 빼는 건 너무 금방 빠지더라구요. 그래서 무척 말라보이실 거에요.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하고 있지만, 어디선가 영화배우로 더 남고싶다고 했던 말을 봤었거든요.
영화를 원래 좋아해서 이쪽 일에 뛰어들었으니까요.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기보다는 그 시점에 영화를 더 좋아해서 이쪽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그럼 영화도 평소에 자주 보시겠는데요.
요즘 다시 자주 보려고 하는데 그다지...예전에 정말 자주 봤어요. 일주일에 정말 못보더라도 한 두 편씩은 꼭꼭 봤는데요, 최근엔 그렇게 많이 보지 못하는 거 같아요. 비디오나 DVD로도 보지만, 주로 극장가서 보는 걸 좋아해요. ‘극장’이란 장소를 정말 좋아해요.

한국영화에서, 정말정말 좋아하는 남자배우의 연기를 꼽는다면, 어떤 영화에서의 어떤 배우인가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한석규, <봄날은 간다>의 유지태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을 좋아해요.

아, 둘 다 멜로네요!
유지태씨같이 연기하는 느낌이 좋더라구요.

그런 느낌이라면 뭔가 편안한 느낌, 굳이 연기한다는 느낌보단 자연스러운 거요?
제가 계속해서 하고 싶은게 그런 거에요. 편안하면서, 전체적으로 보기 좋게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는 연기들 있잖아요.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연기는 어떤 거에요?
이것저것 가능하면 다 해 보고 싶어요.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해볼 수 있는데까진 다 해보고 싶어요.

좋아하는 우리나라 감독을 꼽는다면요?
박철수 감독님, 정말 존경하구요. (웃음) 그전부터 좋아하는 감독님은 허진호 감독님이요. 실제로도 뵜었는데, 보고나서 대화하고 난뒤에 훨씬 더 팬이 됐어요.

아, 그건 혹시 영화 제의를 받았다는 말인가요?
아뇨, 예전에 단편 작업하실 때 가서 뵜는데, 음성도 좋으시더라구요. 역시 영화의 이미지나 느낌들이 허진호 감독님 자신의 감성에서 나오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정말 한번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에요.

음, 농담이 아니라 허진호 감독님 작품에 잘 맞으실 거 같은데요. (웃음)
어휴, 아직까진 제가 부족하구요. 좀더 성장하구, 좀더 내면의 깊이가 쌓인다면, 그때가서 좋은 모습의 절 불러주시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다시 <녹색의자> 얘기로 와서요, 왜 제목이 <녹색의자>일까요?
왜일거 같으세요?

글쎄요. ‘녹색’이라는 색깔이 가진 상징적인 의미들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정확히 저도 몰라요. 감독님 말씀은 당신이 ‘녹색’을 좋아하고, 또‘의자’를 좋아해서 ‘녹색의자’라고 하셨는데...(웃음)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면, ‘녹색’이나 ‘의자’라는 어휘가 가진 ‘편안함’들을 얘기하면 될 거 같아요. 그냥 저랑 서정씨랑은‘녹색의자’는 '현‘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었어요. 저희 나름대로요! 진짜 ’현‘이 같지 않나요? (웃음)

마지막에 ‘현’과 ‘문희’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건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고 싶어요.

<녹색의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어요?
아까 말한 ‘포장마차씬’ 정말 좋아해요. ‘현’이 ‘문희’한테 반말로 얘기하는 시점부터 영화가 더 재밌어지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요. 연기하면서도 재밌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연상 스타일 좋아하세요?
좋아했어요...

흠, 여자친구는 ‘독실한 크리스찬’이어야 하죠?
그렇죠. 앞으로 만날 사람은 결혼할 사람이기 때문에...

어? 결혼 생각 벌써 하세요?
그럼요, 결혼해야죠. 왜 그러세요? (웃음)

아직 어리신것 같은데...
아직 어리지만 결혼할 겁니다. 어, 이런 얘길 왜 하지! 하하하하. 전혀 필요없는 질문을 하셔갖구.

감성적인 부분들은 몰라도, 관객들에겐 조금 난해한 측면이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흥행적인 면에서 조금은 우려되는데요.
저는 영화를 좀더 사랑하시고, 한번쯤 사랑을 깊이있게 해보셨거나 그 사랑에 아픔에 있으시거나, 사랑을 아직 해보지 않은 분들은 없으시겠지만 경험이 없다고 해도, ‘사랑’을 느껴보고싶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봐주시면 좋겠지만, 굳이 어떤 분들이 보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정말 영화를 사랑하고 뭔가를 깊이있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이나 감성을 가진 분들이 선별해서 보셨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좋은 연기자’란 어떤 연기자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연기자는, 일단 연기적인 면으로 봤을때 무난하게 그 인물이 돼서, 그 인물이 표현해야 할 것을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체적인 것들로 본다면, 저는 인간적인 부분들까지도 같이 보고 싶어요.

