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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외로움을 잊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민들레> 아네스 자우이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어제(5일) 영화를 봤는데, GV(관객과의 대화) 시간 때 보니 관객 반응이 너무 좋았다. 질문이 많아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상영관 무대에 걸터앉아서 답을 하더라.
너무 오래 서 있어서 다리가 아팠다.(웃음) 어제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아마 감독도 그랬을 거다. 이 영화가 해외에서 상영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과연 어떤 반응을 얻을지 걱정 했는데, 막상 관객들과 대화를 하니까 두려움이 싹 날아갔다. 아! 놀란 게 하나 있다.

뭔가?
객석에 젊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프랑스에서 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 그것도 심각한 얼굴로 감상한다. 그 때마다 젊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는데, 운 좋게도 그 소원이 이번 영화제에서 이뤄졌다. 좋은 질문을 해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

감독이 아닌 배우의 입장으로 이번 영화제에 참여했는데, 예전 감독으로 참여했을 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우로 영화제에 참여하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감독보다 질문을 덜 받을 수 있어서 좋다.(웃음) 그것 말고는 별다른 차이점은 없다.

<민들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프랑스 여자 감독들의 모임에서 카린 타르디외 감독을 처음 만났다. 많은 이야기를 나눈 후 감독의 첫 작품을 봤는데, 신인이지만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영화를 같이 하자는 제안이 왔고, 시나리오를 본 후 작품을 선택했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자신만의 기준이 있나?
감독으로서나 배우로서나 시나리오 선택에 있어서 어떤 기준을 두는 편은 아니다. 다만 극에 나오는 인물들이 매력 있어야 한다. 그 인물들이 엮어나가는 이야기가 흥미 있다면 선택하는 편이다.

<민들레>는 소극적인 소녀 라셸(줄리엣 곰버트)이 대담한 성격의 친구 발레리(안나 르마르샹)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라셸 엄마 콜레트 역으로 출연했는데, 영화를 보니 라셸보다 중년 여성 콜레트의 성장담으로 보였다. 콜레트를 입체화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처음 해야 했던 건 화려한 모습을 포기하는 거였다.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삶에 찌든 콜레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다.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예쁜 옷도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섰는데, 막상 연기하니까 그 나름대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콜레트가 히스테리컬한 여자이기는 하지만 그런 설정에 신경 쓰지 않고 감정 흐름에 맞춰서 연기를 했다. 결과를 보니 만족스러웠다.

영화 자체가 소녀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실제 유년 시절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소극적인 라셸, 아니면 적극적인 발레리 중 굳이 선택한다면?
음… 발레리. 그만큼 활동적인 소녀였거든.
어린 아역들과 연기했다. 호흡은 어땠나?
평소 아이들과 연기하는 걸 즐기는 편이다. 촬영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들만 하지 않는다면 아역들이야 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배우라고 생각한다. 특히 딸로 나왔던 줄리엣 곰버트는 나이가 어린데도 생각이 깊고, 연기 집중도도 좋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도움을 많이 받았다.

25살에 배우로 입문해서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는 현실이 안타깝지 않나?
지금도 아름다운 주연 역할이 들어오는데.(웃음) 우디 앨런을 봐라. 예전에는 주연으로 나오다가 지금은 주연의 자리를 젊은 배우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조연에 머물잖나. 영화적 동반자이자 남편인 장 피에르 바크리와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젊은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대신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전제가 붙어야지.

배우 출신 감독의 영화에 대해, 관객들이 가지는 편견이 없지 않다. 프랑스에서도 그런가?
내가 감독이 됐다고 했을 때 편견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여배우 출신 감독이라고 무시당하는 일도 없다. 프랑스 관객들은 배우가 연출을 맡았다는 것 보다 영화를 잘 만들었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사회 시선 보다는 창작의 고통이 더 힘들다.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 이유는 뭔가? 그리고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 의식이 있다면?
음...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 영화나 문학, 음악을 통해 구원받았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 나에게 영향을 준 감독, 작가들 덕분에 덜 외로웠다. 아마 내가 영화를 만드는 건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 것 보다 외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잠시나마 기쁨을 주고 싶어서일 꺼다. 사람들의 외로움을 잊게 만드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

그나저나 2008년 <레인> 이후 차기작에 대한 소식이 없다.
<타인의 취향>부터 4년 마다 한 작품씩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나이가 드니 만드는 시간도 늦어진다. 이제 막 새 영화를 끝냈는데, 제목은 <무지개 아래에서>다.

이번에도 주연 배우는…
(웃음)장 피에르 바크리다. 나도 출연한다. 다음에는 내 작품을 들고 부산에 오겠다.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부산취재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 부산취재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1 )
zctlb4i
아네스자우이 감독 작품들 다 좋게봤었어요.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을수 있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말이 와닿네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것도 같아요.   
2012-10-22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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