배우를 떠나서 그 사람 자체로요?
네,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인간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 배우가 연기하는 건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미가 없다고 하면 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인간미 없는 역할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것마저도 인간미를 알지 못한다면 인간미가 없다라는 걸 알지 못하는게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아까도 살짝 나왔지만) 술담배를 못하기보다, 안하는 부분이 있잖아요. 음, 사실 문득 들었던 생각이 예를 들어, 밑바닥까지 떨어진 인물, 겉모습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도...그런 느낌들을 표현하는데 있어, 스스로의 삶을 단단하게 마인드컨트롤하는 그런 부분들이 연기에 있어 벽처럼 되진 않을까라는 생각이, 조심스럽지만 들거든요.
아....(낮은 한숨을 쉬며) 그런 생각도 했었어요. 내가 배우인데 이것저것 다 경험해 봐야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예를 들어 제가 마약중독자를 맡았다고 해서 마약을 경험해볼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될 거 같아요. 음, 그리고 제가 겉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한점의 티도 없이 살았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든요. 만약 외모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면, 보이기만 그렇게 보일뿐 저에게도 추악한 모습들이 있어요. 사람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가능하면 좀 버리고, 좋게좋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아까 <녹색의자>의‘현’하고 비슷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현’이 가졌던 아픔과 똑같을 순 없겠지만, 그런 아픔의 감정들을 느꼈던 적이 있다고 봐도 될까요?
글쎄요...(웃음) 전 이렇게 생각해요. 여러가지를 다 경험해보고, 그 경험들 때문에 굉장히 깊어져서 리얼하게 표현하는 연기도 좋은 연기라고 생각하지만, 우선은 깨끗해지는게 좋다구요. 본인 자체가 깨끗해지지 않으면 어떤 것도 덧입히기 힘들거 같아요. 정말 한없이 떨어지는걸 했다가 반대로 완전히 순수한 역을 소화해야할때, 자신이 그 인물과 겹쳐있었다면 쉽게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음, 제 나름대로의 생각일뿐, 정답은 아니겠지만요.

요즘 또 선행배우로 알려지셨잖아요.
(웃으며) 아이, 진짜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정말 민망해요. 이제 막 시작했고, 한걸음 내딛었을뿐인데 크게 부각시키시는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당연히 해야되는 부분인거 같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크게 봉사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드러나는 직업이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거 같은데, 그분들이 보시면 정말 ‘같잖다’고 생각하실것 같아요.

어떤 기사보니까, 북한 여성들한테 이상형이라면서요? (웃음)
아, 하하하.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금쪽같은 내새끼>가 방영되는데, 금강산 다녀오신 분들을 통해서 제 매니저가 들었나봐요. 물론, 제가 직접 가서 봐야 알겠지만, 그렇다면 뭐 좋은 거 아닐까요? (웃음) 일본 얘기도, 일본에서 인터뷰 요청들이 있어서 일본쪽 잡지랑도 인터뷰를 하긴 했었는데, 저는 인터뷰를 하면서도 ‘내가 직접 확인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난 모르겠다. 얘기만 들어선 알 수가 없다’고 그랬었어요. 제가 원래 직접 확인해봐야 아는 스타일이기 때문에요. 그런데 이번에 일본가서 보니까 <유리화>가 방송이 되고 있고, 그때문인지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는걸 느꼈거든요. 그 가능성을 보고 왔기 때문에 기분이 무척 좋아요.

‘하루 중 가장 행복할때가 잠들기전’이라고 알고 있거든요. (웃음)
(웃으며) 아~~정말 저에 대해 조사를 많이 하셨네요.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지금도 그래요?
누구나 그렇죠. 잠들때 행복하고, 먹을때 행복하고, 주로 순간순간 행복하고 싶어요. 한순간도 빠지지 않고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직까진 불가능하겠죠? (웃음)

연정훈씨 결혼식때 찍은 사진을 싸이에서 보기도 했는데, 친한 배우들이 많나요?
음, 네, 원만하게 지내는 배우들이 많죠. 근데, 특별히 자주 사람들을 만나진 않아요. 주로 많이 보는 친구들은 교회 친구들이 많아요.

요즘 시나리오도 많이 들어오나요?
있기도 있는데, 아마도 드라마 먼저 하지 않을까 싶어요.

마지막으로, 홍보성 멘트 말구요, 정말 사심없이 <녹색의자>를 추천해주세요.
음, 제가 영화를 다 찍고, 영화를 봤을때 느낌이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거든요. 재밌는 요소요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인물들에 푹 빠져서 보시면 좋은 느낌들 많이 받으실 거 같아요. 다만 우려되는게, 노출씬, 정사씬들 때문에 혹시 왜곡해서 보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쪽만 치우지지 마시구요. (웃음) 잘보시면, 두 사람의 ‘사랑’과 두 사람의 끌고당기는 미묘한 감정들을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네, 제가 크게 연기를 잘하지 않아서 약간씩, 약간씩은 보이실거에요. (웃음) 그 부분들에 집중하셔서 두 사람과 같이 사랑을 느끼시고, 행복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아, 오랜 시간 정말 감사합니다~

취재: 심수진 기자
사진: 이한욱
촬영: 권영탕

5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30 15:52
qsay11tem
좋은 연기를   
2007-08-10 10:25
kpop20
오랜만에 보는 배우네요... 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도 재미있게 잘 봤어요   
2007-05-26 19:01
js7keien
녹색의자? 관객과 공감대를 이루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장면(?)에 각별한 배려를 쏟았다   
2006-09-30 22:28
reray
녹색의자 봤어요. 사랑합니다. 심지호님..   
2005-06-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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